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의 트랜스문도-18] 사람과 자연을 찾아 나선 마지막 이야기
[박채순의 트랜스문도-18] 사람과 자연을 찾아 나선 마지막 이야기
  • 박채순<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6.09.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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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의 대초원.
인생은 먼 길을 여행하는 나그네와 같다고 했던가? 비록 길게 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일상의 과제로 이행하기 쉽지 않은 한 달 동안의 여행이었다. 7월4일부터 30일까지 26일 동안 배낭 하나만을 메고 나그네 길을 나서 아르헨티나의 북서부 지방을 돌아보았다. 66세, 세상에서 인식하는 노년기에 접어들은 내 자신의 삶과 아르헨티나의 자연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에 안데스 산맥을 끼고 북쪽 지방 8개주 여행을 계획했으나, 도중에 경비와 시간문제로 까따마르까주는 제외하고 7개주를 여행했다. 28일 국립 꼬르도바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29일 꼬르도바주 기업을 방문 한 후 29일 밤차로 꼬르도바시를 출발해 30일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함으로써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천을 보는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의 여행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나니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다.

 
여행 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 17편은 이미 기사화됐고, 늦었지만 18번째인 이 글로 나의 아르헨티나 북쪽 지방 여행기를 마감한다. 이번 여행에 필요했던 경비지원에 대해서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여행에 필요했던 상당한 부분을 지원해 준 우리 동포들 대부분은 자기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 지면을 통해 성함이라도 남기고 싶다.

한국 사회에선 기부 문화가 타 선진국에 비해 일반화되지 않았고, 외국에 이주하여 거주하는 교민사회에서도 기부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다. 여기 열거한 분들은 나의 여행의 취지에 공감하고 선뜻 지원을 해주신 분들이다. 권혁태, 임명식, 천명호, 김칠성, 이세윤, 이흥길, 서상희, 손혜숙, Oscar Atencio, Gabriela Romero Kim, 임성식, 신묘회 일동, 김승모, 강성원 씨 등이 현금으로 지원해 주셨고 후후이의 제일학교 김성엽 목사, 산 후안주의 김준회 선생 등은 그 지역에 숙박한 나의 호텔 비를 지원했다.

▲ 빨간선이 루타 40.
특별히 뚜꾸만주의 Jose Orellana 국회의원과 멘도사의김치봉 사장이 뚜꾸만과 멘도사에 체류했던 여러 날 동안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주었다. 뚜꾸만의 서원장·윤상순 부부, 산 후안의 박상식, 라 리오하의 임성식, 멘도사의 임훈철 목사와 김한술씨는 귀중한 시간을 내주고 식사를 제공했다. 이분들은 내가 하는 작은 일에 큰 가치를 부여해주었고 공동체에 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다.

내 여행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학 강의를 했다. 이번 여행 중에 후후이의 가톨릭대학교, 살타주의 가톨릭대학교, 멘도사주의 국립 꾸죠 대학교와 꼬르도바주의 국립 꼬르도바대학교 등에서 한국에 관련한 강의를 했던 것이다. 계획했던 총 8개주 중 카따마르카를 제외한 7개 중에서 4개주의 대학교에서 특강을 실시했다.

후후이와 살타주의 가톨릭대학교는 평소에 교류를 하던 후후이의 Alejandr Safarov와 살타의 Carolina Romano 교수의 책임 하에 이뤄졌으나, 멘도사 꾸죠대학교의 강의는 멘도사의 친한 그룹인 ‘멘도사의 한국’의 대표 현지인 Jang Anasu주도하에 대학교 당국과 협의해 성사된 강의였다.

국립 꼬르도바대학교 강의는 고 하이메실베르트 교수와 연구소 책임자 Jorge Santarrosa와 연구소와의 인연 덕분이었다. 멘도사의 구죠대학교를 제외하고는 예상보다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로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아르헨티나에 불고 있는 한국과 한국학에 대한 학자들과 학생들의 관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학과 한국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현지인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이들 4개주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3개주의 대학과는 관련을 맺지 못해 강의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한인 동포들과 만났다. 한창 많았던 수에 비해 규모가 축소됐지만 아직도 한인들이 각주의 가장 번화한 지역에서 당당하게 의복 가게를 잘 운영하는 것을 보았고, 현지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

그러나 이민 1.5세대와 2세대가 성장하면서 교민 단체들이 그 조직의 규모가 작아지고 결속이 약해지는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셋째 이번 여행 중 아르헨티나의 자연을 직접 체험했다. 아르헨티나의 북쪽 지방은 자연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이 부족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라 충분하게 준비도 하지 못했다. 비록 일부 지역이지만 후후이, 라 리오하 그리고 멘도사와꼬르도바 등지의 자연을 보았다.

 
많이 아쉬운 것은 특색 있고 아름다운 각 지방의 유명 관광지를 다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살타, 멘도사와 꼬르도바 등의 특별한 자연 광경을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넷째 농산물 수출 진흥과 농업으로 성공한 현지인들. 살타, 멘도사, 산 후안과 꼬르도바 등의 Pro-Cordoba 등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한 기관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 이들의 농산물 수출에 대한 준비와 열정은 마치 한국의 Kotra가 세계에 한국 물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는 듯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의 농업 국가에서 취약한 친환경 유기농을 많이 생산한다는 것이다.

유기농은 좁은 농지에서는 쉽지 않은 농업인데, 아르헨티나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넓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서 유기농 재배가 가능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농업이 차츰 유기농 비율을 높여, 유기농 농산물을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을 했다. 유기농의 재배 면적도 넓히고 있지만, 유기농 농산물 종류도 확대한다. 심지어 유기농 우유나 육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사료 작물까지도 유기농 영역에 포함시켜서 재배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이민자들이 농업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농업에 종사하여 성공한 기업가들이 오래 전에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대부분이지만, 20여년 정도의 이민자들도 빨리 정착하여 크게 성장한 케이스가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 산타파 산 하비엘 농장의 이창호씨 같이 전 세계 한인 중 쌀농사를 가장 많이 짓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1970년대의 정부의 농업 이민정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 동포들은 상업으로 업종을 바꾸어 종사를 하게 됐다.

▲ 여행 중 고속버스 정거장에서.
현재 의복 분야에 동포들끼리 경쟁이 치열한 것을 볼 때 우리 동포들도 농업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농업국가에서 농·축·수산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장차 그런 분야에 진출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성공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장기간 꾸물대던 여행기를 마치고자 한다. 결국 처음 계획한 아르헨티나 현지를 좀 더 생생하게 소개하고자 했던 나의 생각이 나의 무딘 글 솜씨로 마음에 두었던 것을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북부지방 외에 동부와 파타고니아 등 전국의 2/3에 해당하는 지역을 언젠가는 여행하고 싶다.
또 언젠가 실현할지 모르지만 가능하면 아르헨티나의 남쪽 산타크루즈주(Santa Cruz)의 까보비르헤네즈(Cabo Vírgenes)에서 북쪽 볼리비아 국경을 접하는 후후이(Jujuy)주의 라 퀴아까(La Quiaca)를 연결하는 루타 40(La Ruta 40)의 5,194km를 완주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한국에 비해 훌륭한 자연환경을 가진 아르헨티나가 아르헨티나와 인연을 맺은 한 사람으로서 많이 부럽다. 풍부한 자원과 넓고 아름다운 국토를 가진 아르헨티나의 자원과 국토에, 짧은 기간에 산업을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를 이룬 세계에서 예를 찾을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손으로 자본과 기술을 합쳐 두 나라와 국민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더욱 치솟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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