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고령화 사회
[기고]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고령화 사회
  • 박채순<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6.08.18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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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귀밑에 흰머리가 도둑처럼 살짝 찾아온다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나에게도 도둑처럼 찾아왔던 흰머리가 이제는 흰 눈처럼 머리 천지를 뒤덮었다. 내 나이 우리 나이로 예순 여섯이니 만으로 쳐도 노인 세대인 65세가 됐다.

2016년 7월 25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5년 11월1일 기준,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가 3,159명이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72.2%가 증가했다. 90세 이상 인구는 15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의약품의 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 기능의 발달, 식생활의 개선으로 양질의 음식을 섭취한 데 힘입고 거기다 인간 삶의 환경이 획기적으로 나아져 인간의 수명이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하는데, 한국은 2010년에 11%로 벌써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고,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26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가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이런 고령이나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여 제도적인 사회 안전망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인식도 여기에 따라가지 못해 개인들이 각자의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오고 가면서, 두 나라 어느 곳에서도 최소한의 연금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아르헨티나 노인들은 대부분 자기가 일생 동안 일한 직장에서 연금으로 적립하고 퇴직한 후에는 현직에서 받았던 월급의 80% 정도를 매월 수령하여 비록 그 금액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소득 대체율(퇴직 전 받는 봉급과 퇴직 후에 받는 연금의 비율)이 경제개발협력기구의 기준으로 보면 높은 편에 속하나, 한국은 아직도 이게 최하위에 머문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주택 보급률이 높아 자기 집을 소유하며 노인들은 최소한 부부가 연금을 가지고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노년을 보낸다.

그리고 이 연금에는 병원과 약국의 보험이 포함되어 있어서 병원 치료나 약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그러나 아직 대부분 한국 노인들은 아르헨티나의 일반적인 연금 제도와 같은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 또한 1990년 대 말에 불어 닥쳤던 IMF사태로 괜찮은 직장에서도 연금을 마련하지 않고, 노년기를 준비해야 할 50대에 구조 조정으로 조기에 퇴직했다.

설령 계속 근무를 했더라도 퇴직금을 정산 받고 동일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계약직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퇴직 후에 매월 일정하게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인지 한국의 노인의 거의 절반에 빈곤에 허덕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빈곤율이 높은 데다 자식들의 부양도 없는 노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우울증 발병률과 노인 자살률이 세계에서 최고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한국의 전통적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대가족으로 살면서 부모들은 자식을 길렀으며, 노후에는 자식들이 부모들을 부양했던 가족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문화가 일대 변화를 가져와 노인세대들의 국가사회 안전망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의 부양마저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것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고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사실 IMF 이후 신자유시대의 전면적인 실시로 한창 일할 나이인 장년층도 직장에서 조기 퇴직해서 예전의 평생직장이란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들도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괜찮은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로 많은 청년들이 일용직이나 계약직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직하면 헬 조선이라고 국가 사회를 비판하며 자기 몸 가누기도 어려운지라 부모 세대를 돌볼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청년들이 연애도, 결혼도 자식 낳기도 포기하는 이른바 3포시대가 된 지 오래다. 설령 괜찮은 직업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주거문제와 교육비 문제가 엄청나서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사회 문화가 바뀌어서 부모와 함께 살았던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으로 이동한 지가 오래 됐다.

사실 지금의 노인 중 6.25 태생이 65세 노인이 됐으니, 해방 전, 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70세다. 80세와 90세 노인들은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 한국전쟁과 어려운 60~70년대를 살면서,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자식들을 교육시켜 자식들이 성장하는 데 온 힘을 바친 분들이다. 그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들을 봉양했고 자식들에 헌신했으나, 오늘날 자기들은 이 황량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노년 시대에 불확실한 세상을 희망만을 갖고 뚫고 갈 용기가 부족하다. 물론 정신과 육체도 쇠약해져서, 젊은 시절 같이 일할 수 없는 조건이다. 성인세대와 장년세대들도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노년이 이들과 경쟁하여 일자리를 다툰 다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고, 노인에게 주어진 마땅한 일자리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에 90세 100세 노인들이 많이 증가하듯이, 인간의 수명은 날로 늘어갈 것이다. 그래서 나의 노년기를 앞에 두고 이런 저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노인 문제에 정부와 기업도 종합적인 내용의 법적·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위한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아직까지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내 개인 또한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노년기에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경구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몸과 마음 또한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다. 한편으로 노년이 많아지는 고령 사회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개인의 삶도 비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은 각자 “본인이 느끼는 만큼 나이가 든다”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내가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한 후에 내린 결론을 이렇게 잡는다.

개인적으로 실천해야 할 목표와 사회 직업적인 목표를 다시 한 번 설정하고 실행한다. 개인적으로는 몸이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지 않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우선 쉬운 걷기를 시작으로 주말엔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고 싶다. 또한 이제까지 이상에 치우쳐 살면서 등한시했던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을 더 갖기로 한다. 과욕일지라도 사회 일반의 상식과 나 자신의 관념을 바꿔가기 위해서 65세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자 목표를 세운다.

나는 늦게 시작한 공부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외국의 대학교에서 현지 스페인어로 2년 동안 대학생들을 가르쳐 보았다. 이러한 경험으로 교육 분야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필요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국가 사회의 관심 분야에 대해 늘 깨어있으면서 매스컴의 기고나 직접 참여를 통해서 국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과 아르헨티나와 관련하여 내가 체득하고, 양국에서 맺었던 인적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내 인생이 여러 가지 면에서 늦깎이였기에, 노년은 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는 현업에서 물러나야 하고 또한 새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운 세대라는 사회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작지만 역할을 해 보겠다고 굳게 다짐해본다.

미국에서 노년의 인생 제 2막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단체를 운영하는 마크 프리드만(Marc Freedman)은 인생의 노년기를 열정을 가지고 목적을 실현하며 경제적인 여유도 찾을 수 있는 ‘앵코르 캐리어(encore career)’라고 칭하는 인생의 제 2막을 열 것을 주장한다. 나도 노년기에 들어서서 제2막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각오를 다진다. 나와 함께 노년기에 접어든 분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라고, 고령 사회를 지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우리 국가 사회의 준비와 격려 또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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