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의 트랜스문도-7] 주민밀착형 정치인, 호세 오래자나
[박채순의 트랜스문도-7] 주민밀착형 정치인, 호세 오래자나
  • 박채순<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6.08.0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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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구두를 닦아주는 아르헨티나 국회의원 호세 오래자나.

뚜꾸만 주 출신인 호세 오래자나 국회의원을 라플라타 대학교의 친구인 넬슨 모나스테리오(Nelson Monasterio) 변호사의 소개로 알게 됐다. 지방여행을 준비 중이던 나는 그를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식당 ‘비원’에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고 나의 뚜꾸만 주 방문계획을 얘기했다.

그는 뚜꾸만에서 거행될 7월9일 아르헨티나 독립 200주년 기념행사 때문에, 호텔을 구할 수 없으니 자기 집에서 묵으라고 했다. 정치인의 입술발림으로 생각하고 호텔을 구하려고 노력 했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브라질 상파울로 여행 중에 호텔을 구하지 못해 어느 호텔의 대통령실이라고 하는 매우 비싸고 굉장히 호화로운 룸에서 많은 경비를 지불하고 숙박한 경험이 있다. 또 한 번은 브라질 해변에서 호텔을 구하지 못해 하룻밤을 해변 의자에 쪼그리고 꼬박 밤을 새우는 고생을 한 경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여행 전에 반드시 항공 티켓이나 호텔을 미리 예약하고 준비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 만나야 할 상대와 경비조달 등 유동성이 많아 여행 일정을 미리 확정을 짓지 못해 호텔 예약이 지체됐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뚜꾸만 방문에 국회의원 호세 오래자나와 10년 지기가 됐고, 그를 통해서 인간관계를 배웠을 뿐만 아니라 뚜꾸만에 체류했던 5일 동안 그의 집에서 편안하게 숙식을 해결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뚜꾸만 주는 아르헨티나 최남단 띠에라 델 후에고를 제외하고 면적이 제일 작은 주지만, 200년 전에 아르헨티나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인 곳이다. 또, 북쪽 지방 여러 주의 중심으로 2015년 기준 인구 168만7,305명으로 전국 주 중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졌다.

뚜꾸만 주는 우리나라로 보면 군이나 큰 구에 해당하는 17개 도시가 있다. 호세 오래자나가 거주하는 파마이쟈(Famaillá)는 427㎢ 면적에 인구 4만5,000명 정도의 도시다. 이 주는 사탕수수 생산 외에는 특별하게 내세울 것이 없어서 남미에서 주로 먹는 한국의 군만두 같은 엠파나다(empanada)를 특화해 엠파나다 도시로 명명하고 매년 엠파나다 축제를 연다.

국회의원 호세 오래자나는 이 지방에서 구의원(Consejal)으로부터 시작해 도의원(Legislador) 3번, 군수(Intendente) 2번과 2015년 국회의원에 당선 되는 등 30년 동안 선출직에서 한 번도 낙선을 하지 않은 경력을 가진 전형적인 주민밀착형 정치인이다.

여기 파마이쟈 군에는 뚜꾸만 주의 전체 도의원 45명 중 두 명이 있으며, 구의원 급인 지방의원(Consejal)이 10명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독립 200주년 기념행사에 출입이 허용된 기자 출입증을 찾기 위해서는 7월8일 오후 5시 도착하도록 고속버스를 탔는데, 3시간이 연착된 8시쯤에야 터미널에 도착했다.

3시간을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린 뚜꾸만 주 거주 교민인 서원장의 차로 바로 뚜꾸만 주정부 주도인 산 미겔(San Miguel de Tucuman)에서 약 35km의 떨어져 차로 40분 거리인, 이곳 파마이쟈 지역의 호세 오래자나(Jose Orellana)집으로 밤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뚜꾸만 주 출신은 상원의원 3명에 하원국회의원이 9명인데, 이 상원, 하원의원은 우리의 국회의원처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한다.

