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일정치와 풍자 대결
[칼럼] 독일정치와 풍자 대결
  • 류현옥 재독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24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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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가 원수와 젊은 풍자가

 
며칠 전 베를린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에 메르켈 여수상이 터키 대통령 에도간의 발에 입을 맞추는 풍자화가 실렸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희비극의 내용을 내포한 만평이다. 만화가 슈투트만(Stuttmann)은 이미 500편이 넘는 카리카츄어를 이 신문에 발표한 터이고 주로 정치사회 풍자화를 전문으로 정치적 풍경을 한 눈에 들어오는 만화로 익살스럽게 지적했다.

아침마다 커피 잔을 들고 엘리트 신문의 만평을 즐기는 베를린의 독자들은 이해력도 높을 뿐 아니라 해학의 중요성을 보호하는 수준 높은 대도시의 엘리트들이다.

“우리나라 여수상이 독재적 처사로 정평이 난 에도간의 발에 입을 맞추다니! 이런 만화를 그리는 풍자가는 당장...!”하며 떠들 수준의 사람들은 이 신문을 읽지 않는다.

신문사에 소속되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풍자가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 언론의 자유 속에 창작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 반면 메르켈 여사와 유럽 정치 사업상 중요한 파트너가 된 터키 대통령 에도간을 비방한 풍자시가 독일 TV에서 발표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TV를 통해 풍자가는 “이것은 독일에서도 금지된 것으로 곧 지워질 것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읽었다. 극히 모욕적인 단어 몇 개로 이어진 풍자시는 수준 높은 은유와 모욕적인 비방의 중간으로 이름 붙이기가 애매한 짧은 글이었다.

그 효과는 컸다. 두 나라 외교상에 문제가 되는 방송 스캔들이었다. 유럽과 세계정계에서 제일 유력한 여수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두 눈의 높이를 맞추어 같은 위치에서 정치적 수완을 부리고 우쭐해진 에도간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다치게 했다. 이 문제는 거의 몇 주를 대서특필하는 주제가 됐고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에도간이 독일 만화가를 대역죄 103 조항에 걸어 고소를 하는 데서 시작됐다. 그는 당장 메르켈 여사에게 전화로 자신을 모독한 풍자가를 처벌해야 한다고 호소했고 그녀는 얼떨결에 그 풍자시는 의도적인 모독이라는 말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들어부은 셈이었다.

참고 넘어갔으면 현명하게 일을 처리해 나갔을 일이건만 그가 펄펄 뛰며 메르켈 여사에게 전화로 호소했고 전화를 받은 그녀 역시 상황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헤이, 에도간, 뭘 그걸 가지고 그래!? 선동을 시도하는 젊은 풍자시에 당장 반응을 보이면 당신이 약하다는 증거야, 좀 참으세요”라고 말해도 될 것을 거꾸로 “....의도적으로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한 말이야!”라고 했고 흥분한 그는 이제 35세 젊은 독일 풍자가 얀 뵤메만(Jan Boehmermann)을 원수 불경죄에 걸어 고소를 했던 것이다.

입장이 곤란해진 독일 정치인들은 유럽에 아직 황제가 상주할 때 황제를 모독하면 적용했던 대역죄 103조를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필요 없게 됐으니 법률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측에서는 에도간의 고소가 법률상 문제로 다루어지기 전에 당장 그 법을 법률 조항에서 없애야 한다고 했고 메르켈은 2년 후 2018년에 가서 없애자고 주장했다.

좌측 당수로 오랫동안 있다가 정년에 들어간 동독 정치가 그레고 기지(Grego Gysi)는 메르켈 여수상이 에도간을 꼬드겨 고소를 하게 만들고 그 법에 걸어 처벌이 끝난 후에야 없애자니 무슨 괴변이냐고 반기를 들었다.

일국의 국가 원수가 다른 나라 예술가를 대역죄로 고발하기는 드문 일이란다. 재판의 판결은 나지 않았지만 긴장되는 일이다. 대역죄의 원인이 된 그 풍자시 내용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단어의 나열로 잘못된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떠들었지만 인터넷에서 삭제되어 읽을 수가 없었는데 어느 야당 정치가가 국회에서 읽음으로써 그때까지 언급을 회피하던 국회에서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불과 2분 정도의 짧은 글이지만 아무도 말릴 수가 없이 처음부터 들어주어야 했다며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고... 녹색당의 여 국회의원 큐 나스트가 정말 좋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날 TV를 통해 저녁 뉴스를 본 독일 국민들은 다른 곳도 아닌 국회의사당에서 낭송된 문제의 시를 듣게 됐다. 대역죄로 고소당한 만화가와 이 비방시가 국회를 통해 공인성을 인정받게 된 셈이다.

