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현의 카불이야기-1] 카불의 두 얼굴: 자살폭탄테러와 차량 물결
[한도현의 카불이야기-1] 카불의 두 얼굴: 자살폭탄테러와 차량 물결
  • 한도현(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승인 2016.05.30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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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5일, 세계은행과 KDI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이경준 서울대 명예교수께서 다가오셨다.

“아프가니스탄 가니 대통령께서 한국의 산림녹화 이야기에 감동을 받으셔서, 산림녹화와 새마을운동을 강의해 줄 사람을 초청하신답니다. 새마을운동 특강하러 같이 가겠어요?”

뜻밖의 제안이다. 칼레드 호네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은 터라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는 자살폭탄테러는 줄곧 세계뉴스의 핵이다.

그래서 이경준 교수님의 제안을 듣자마자 “테러 위협은 없나요?”라고 질문했다. “나도 사실 테러가 큰 걱정인데, 대사관에서 안전을 책임진답니다. 방탄차량을 타고 일정을 소화한데요.” 여행금지국이라 여행허가를 받고 비자를 받으려면 대답을 빨리해줘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네, 안전하다면 가겠습니다.” 70대의 석학께서 가신다는데 못 가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4월29일~5월6일의 7박8일 카불 일정이 곧바로 정해졌다. 여행금지국이니 외교부로부터 여행허가를 받아야한다.

여행허가를 신청하고 나서 좀 있으니 카불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던 카불에서 4월19일에 대형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테러단체와 정부 사이에 2시간 총격전도 전개됐다. 최근 수년간 카불에서 발생한 테러 가운데 최악이라고 했다.

64명이 죽고 347명이 다쳤다. 겁이 덜컥 났다. 카불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외교부 담당자가 나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특강이 이뤄지게 된 경위, 현장 강의의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막상 안전 문제에 대해선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가도 괜찮을까요? 처음에 괜찮다고 하셨지만 보름 만에 대형 테러가 카불에 발생했잖아요?”라고 물어보았다. “아, 네, 테러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테러단체가 건물 안으로는 진입을 못했습니다. 카불에 계신 동안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상황이 안 좋다면 카불의 우리 대사관에서 오지 말라고 연락이 올 것입니다. 현지에서 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 한 가셔도 됩니다”라고 했다.

 
정말 가도 될까라는 생각이 하루 몇 번씩 났다. 그때마다 나는 하버드 대학교 미모리얼 홀(Memorial Hall)이라는 건물 벽에 적힌 이름들을 생각했다. 2차 대전과 한국전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하버드 대학 학생들의 이름이다.

꽃다운 나이에 남의 나라에서 젊음을 바친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떠올랐다. 대사관에서 안전을 챙겨주니 나는 그들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지 않은가? 남을 도울 때 대가와 희생이 따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카불 출장 이야기를 하면서 ‘태양의 후예’가 끝났으니 그 속편을 찍으러 간다고 농담을 했다. 마침내 출발일이 됐다. 7박 8일간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라면서 4월29일 자정 아랍에미리트 항공에 몸을 실었다. 두바이를 거쳐 4월30일 카불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작았다. 걱정했던 것보다 입국 수속은 빨리 진행됐다. 짐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니 대사관과 코이카에서 마중을 나오셨다. 그 분들의 얼굴에서 긴장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나도 태연한 척 하면서 안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다.

창밖의 카불 풍경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서 연신 카메라 셔트를 눌렀다.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시민들의 활력을 발견했다. 시내에는 차량 물결이다. 자살폭탄 뉴스 때 보았던 카불이 아니다. 방탄차를 타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는 우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숙소 가까이오자 테러의 위험이 현실로 다가왔다. 몇 개의 보안 검색들을 통과할 때마다 검문이 삼엄했다. 높은 담 위로 솟은 관측대에 군인도 보였다. 외국인 대상의 테러 첩보가 있다 해서 숙소로 예정됐던 호텔도 취소했다. 대사관의 안전가옥으로 숙소를 옮겼다.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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