▲ 국회의원 신분으로 축제에서 인사하는 호세.

국회의원 호세씨는 쌍둥이인데, 그 자신은 국회의원(Diputado Nacional)이며 동생 엔리케 오래자나(Enrique Orellana)는 도의원(Legilador)이다. 호세 부인(Sandra Mariela de Orellana)도 초선 도의원이다. 여기에 자기의 쌍둥이 동생 부인(Patricia Lizárraga de Orellana) 즉 제수가 현재 파마이쟈의 군수(Intendente)다. 이 정도면 파마이쟈 군은 Orellana 가족의 왕국이라고 볼 수 있겠다. 현지 아르헨티나인들에게 말하면 전통적인 페론당의 지방 호족이라고 말 할만하다.

▲ 주민과 다정하게 인사하는 호세와 그의 부인 산드라.
▲ 자기 집에 찾아 온 민원인들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호세.

필자가 5일 동안 한집에서 생활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민과 접촉하며 그들의 아픈 데를 만져주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와 그 가족이 주민의 선택에 의한 선출직 공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국회의원이 어제 밤 12시에 내 구두가 흙투성이라면서 내 구두를 닦아 줬다. 그는 어렸을 적에 구두 닦기와 햄버거 행상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서 학교를 다녔다고 말한다. 구두 닦는 일은 자기에게 너무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호세 오래자나(Jose Orellana) 국회의원은 월, 수, 토요일에 자기 집으로 찾아오는 주민들의 민원을 현장에서 듣고 처리해 주는 일을 20년 이상 계속하고 있다. 민원은, 의료, 법률, 교육, 아동, 일자리 등 여러 종류다. 심지어 가난한 사람들은 가족이 죽으면 관 등 장의용품도 와서 지원을 받기도 한다. 초등학교 학생이 필요한 학교 숙제를 복사해 달라고 찾아온 경우도 보았다. 하루에 100여명의 민원인들이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가지고 호세에게 온다. 한 초등학생은 호세 집에 와서 축구공을 받아서 돌아갔다.

▲ 축구공이 필요해서 찾아 온 소년에게 봉사자 뻬뻬씨가 공을 전달한다.

이러한 즉석 민원처리는 의사, 변호사, 약사와 교사 등 전문가들이 해당 날짜에 출근해 함께 처리한다. 약 30명의 봉사자들이 하루 약 100여명의 민원을 듣고 해결해 주는 일상의 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30여명이 봉사도 하지만, 일정한 급료를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대부분 오래자나 국회의원이 주재하고 토요일은 그가 대부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물기 때문에 도의원인 그의 부인 산드라 도의원이 처리한다.

▲ 여러가지 일용 약을 수령해 가는 민원인들.

신기한 것은 이들이 와서 민원을 해결해 가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무원에게는 한 마디 불평이나 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에 와서 순서를 기다린 후에 업무를 보고 돌아가는 그런 모습과 같다.

한국에서 주민의 마음을 사서 정치를 해보고자 시도해 보았던 필자는 호세 오래자나 의원의 하는 일을 보고 정말 정치인은 저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현재 호세는 52세인데 앞으로 그의 정치 인생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생각됐다. 얼굴 어딘가 인디언이나 동양인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은 그는 나에게 “정신적인 형제(Hermano de alma)”라고 말한다.

▲ 장애인 며느리의 수술에 대해 상의하는 민원인.
▲ 호세 집 테이블에서 기다리는 동안 커피 등이 제공된다.
▲ 길거리에서 아는 주민을 껴안는 호세.
▲ 호세 부인 산드라와 호세 그리고 필자가 봉사자들과 포즈.
▲ 사탕수수 재배 농가들이 호세에게 판로를 상의하는 자리.

필자소개
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국립 라플라타대학교 KF 객원 교수
아르헨티나 외신기자협회 소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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