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가 무당한테 돌을 던지는가?
[기고] 누가 무당한테 돌을 던지는가?
  • 이종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6.11.0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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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굿판’ 보도와 사회적 약자로서의 무당
▲ 이종환 객원논설위원

“…모화는 보는 사람마다 너는 나무 귀신의 화신이다, 너는 돌 귀신의 화신이다 하여, 걸핏하면 칠성에 가 빌라는 둥 용왕에 가 빌라는 둥 했다. 모화는 사람을 볼 때마다 늘 수줍은 듯, 어깨를 비틀며 절을 했다. 어린애를 보고도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했다. 때로는 개나 돼지에게도 아양을 부렸다. 그녀의 눈에는 때때로 모든 것이 귀신으로만 비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돼지, 고양이, 개구리, 지렁이, 고기, 나비, 감나무, 살구나무, 부지깽이, 항아리, 섬돌, 짚신, 대추나뭇가지, 제비, 구름, 바람, 불, 밥, 연, 바가지, 다래끼, 솥, 숟가락, 호롱불... 이러한 모든 것이 그녀와 서로 보고, 부르고, 말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성내고 할 수 있는 이웃 사람같이 보여지곤 했다. 그리하여 그 모든 것을 '님'이라 불렀다….”

김동리의 단편소설 ‘무녀도’의 일부다. 필자가 이 소설을 떠올린 것은 최근 ‘청와대 굿판’ 보도를 보면서였다.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메이저 언론은 물론, 유튜브와 SNS에서까지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얘기가 사실처럼 나돌자 박근혜 대통령은 급기야 대국민담화에서 ‘청와대굿판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리는 ‘무녀도’에서 시대의 흐름과 함께 사람들이 믿는 종교의 변화를 그려냈다. 무당을 믿는 시대에서 예수를 믿는 시대로 바뀌는 시기를 무당 모화의 가족사에서 찾아내 소설로 그려낸 것이다.

무당으로 대표되는 샤머니즘은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믿음이다. 주변의 모든 사물에 다 정령이 있다는 것은 서양의 요정이야기에서도 확인된다. 종교 발생의 역사로 보면 주변의 모든 사물이 사람과 비슷하게 다 ‘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샤머니즘이 맨먼저다. 김동리의 무녀도 내용과 같은 것이다.

불교는 사후세계를 체계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샤머니즘과 다르다. 샤머니즘은 사람이 죽어서 저승세계에 가야 하는데, 한이 많아서 가지 못하고 있는 ‘혼령’들을 불러내고 달래면서 귀신도 쫓고 병도 고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서 ‘윤회’를 통해 개나 돼지로 태어난다고 하거나 ‘지옥’ ‘극락세계’ 등을 보다 구체화했다.

유교도 ‘귀신세계’를 인정한다. 조상에 제사를 지내고, 종묘와 사직에도 제를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후세계는 모르는 세계이니 이러쿵저러쿵하지 말자는 게 공자의 입장이었다. 귀신은 있다고 인정하되, 귀신세계를 왈가왈부하지 말자는 원칙을 공자가 세운 것이다. 참고로 고대중국에서는  사람한테 혼백이 있어서 사후에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귀신과  관련해서는  힘이 약한 것은 귀,  센 것은 신이라고 했다.

기독교로 오면 세상을 주재하는 조물주가 나온다. 조물주는 사람처럼 희노애락을느끼고, 때로는 피조물인 사람을 시험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들을 땅으로 내려보내 ‘구원’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따르는 사람한테는 ‘천국’으로 가는 길도 열었다. 기독교는 종파가 다르면 이단이 되고, 믿지 않으면 이방인이 된다. 그런 기독교가 한국에 상륙하던 시기를 그린 소설이 무녀도다.

최근 나온 ‘청와대 굿판’ 보도들을 보면서, 무당 혹은 굿판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샤머니즘을 ‘종교’라고 하면 무당은 소수 종파다. ‘굿판’을 직업으로 생활하는 경제인으로 보면, 마이노리티 직업 종사자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들 중에는 스스로 의도해서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녀도의 모화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관련없이 무당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마이노리티인 ‘무당’들이 ‘청와대 굿판’ 보도를 보면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피해나 상처를 입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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