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현의 카불 이야기-2]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
[한도현의 카불 이야기-2]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
  •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승인 2016.09.0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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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방탄 차량을 탄 채 카불 시내를 며칠 다녔다.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 시장도 보고 싶고, 가게에 들러 카불 시내 지도랑 아프가니스탄 관광지도도 사고 싶었다. 사람과 차가 뒤섞인 차도도 걸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보안요원과 코이카 직원들은 그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가니 대통령께서 초청한 팀이니 대사관측에서 우리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쓴다. 차창을 통해서만 도시를 볼 수밖에 없다.

카불의 역사박물관을 옆에 두고 관람할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큰 고통이었다. 며칠 다니면서 거리풍경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다. 간판과 대형 사진이 특히 눈에 잘 들어왔다. 미남형 가니 대통령 얼굴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 사나이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카불 시내 교통요지에는 그의 사진이 담벼락 위에 높이 붙여져 있었다. 그가 입은 옷은 아프가니스탄의 전통 복장도 아니고, 양복도 아니다. 유격대 대장 복장이다. 현지 보안요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존경받는 마수드 장군이라고 했다.

그는 소련 침공 시절에 게릴라 부대를 지휘한 용맹한 전사이다. 그의 별명은 판지시르의 사자(Lion)이다. 판지시르는 그가 활동한 지역이름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북쪽 지방이다. 많은 광물이 매장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판지시르는 다섯 마리의 사자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이 지역의 사람들은 무슬림 신앙심이 깊고 높은 전투력을 자랑했다.

▲ 지도 가운데서 약간 위로 Kabul이 있고 거기서 1시 방향으로 Panjsher(판지시르의 다른 스펠링)가 보인다.
판지시르 지역 주민들이 소비에트 점령군에 맞서 얼마나 끈질기고 용감하게 투쟁했는지는 Fredeirck Forsyth는 소설 <아프간>(The Afghan)에서 생생하게 나온다. 이 책에서 작가는 판지시르의 산악 지대 주민들을 “다루기 어렵고”, “결코 정복할 수가 없었다”고 묘사했다.

마수드는 이 지역의 전설적 영웅이다. 소설 <아프간>에서는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전쟁 지도자’라고 묘사되어 있다(p.100). 마수드가 겪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처절했다. 산악지대 주민들은 소련군대에 강력히 저항했다. “잔인하고 야만적인 전쟁이었다. 포로는 거의 없고 빨리 죽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라고 소설 The Afghan은 쓰고 있다.

▲ 카불 시내에 설치된 마수드 사진.
“산악 부족들은 러시아 조종사를 특히 증오했다. 그들을 생포하면 뜨거운 태양 아래 발가벗겨 말뚝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뱃가죽을 조금 베어 내장이 터져 나오도록 한 다음 죽는 순간까지 햇볕에 익도록 만들었다. 아니면 여자들 손에 넘겨 박피용 칼로 가죽을 벗기게 했다.”(p.104)

참으로 잔인하고도 야만적인 전쟁이다. 마수드의 게릴라부대는 소련에 타격을 입히는 강한 부대였다. 그의 부대와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평화는 아직 찾아오지 않고 있다. 1953년생인 마수드 장군은 소련군이 물러간 뒤 국방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9월 9일에 피살되었다. 불꽃같은 인생의 48년을 마감했다.

▲ 카불 시내의 길거리 가게 모습.
‘해방자에서 폭군으로’ 변한 탈레반에 맞섰던 영웅이 사라졌다. 소설 <아프간>에서는 그를 “소련군조차 존경했던 명석한 게릴라 전사이자, 탈레반 군대를 박살냈던 탁월한 지휘관”(p.137)이라고 쓰고 있다. 카불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마수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가 없는 카불은 테러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판지시르의 사자가 고대했던 카불의 평화, 마수드가 살해된 9월 9일을 마수드의 날로 기념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그 평화는 언제 올 것인가?

▲ 카불 시내의 한 모습, 산비탈에 집이 많이 있다.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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