“재독한국문인회, 독일서 ‘동포문학’ 일구고 있어”
“재독한국문인회, 독일서 ‘동포문학’ 일구고 있어”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6.05.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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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쾨펠연숙 재독한국문인회장… “한글 세계화 운동에도 동참할 것”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한글로 글을 쓰고 우리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문학 또는 동포문학이 독일에서 활성화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재독한국문인회’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사명입니다.”

▲ 쾨펠연숙 재독한국문인회장.

본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쾨펠연숙 재독한국문인회장에 따르면, 재독한국문인회는 문학에 관심 있거나 문인으로 활동하는 한인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독려하고, 차세대들이 잊혀져가는 한국어를 익혀 한국문화를 보존·계승할 수 있도록 관련사업을 펼치고자 지난 2004년 3월 창립됐다.

현재, 문인회는 독일에 거주하는 4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 돼 있으며, △한국문학 강연 및 세미나 △차세대 한민족 청소년 백일장대회 △회원집 ‘재독한국문학’ 발간 및 출판기념회 등을 주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독일 북부, 중부, 남부 등에 지부를 개설했고, 각 지부장들을 중심으로 문학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문인회는 명망 있는 문인을 초빙해 세미나를 열며, 회원들이 문학지식을 함양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특히, 2014년 본 대학(University of Bonn)의 박희석 교수를 강사로 초청해 ‘인간 상호이해를 제시한 이미륵의 문학’이란 주제로 이미륵(Mirok Li) 박사의 문학세계와 철학적 가르침을 되새기는 자리를 처음 마련했다.

이미륵 박사는 뮌헨대학에서 한학을 비롯해 한국어 및 한국문학을 가르치며 한국 문학세계를 독일에 널리 알린 선구자다. 그의 작품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 교과서에도 실린바 있다. 오는 5월30일 주독한국문화원에서 ‘재독한국문학 제9호 출판기념식 및 봄 문학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인데, 이미륵 박사에 관한 세미나와 더불어 이미륵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흉상 제막식을 갖는다.

문인회는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11회 아시아 태평양 주간’에도 참여할 예정이며, 이번 행사에서 에르푸르트(Erfurt)대학의 실비아 브레젤 박사가 ‘이미륵 박사의 문학세계와 정신세계의 유산’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쾨펠 회장은 “이 기회에 브레젤 박사와 상의해 한국문학계 및 독일문인들과 협조함으로써 이미륵 박사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방법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화가인 쾨펠회장은 지난 2013년 B.Z신문사로부터 미술부분 문화상을 받았다. 문화상 시상식에서 딸 미연-마틸데(맨 오른쪽), 남편 마티아스 쾨펠 베를린공과대학 교수(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했다.

쾨펠 회장은 “해마다 독일 각 지역 한글학교에서 문인회가 주최하는 백일장대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차세대들이 그간 배운 한국어로 작품을 창작하며 그 실력을 겨루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백일장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은 매년 회원집 ‘재독한국문학’에 실리고 있으며, 회원집은 회원들에게 문학의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 SOOKI(쾨펠연숙 예명)가 루카 시뇨렐리(Luca Signorelli, 1441∼1523)의 최후의 심판을 인용해서 그린 ‘지옥으로 가기 전’(100x80cm, 캔버스에 유화, 2010년).

쾨펠 회장은 독일 일간지 B.Z신문사에서 2013년 미술부문 문화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전업작가(화가)다. 10년 전부터는 ‘back to the root(뿌리를 찾아서…)’라는 화두를 붙잡고 수묵화를 유화에 접목시키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녀는 한-독 작가교류 차원에서 베를린미술협회와 한국의 양평미술협회 작가들이 교류하는 전시회를 기획·진행하고 있으며, 국제적 규모의 ‘Change-Exchange’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전담 운영하고 있다.

쾨펠 회장이 독일을 가게 된 계기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보다 드라마틱하다. 80년대 초 어느 날, 고교동창이 대학원 진학에 실패해 방황하다가 그림 작업에 몰두하던 그녀를 찾았다. 친구에게 독일유학을 제안했고, 자신도 취미삼아 독일어를 함께 배웠다. 독일유학의 필수과정으로 괴테하우스(문화원)에서 어학시험을 봤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그녀만 합격했다. 이후 친구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쾨펠 회장은 1년만 독일에 가서 회화의 흐름을 배우고 오겠노라고 결심했다. 쾨펠 회장은 “애초에 계획한 1년이 어느새 수십 년으로 이어져 제2의 고향에서 나름대로 텃새를 부리며 삶을 영유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쾨펠 회장은 “앞으로 문인회는 모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글 세계화 운동’에도 동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아련한 역사를 품고 있는 독일 한인사회의 특성을 살려 우리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문학활동을 전개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원들의 작품이 한국의 여러 문예지에 실리고 있는데, 이를 좀 더 활성화시킬 수 방법을 연구 중이며, 자신의 전공인 회화와 연계해 회원들의 작품으로 ‘시화전’도 열 계획이다. 그녀는 독일의 한국문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한국의 문예지나 관련단체가 재독한국문인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희망했다.

▲ 2014년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한독교류전 Change-Exchange’에서 참여 작가들 및 내외빈들과 기념촬영을 가졌다. 이 기획전은 쾨펠연숙 회장이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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