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무서운 자연재해
[Essay Garden] 무서운 자연재해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6.06.3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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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0일, 새벽 1시가 막 지날 무렵이었다. 갑자기 지붕 위에서 마치 큰 동물이 우당탕 밟고 지나가는 듯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집이 잠시 흔들거렸다. 잠자던 가족이 깜작 놀라 일어나 지진이냐고 물었다. 샌디에고에 살며 이렇게 강한 흔들림은 처음이었다. 다음날 아침 뉴스를 들었다. 5.2 라는 강도의 지진이었다.

동쪽에 있는 들판, 보레고 스프링 지역에서 일어났기에 큰 피해는 없었다. 이번 지진은 땅속 12킬로미터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진계기에 의하면 캘리포니아는 지하 5킬로미터 내지 24킬로미터 속에서는 거의 매일 작은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집 입구에 서있는 철문이 자주 흔들거려 뻑뻑해지기도 하여 잘 열리지 않아 우리는 애를 먹기도 한다. 또, 벽에 걸린 액자가 종종 비뚤어지게 걸려있기도 하다.

1989년 10월17일에는 강도가 6.2인 샌프란시스코의 대지진으로 부서진 길과 피해당한 뉴스를 보며 정말 가슴이 오싹하기도 했다. 지진연구자들에 의하면 북가주 쪽의 지반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 내가 살고 있는 남가주 쪽의 지반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환태평양의 지진대가 지나가는 캘리포니아 주에 머지않아 큰 지진이 올 것이라며 수 십 년 전부터 예보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우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거의 잊고 살아간다. 그래도 혹시 몰라 나는 병 물과 깡통 음식을 조금 사다 놓고 대비한다.

지금 남가주는 5년째 극심한 가뭄으로 우린 물 제한 규칙을 따라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집 정원에는 5분 동안만 일주일에 두 번 물을 줄 수 있다. 정원의 나무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우린 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부엌에서 과일을 씻거나 버리는 깨끗한 물은 모아서 정원으로 나른다. 귀찮고 힘이 드는 노동을 가족이 함께 하기에 때론 남가주를 떠나고 싶을 적도 있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맑은 공기의 값비싼 대가라며 견디어야 한다.

물론 이기적이고 무감각한 사람들은 상관도 하지 않는다. 월세에 포함된 비용이어서인지 콘도나 아파트의 일부 사람들은 물을 펑펑 쓰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 나누어 먹으며 살아가야 할 지구 안에 제한되어 있는 귀중한 물의 양을 모르는 것일까.

또한 최근에는 샌디에고 남동쪽의 야산과 남가주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나 어마어마한 땅을 회색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집근처 정상에서 불난 방향의 하늘을 바라보면 부옇게 가려져 며칠 동안 공해였다.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이사벨라 호숫가에 있는 집들이 전소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넋 나간 얼굴을 보며 새삼 자연에 대한 공포로 가슴이 떨렸다. 거대한 산불이 교만한 인류를 향하여 몹시 꾸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같은 시각에 동부 버지니아 주에서는 대홍수로 모든 것들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떠내려가고 있었다. 50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의 허탈한 모습이며 당장 길거리의 홈리스와 같은 신세가 되어 버린 피해자들. 이렇게 무서운 자연의 재앙은 폭풍 토네이도로도 얼굴을 바꾸어 가며 매년 강력하게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무서운 화마로 생태계가 무너지고 동식물이 죽고 배고픈 코요테가 사람이 사는 동네로 더 많이 내려오고 있다. 며칠 전 뒷산 계곡이 있는 친구 집에 갔다 밤중에 코요테의 요란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지난해엔 이웃인 톰의 마당에서 놀던 귀여운 푸들 강아지도 대낮에 먹이로 잡혀 갔다. 마당에서 노는 어린아이도 조심하라는 경고가 뉴스에 흘러나온다. 언젠가 사과밭으로 유명한 줄리안에 사는 한 여성이 아침에 조깅하다 코요테에게 잡아먹힌 적도 있었다.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는 사람들, 과학이라는 산업쓰레기로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우리. 대부분 이기적인 발상에서 코앞에 보이는 것들만 생각하며 나만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무서운 자연재해로 사람들과 생물이 피해를 입고 소멸되는 세상!

또 만약 공해로 숨을 못 쉰다면 우린 모두 죽는다. 그러므로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고마운 자연 속에서 우주와 인류가 공존할 방법을 찾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최미자의 미주문학서재 http://mijumunhak.net/mi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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