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칼럼>한·중 정상회담
<김동석 칼럼>한·중 정상회담
  • 월드코리안
  • 승인 2011.01.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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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늦은 봄, 중국에게 치욕적인 수모를 안겨주는 사건이 워싱턴 DC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게 뿐만 아니라 전중국인들을 분노케 했다. 당시 부시행정부내 반중국주의자들(소위 네오콘이라 지칭되는)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워싱턴 방문을 고의적으로 홀대하고 망신을 주었다.

백악관에서의 공식만찬을 거부했으며 백악관에서 열린 도착행사에서 중국의 국가가 아닌 대만의 국가로 잘못 언급하는가 하면 환영행사에선 경찰의 늑장대응으로 시위대의 야유를 받게 하기도 했다. 워싱턴에서의 모든 비공식 만찬에는 전통적인 순서인 국가 연주나 의장사열이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장 격렬한 시위대의 소란함이 후진타오의 숙소인 블레어하우스 밖에서 자정까지 용인되었다. 이에 격분한 후진타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양복차림으로 의자에 꼿꼿이 앉아서 밤을 지새웠다.

 

2009년 7월말 바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미.중 전략대화는 비로서 G2시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 미국과 중국의 전략대화는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년부터 미국과 중국이 경제전략대화라는 이름으로 매년 두 차례 개최했다 ) 이 전략대화는 처음엔 엄청난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중국에게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자리였다.

 

그러나 2009년 그 대회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우선, 재무부만 참가하던 자리가 국무부까지 가세했다.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자리가 되었다. 개막식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맹자’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했다. ‘산 중에 난 좁은 길도 계속 다니면 길이 되고, 다니지 않으면 막힌다.’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 라는 중국속담을 인용하면서 중국의 환심을 샀다.

 

미국은 이 자리에서 위완화 평가절상을 요구하지 않고 ‘중국과 미국은 한배를 탔다.’ 라고 중국을 끌어안았다. 바로 그 다음날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통신은 중국인민과 전 세계를 향해서 ‘수교 30년 만에 중. 미 관계가 새로운 기점에 섰다.’ 라고 단호하게 선언을 했다.

 

미국과 중국을 G2라고 부르면 가장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은 미국의 지식층이다. 월스트릿 저널과 폭스뉴스 뿐만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까지 가세해서 ‘중국은 아직 멀었다’에서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질 않는다.

미국을 주도하는 지식인 그룹이 그리고 세계의 눈과 귀인 미국의 주류언론이 인정하건 안하건 간에 중국이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고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된 현실을 외면할 방도가 없다. 미국의 정치권과 경제계는 “혹시 중국이 미국의 국채나 달러를 갑자기 내다팔지 않을까”하는 염려에 전전 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촌이 미국과 중국의 이런 관계변화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국빈방문 했다. 워싱턴 앤드류 공군기지 활주로에 붉은 카펫을 깔고 ‘조 바이든’부통령이 직접 나가서 대기했다. 백악관까지의 길거리가 오성홍기로 붉게 물들었다. (4시에 도착해서) 6시의 저녁식사를 백악관의 안방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마주했다. 모든 일정과 의전을 중국측에서 주무르고 있다.

 

치과진료를 받을 만큼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던 모욕과 치욕의 워싱턴방문 만4년만이다. 이렇게 달라진 상황의 가장 큰 소외감은 당연히 일본으로 갔다. 일본이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을 때, 그리고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을 때에 미국은 항상 일본에 먼저 구애의 손짓을 보냈었다.

그런데 미국 국채가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가자 외교질서가 달라졌다. 후진타오 워싱턴 국빈방문은 아시아의 대표자리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일본인들은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의 밀월을 기억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아주 냉혹하리만치 중국을 중시하고 일본을 슬며시 넘어가자 섭섭한 심정을 침묵으로 억누르고 있다.

 

한미 동맹을 외교의 기본 틀로 삼아온 한국의 입장에서 후진타오 워싱턴 방문은 그야말로 커다란 도전이다. G2체제가 확립되면서 새롭게 갖추어지는 동북아시아의 세력판도의 영향은 한반도 이슈에 급하게 파급되고 있다. 한국의 대북전략의 기본 틀을 바꾸어야 할 상황이 오고 있다. 그동안 냉정한 전문가들은 G2체제가 성립되면 남한과 북한이 ‘통일한국’으로 가는 데 불리하다고 진단해 왔다. 중국이 국경을 맞댄 한반도에 ‘강한 한국’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입만 열면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한의 핵실험 반대를 외친다. 가장 모범적인 외교답안이지만 그 속에는 말썽이나 분란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해 주면 좋겠다는 얄미운 속내가 담겨있다. 중국은 지금도 명실상부한 북한의 후견인이다. 중국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6자회담은 한국에게 유리할 것이 전혀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장거리 미사일을 쏴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고 메시지는 형식적으로 그치는 솜방망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워싱턴서 오바마와 후진타오가 6자회담을 언급하게 된다면 한국은 순식간에 ‘지붕 쳐다보는 개’처지가 된다. 후진타오의 워싱턴 방문을 숨죽이면서 감상하는 한국은 참으로 딱하다. 한국의 남북문제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변화가 일으키는 파장에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처지임에도 한국의 지도자들은 국내정치(권력)싸움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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