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Juan에서 Mendoza로 8월16일 토요일 11시30분 출발했다. 산 후안에서 멘도사까지는 170km에 2시간 남짓 가까운 거리다. 그래서 밤 고속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낮 시간을 이용했다. 오후 1시50분에 도착할 예정으로 김준회 선생이 손수 운전하여 공항으로 환송했다.
멘도사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관광안내소를 찾아서 부탁하니, 그들이 여러 호텔에 전화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구할 수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우리 한국 교민들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여기 저기 수소문하여 나를 재워줄 한인을 찾는 것이다. 결국 멘도사에서 30년을 거주한 김치봉 사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후에 염치불구하고 김 사장 댁으로 갔다.
마침 김 사장의 딸아이가 한국으로 유학을 간 바람에 3성급 호텔보다 훨씬 훌륭한 빈방을 혼자서 차지할 수가 있었다. 멘도사주는 넓이가 14만8,827km²로 아르헨티나 24개주 중 7번 째 큰 주이며, 인구는 2014년 말 기준 177만4,737명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매우 큰 주다.
이곳 멘도사 도로스 안데스만 넘어가면 칠레의 수도 항구 도시 산티아고로 갈 수 있어서, 아르헨티나는 칠레를 통해 태평양 건너 아시아로 나가는 관문으로 활용한다. 난 멘도사주의 많은 매력을 듣고 늘 방문하고 싶은 도시였으나, 기회를 낼 수가 없어서 이제까지 방문을 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찾았다.
멘도사는 포도와 포도주, 로스안데스의 만년설과 한국의 산악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아꼰까구아(Aconcagua)와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라스레냐(Las Leñas) 등으로 유명하다. 이외에 멘도사 주에는 산과 강, 계곡 등 수 많은 관광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매우 안타깝다.
16일 토요일 오후에 김치봉 사장의 집에서 여장을 풀고, 17일 김치봉 사장이 임명 받아 전도사로 근무하는 멘도사한인침례교회에서 우리 한인들과 함께 오전엔 예배를 보았다. 오후에는 멘도사에서 나를 안내하기 위해 동행하는 알프레도 구이로이(Alfredo Guiroy)씨를 만나서 시내 중요 관광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했다.
알프레도씨는 국립 멘도사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는 교수며, 멘도사를 포함한 여러 지방에 관과 민에 많은 네트워크를 가진 친구다. 전 한국 무관을 지냈던 에두아르도 가네아우(Eduardo Ganeau)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알프레도의 일정 때문에 멘도사를 계획보다 빨리 찾았다. 가는 2박3일 동안 나와 함께 먼 길을 다니면서 멘도사를 잘 소개해주었다.
18일 오전에는 프로멘도사(Promendoza)를 방문하여 총책임자(General manager)인 페르난도 우르다니즈(Fernando Urdaniz)씨와 경영 책임자(Director Ejecutivo) 마리오 라자로(Mario Lázzar)씨를 만나서 한국과 멘도사주 정부 그리고 양국 기업 간의 협력 등 다양한 대화를 가졌다.
Promendoza는 멘도사주의 한국 Kotra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부와 민간의 기관이다. 마리오 씨에 의하면 8월20일 아르헨티나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제입찰이 있는데, 멘도사주에서도 10개의 입찰이 있다고 한다. 한국기업의 입찰 참가를 요청했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추후 협의하도록 했다.
페르난도(Fernando) 총 경영 책임자는 중국 일본 한국시장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한국을 몇 번 방문했으나 아직까지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고 말하고, 그렇지만 금년 또는 내년에도 수출업체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오후에는 멘도사주의 포도농장(viñedo)과 포도주 양조장(bodega)을 보러 나섰다. 멘도사는 도시에서 조금만 나가면 안데스산맥의 만년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아주 장관이다. 그러나 이 계절에는 포도밭은 수확기가 지난 겨울이라서 좀 황량한 편이다. 지나는 길에 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동물은 야마(llama)라고 한단다. 야마라는 동물은 아르헨티나는 물론,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와 칠레 등 안데스 산맥에 산재한 짐승인데, 야생이던 것을 순치시켜 가축화한 동물이란다.
야마가 있는 농장은 제초제나 살충제를 쓰지 않은 유기농 농업지역이며,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잡초가 성장하고 그 잡초를 야마가 뜯어 먹는다는 것이 알프레도의 설명이다. 처음 보는 동물이 신기했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포도주 양조장인데, 점심을 먹기 위해 길가의 한적한 한 식당에 들렸다. 뚜풍가또(Tupungato) 지역이라는데, Jean Bousquet라는 식당 주인은 식당을 경영하면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자기 아들은 1년에 약 40만병의 포도주를 수출한다고 한다. 스페인어가 약간 어눌해서 물어보니 프랑스에서 20년 전에 이민왔다고 한다.
우리 아르헨티나 거주 한인들은 대부분 의복관련에 종사한다. 그런데 20년 밖에 되지 않은 이민자가 큰 농장을 갖고 아들이 포도주 수출업자라는 것이다. 이민 20년 만에 큰 사업자로 성장한 것 같다.내가 이번에 지방 여행을 하는 목적 중에 하나가 우리 동포들이 의복 외에 새로운 직업에 진출할 수가 없을까 하는 데도 있다. 물론 그는 프랑스에서 포도주에 대해 잘 알고왔기 때문에 포도농사를 짓고 포도주를 생산하여 수출하겠지만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마늘 생산 수출회사(American Garlic Productos S.A.)를 방문하여 피에로 콜롬보(Piero Colombo)사장을 만나서 면담했다. 그는 한국인이 마늘을 많이 소비한다고 알고 있었고 마늘 생산도 한국이 아르헨티나보다 많다고 말한다. 단 아르헨티나 국민은 마늘을 즐겨 먹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미국, 브라질, 중동 그리고 유럽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또한 마늘을 유기농으로 재배하여 유럽 등지로 유기농 제품으로 수출한다는 것이다. 수출 품중에는 마늘을 갈아서 작은 봉지에 넣어 수출한다. 이 피에로씨도 이탈리아에서 20년 전에 이민 온 이민자였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크게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우리 교민들도 다양한 업종을 찾고 개발하여 좀 더 큰 새로운 직업에 도전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 멘도사 지방 여행이었다.
필자소개
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국립 라플라타대학교 KF 객원 교수
아르헨티나 외신기자협회 소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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