 
“에도간은 염소와 성교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소수민을 억압하고 쿠덴족을 발로차고 그리스도인들을 구타하면서 어린이 도색영화나 보는...” 베를린 크로이즈 베르그의 카페주인공은 인터뷰를 통해 “...그 풍자가가 분명히 잘못했어요. 터키인들이 염소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 데 에도간이 암염소와 성교한다고 함으로서 전 터키인들 모욕한 거지요. 염소라 하지 않고 조랑말이라고 했더라면, 그런 일도 있구나! 하고 최소한 베를린에 사는 터키인들은 분개하지 않았을지 모르지요.” 분명히 긴 설명이 따를 쾌변일 터인데 인터뷰는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갔다.

“뭐 그렇게 새로운 욕도 아닙니다. 베를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터키 어린아이들이 들으며 자라는 말인데요 뭐!” “아나톨리아의 양계장 뒤뜰에서 암염소 새끼와 어쩌구저쩌구 하던 자식들! 하는 욕설인 데요 뭐! 그 풍자가가 재미로 한 말인데 국가원수 에도간을 들어서 했으니 문제지요!”

열이 나서 펄펄 뒤는 터키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사회구성에 예술과 언론의 자유, 의견 발표의 자유가 필수조건이라고 달래며 “그런 풍자시가 왜 쓰였겠는가? 생각해봐라! 진중해라! 지금 터키의 감옥 속에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죄목으로 수감 중인 언론인이 2천명이 넘는다는 보고를 독일 신문을 통해 읽고 있는 사람들인데 ...생각을 좀 해봐라!”라며 경종을 울리기 위한 처사라고 해봐야 에도간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좀 열이 식기를 기다리는 도중에도 에도간은 신문기자 두 사람을 5년 징역에 처벌했다. 전쟁난민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유럽인데 터키가 전쟁국가 시리아에게 무기를 제공한 것을 발표한 신문사 편집장과 기자 한사람을 반테러 법으로 처벌을 했다. 뿐만 아니라 터키 내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 상황을 취재하러 온 홀란드 기자의 터키 입국을 거절하고, “너희들은 너희들 법대로 하고 우리는 우리법대로 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문제는 터키와의 정치적 협상을 해결책으로 보고 유럽공동체는 메를켈 여수상을 앞장세워 에도간과 정치적 딜(Deal)을 한 것을 계기로 메르켈 여수상이 에도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발에 입을 맞추는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조약내용을 보면 에도간은 터키에 유치된 250만 명의 난민들 중 시리아 피난민은 유럽으로 보내고 그리스로 보낸 난민은 다시 되돌려 받는 조건이고 유럽공동체는 60억 유로를 터키에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250만의 난민을 먹여 살리는 비용으로 주고 덤으로 터키의 무비자 유럽 공동체 여행을 허락한다는 조건이었다. 대신 유럽공동체는 제일 중요한 언론의 자유와 그 외 72조항을 내놓고 그 조항을 유럽 수준에 맞게 올려야 한다고 내세웠다.

6월 말부터 터키인 무비자 유럽여행이 허용되려면 최소한 반테러 법을 고쳐야 하고 인권 보호 등 많은 숙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터키에 약속한 돈은 그냥 줄 수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에도간은 유럽공동체가 주장하는 조건대로 법을 바꾸고 요구조건을 다 듣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유럽 공동체는 그렇지 않을 경우는 돈도 줄 수 없고 무비자 유럽 여행도 허용할 수 없다고 버팀으로써 계약은 좌초할 위험단계에 이르렀다.

이 난국의 싸움에서 제일 피해를 본 국가원수는 독일 수상이었다. 야당의 비난은 물론 여당 내에서까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형제단 기민당수 제호페어(Seehoefer)는 이 잘못된 점들을 지적했고 메르켈의 오른손이라고 믿었던 클록크 여당 국회의원까지 제호프 의 의견을 지지하고 나서며 수상에게 등을 돌렸다.

지난달 선거에서 반정부당 아에프데(AfD= 양자택일당)이 15%를 차지하게 되자 정치계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정치 역사상 오랜 역사를 가지고 빌리브란트 같은 유명 정치가를 배출한 사회당이 지지율 20% 로 하락했다.

아에프데당을 선택한 사람들은 주로 반 이슬람, 반 난민정책의 슬로건을 들고 나와 방향 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정치계에 반항하는 사람들이란다. 이 와중에 오스트리아 수상 베나 페이만 (Werner Faymann)이 사표를 냈다. 그는 메르켈 여사와 난민 문제 논의 과정을 함께 해 온 유럽의 정치가다. 메르켈 여수상은 내년의 선거를 앞두고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메르켈의 후임으로 인물이 없단다. 이제 그녀는 재출마를 할 것이고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게 될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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