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의 트랜스문도-15]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포도주
[박채순의 트랜스문도-15]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포도주
  • 박채순<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6.08.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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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멘도사 주에 대해서 세 번째 여행기를 쓴다. 처음에 ‘멘도사 주의 KOTRA, 프로멘도사(ProMendoza)와 수출 기업들’을, 두 번째 ‘멘도사의 한국(Corea en Argentina)과 한인들’을 주제로 여행기를 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포도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멘도사는 아르헨티나에서 포도와 포도주 생산을 가장 많이 하는 지역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멘도사 주 외에 산 후안, 살타, 라 리오하, 꼬르도바, 까따마르까 주 등에서도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생산한다.

▲ 멘도사 주정부는 관개시설(灌漑施設)로 모든 물을 관리한다. 사진은 멘도사 주 산 마르틴 공원.
최근에는 네우껜, 리오네그로, 엔뜨레리오스, 추붓,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산타페 주 등으로 포도재배 지역을 넓혔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를 포함해 총 24개 주 중 절반인 12개 주가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있다.

이처럼 여러 지역에서 포도가 생산되지만 멘도사 주가 경작 면적과 양조장 수에서 전체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아르헨티나 멘도사는 로스안데스 만년설과 포도주가 연상되는 곳이다. 아르헨티나는 포도주 생산량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 국가다. 칠레는 열 번째 생산 국가다. 아르헨티나는 포도주를 중남미에서 제일 많이 생산하고,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한다.

‘아르헨티나 국립 포도 재배와 포도주 기구’(Instituto Nacional de Vitivinicultura)에 의하면 아르헨티나의 포도 재배 면적은 224,394,000ha이다. 그 중 멘도사가 159,648,000ha이고, 산 후안이 47,394,000ha이다. 아르헨티나 포도주 공장(양조장)은 총 2만5,049개인데 멘도사에 1만6,510(65.9%)개가 있고 산 후안에 5,119(20.4%)개가 있다. 이 두 주의 공장 개수가 아르헨티나 전체 공장수의 86%를 차지한다.

▲ 멘도사 주의 야생 장미열매(Rosa Mosquetasilvestre) 군락. 장미씨와 장미 씨에서 추출되는 장미씨 기름.
왜 이렇게 멘도사가 아르헨티나의 포도 생산에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멘도사의 특수한 기후와 환경에 기인한다. 포도의 생산을 위해서는 일조량이 많아야 하고 수분 공급이 풍부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일조량이 많으려면 비 오는 날이 적어야 하는데, 비 오는 날이 적으면 강우량이 적어서 물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멘도사는 연중 약 300일이 비가 오지 않는 날이어서 일단 일조량이 매우 많은 지역이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을 보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약 150일이다. 두 지역을 비교하면 일조량 차이가 엄청나다. 멘도사 지역의 로스 안데스에는 만년설이 있다. 이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을 저장하고 관리해서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

멘도사 지역은 원래 사막지역이며, 일조량이 길고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는 자연 조건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멘도사 지역의 많은 지역은 강우량이 적어서 건조한 사막 지대 같다. 그런데 멘도사 주정부가 도시 전체의 물을 보존하는 댐을 건설하여 물을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개인이나 농장의 물 관리도 정부가 모두 통제하는 그런 시스템이다.

▲ 중소 양조장.
개인이나 회사가 자기 집이나 농장에서 우물을 파서 물을 공급하고 싶어도 우물을 파는 그 자체도 사사롭게 하지 못하고 정부의 통제 하에 있는 것이다. 멘도사 지역의 전체 물을 주 정부에서 관리 통제하기 때문에, 개인 용수와 농사에 물이 남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이런 인위적인 관개시설(灌漑施設)로 포도재배에 필요한 물을 충분이 공급하여 많은 일조량과 함께 포도재배를 할 수 있다. 멘도사에는 현재 유휴 농토가 많다. 앞으로 관계시설을 활용하면 훨씬 많은 농지에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것이다.

포도생산을 현재보다 20배 이상을 늘릴 수 있어 500만ha까지 재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더 이상 재배 면적을 넓힐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8년에 41억병의 포도주를 수출했지만 2015년에는 수출량이 훨씬 줄어 든 27억병을 수출했다. 2015년의 수출 실적은 미화 8억1,900만달러다.

▲ Bodega Lopeź의 사람 키를 넘는 크기의 양조용 드럼통.
미국에 3억달러를 수출했고, 영국에 8,400만달러를 수출했는데 한국에는 전체 수출액의 0.4%에 해당한 324만8,000달러를 수출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포도 종류 중 말벡(Malbec)이 가장 유명하다. 유럽 등 다른 포도 생산 지역에서는 이 품종의 생산 환경이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포도밭과 양조장 세 군데를 둘러봤다.

