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현의 카불 이야기-3]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지휘하는 인류학 박사, 가니 대통령
[한도현의 카불 이야기-3]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지휘하는 인류학 박사, 가니 대통령
  •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승인 2016.10.17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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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대통령을 직접 뵌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아슈라프 가니(Ashraf Ghani) 대통령이 우리 일행을 초청한 것이므로 대통령 면담은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원래 약속된 날의 면담은 성립되지 못했다. 약속이 제대로 안 잡혔다고 했다.

농촌개발부 장관실을 갔을 때 장관께서 열심히 전화를 하더니 다음 날 만나게 된다고 했다. 치안이 안 좋은 탓인지, 대통령 일정 때문인지 대통령 예방 일정에 혼동이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오후 3시 조금 전에 대통령 궁으로 갔다.

▲ 카불 시내의 길거리에 걸린 가니 대통령 사진.
1차 경비를 통과해 마당에 들어서자 잘 꾸며진 정원이 나타났다. 정문의 반대편 쪽에는 눈에 아주 잘 띄게 큰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아랍어로 돼 있다. 우리를 수행하는 안전요원에게 읽어보라고 했더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혹시 ‘알라는 위대하다’가 아니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면서 나더러 아랍어도 아느냐고 되묻는다.

정원을 지나 두 번째 경비실을 들어서자 핸드폰을 모두 압수했다. 미팅 마치고 나오면 준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못 찍고, 대통령과의 기념사진도 못 찍게 했다. 핸드폰을 압수당하고 대통령실로 연결되는 안뜰에 들어섰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있는 멋진 정원이다. 안내를 따라 대통령 접견실로 갔다. 그동안 만났던 장관님들도 오셨고, 언론인들도 왔다. 새로 도시개발부 장관도 합석했다.

▲ 가니 대통령의 저서 표지.
가니 대통령은 1949년생으로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버클리 대학교와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세계은행에서 고위직을 지낸 국제통이다. Clare Lockhart와 함께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실패한 국가들을 바로잡기(Fixing Failed States)'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탈레반 정권이 막을 내리자 귀국하여 재무부장관, 대통령자문, 카불대학 총장 등을 거쳐 2014년 9월부터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사회경제발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한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에도 아주 관심이 깊다. 2015년에 한국에서 열린 세계새마을지도자대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낼 정도다.

오늘 미팅에서는 산림녹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 일행이 여기에 오게 된 직접 계기는 이경준 교수의 저서다. 가니 대통령께서는 이경준 교수의 책 '박정희가 이룬 기적, 민둥산을 금수강산으로'(Successful Reforestation in South Korea: Strong Leadership of Ex-President Park Chung Hee)를 영어로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오늘 이경준 교수의 책을 직접 들고 와서 한국의 산림녹화 과정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을 했다. 이경준 교수는 한국 산림녹화의 성공 요인을 대통령의 리더십, 주민들의 적극 참여, 주민 참여형 연료림 제도, 산림녹화의 인센티브 제도, 새마을 양묘와 복차 소득 방식 등을 소개하면서 인센티브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께서 나에게 새마을운동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나는 대통령께서 새마을운동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가지신 데 대해 감사드리고, 대통령께서 2015년 세계새마을지도자대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이미 새마을운동의 핵심 내용이 잘 나와 있다고 말씀드렸다.

▲ 대통령 궁 마당에서.
특히 인류학 박사로서 세계은행 등 국제개발기구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므로 농촌개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고 계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동양 고전의 한 구절만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자공이 공자님께 정치의 요체에 대해 질문하자, 공자님께서는 Economy(食), Military (兵), Trust(信) 이 세 가지라고 하시고 이 중에 꼭 한 가지만 택해야 한다면 Military도 Economy도 아닌 Trust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하자 대통령께서는 잘 알겠다고 하셨다. 내전과 테러를 겪고 있는 이 나라에 국가재건이나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데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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