일반적으로 하는 중소 규모의 양조장과 한국에도 수출되고 있는 비교적 큰 양조장 Lopez와 유기농으로 포도농사를 지어 유기농 포도주를 생산하는 회사 등 세 군데다. 포도 재배 농장을 가기 위해서 시내 산 마르틴 광장을 지나고, 장미씨가 야생하고 있는 지역을 지났다. 이 산 마르틴 공원은 일찍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한다.

빨강색 열매가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장미씨 기름의 원료가 된다. 이 장미씨를 칠레에서는 상품화해서 유럽 등지로 화장품 원료로 많이 수출한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야생으로 놓아두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남쪽 파타고니아 지방의 리오네그로 주의 바릴로체(Bariloche) 나산마르틴데 로스안데스(San Martin de Los Andes) 등지에는 수 km 지역에 야생장미 나무가 자생한다.

▲ 보데가로페즈 건물의 일부.
중소 포도주 공장도 자체의 농장에서 생산되거나 타 농장에서 구입한 포도를 숙성시키는 지하 창고가 있다. 이 창고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나 주로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고 저장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방문했던 중소기업의 양조장에서는 외부가 콘크리트로 만든 벽 같은 저장 창고와 작은 규모의 오크통의 저장 드럼통이 있었다.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는 포도주 양조장 로페즈(Bodega Lopeź)를 ‘멘도사의 한국 대표’인 장 아나수(Jang Anasu)의 안내로 찾아갔다. 양조장 로페즈는 연 150만리터를 생산하는 큰 양조장에 속한다. 보통 포도주 병이 750ml이니 1년에 2천만병을 생산하는 것이다.

▲ 큰 양조장에는 늘 관광객이 넘친다.
이 양조장은 1898년 이태리 이민자가 경작했던 작은 포도농원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멘도사 양조장 견학을 할 때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이번 여행에서 극히 일부 지역만을 살펴보았지만, 아르헨티나의 농업은 한국에서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컸다. 한인들이 50년 전에 아르헨티나에 이민했을 당시에 삽, 괭이, 호미 등을 가지고 농사를 지으러 이곳에 도착했는데, 엄청난 규모와 농사짓는 방법 등의 차이로 농업이민이 대부분 실패했던 것이다.

물론 3,000ha 이상의 쌀농사를 짓고 있는 아르헨티나 산타페 주(provincial de Santa Fe) 산 하비엘(san Javiel) 농장의 이창호씨 등 성공한 한인들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보니, 유럽 사람들 중에는 아르헨티나 농업의 규모와 환경을 미리 알고 미리 준비를 해서 이민 와 현지에서 농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았다.

▲ 유기농 포도원. 포도 밭에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잡초가 무성하다.
아르헨티나의 라팜파 지역의 비옥한 농토의 농사뿐만 아니라 이번에 내가 방문하고 있는 북부지방의 농사도 그 규모가 컸는데 20여년 경력의 이민자가 많았다. 우리 한국의 오밀조밀함은 여기의 확 트인 농장과 많이 대조된다. San Juan 주와 Mendoza 주에서 보니 그 큰 농장을 이용해서 유기농(Orgánico, 또는Ecologico) 농작물을 많이 생산하고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로 수출을 하는 경우를 보았다. 넓은 농토에서 순수하게 자연 친화적인 농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여 수출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유기농 농산물은 그 종류가 광범위해 심지어 가축 사료원료인 알팔파까지도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7월20일 오전 포도주 전문가인 다니엘 자마르비데(Daniel Zamarbide)씨와 동행해 유기농포도주를 생산하여 수출하는 칼리기오레(Caligiore)라는 농장을 방문했다. 아주 젊은 사장인 구스타보 칼리기오레(Gustavo A. Caligiore)를 만나서 유기농 포도와 포도주에 대해 설명을 듣고 견학했다.

▲ 포도주 전문가인 다니엘 씨와 유기농 포도주 회사 구스타보 사장. 유기농 포도주와 구스타보.
아르헨티나에서 유기농 농산물은 자연친화적으로 비 유기농 농장으로부터 격리하여 재배하고 그 가공과 수확 그리고 주·부산물의 생산 과정에서 전혀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벌써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는 유기농 농산물의 이용이 전체의 1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 등지에는 농토가 좁아서 엄격하게 유기농 제품 생산이 제한되어 아르헨티나 농산물은 많이 수입해 간다는 설명이다.

향후 아르헨티나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건도 이 유기농 농업에 있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물론 포도 재배와 포도주 생산도 마찬가지다. 사막 같은 좋지 못한 자연환경을 인간의 힘으로 설계하여 변경하여 필요한 조치를 함으로써 세계적인 포도 생산지역으로 만든 멘도사 정치인과 주민들의 지혜와 노력을 살펴본 멘도사 주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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