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미국 대통령 선거 날이 다가왔다
[Essay Garden] 미국 대통령 선거 날이 다가왔다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6.11.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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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미국에서 살면서도 고국으로 돌아가는 귀향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영주권자로서 생활한 적이 있다. 미국 의학계에 이름을 날리던 오빠도 시민권을 한동안 받지 않았고, 이웃집의 캐다나 출신 미국대학교 교수님도 영주권으로 살아가는 걸 보아온 탓도 있었다.

또, 보트피플 출신 베트남인들이 고국이 공산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바뀌면 돌아가고 싶다며 생활비를 아끼면서 저축하고 살았듯이,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재미동포들도 그런 생각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비록 피치 못한 사연으로 외국에 나가 살더라도 모국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다면 오히려 더 멋진 애국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혜택이 많은 시민권을 신청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시민권자가 되어 살고 있다.

시민권을 받은 후, 제일 반가운 일은 미국 대통령과 정치인 그리고 국민발의안에 대한 투표를 행사하는 일이었다. 선거를 마치면 어느 나라 사람들이 투표를 했는가에 대한 집계가 나오기에 소수민족이지만 자부심도 갖게 됐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한 우리 동포들은 투표율이 낮은 편이다.

그래도 요즈음은 한인차세대들이 정계에 관심을 많이 갖고 직접 참여하고 있어 기쁘고 반갑다. 로스앤젤레스 시에는 젊은 한인 시의원들이 있고, 새크라멘토에 있는 주정부에는 여성 한인 국회의원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한인들이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어 한국인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두 달 전쯤인가, 공책 크기만한 선거 안내 인쇄물이 집으로 배달됐다. 220페이지의 두툼한 영어 설명을 모두 읽으려니 내 머리가 아팠다. 글자를 모르는 문맹인이 아직도 많은 점은 감안하면, 미국인들이 선거를 기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영어를 잘하지 못해 답답한 나는 투표할 때면 뜻이 같은 이웃에게 물어가면서 국민발의안에 대한 답을 도움 받곤 했다.

다행히 남가주에는 우리 동포를 위한 미주 한국일보와 중앙일보가 있다. 예전에는 며칠 늦게 우편으로 받았지만, 지금은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편리한 세상이다. 미국 선거에 대한 도움 되는 안내 글들도 있어 신문사에 감사하며 꼼꼼히 읽어 본다. 이렇게 조금 돈을 지불하면 신문과 텔레비전이 고국과 미국 그리고 글로벌 뉴스를 생생하고 빠르게 알려준다.

내일은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해 17개나 되는 국민발의안에 대해 투표하는 날이다. 필자는 미리 선거하고 싶어 샌디에이고의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중앙투표소로 갔다. 주차할 자리를 찾을 수가 없고, 계속 들어오는 긴 차량행렬도 놀라웠다. 드디어 운 좋게 주차하고 투표소로 걸어갔다.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건물 안팎으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 두어 시간 안에는 투표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야외 의자에서 점심을 먹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아침부터 유별나게 사람들이 몰려오는 장사진이라고 한다. 올해는 거짓과 막말을 일삼는 재벌 사업가 트럼프와 최초의 여성대통령 후보로서 정치경력이 있는 클린턴 여사와의 치열한 맞대결이 펼쳐졌다. 하루 빨리 나도 선거 결과에 숫자를 더해주고 싶었건만, 화요일인 내일 가까운 동네 투표소로 가기로 하고 그냥 돌아와야만 했다. 날마다 먹고 살기 바쁘건만 중앙투표소에는 미리 투표를 하려는 남녀노소가 몰리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는 광경을 보니 흐뭇하기도 했다.

남가주는 이미 알려진 민주당 표밭이라 소수민족인 우리가 살기에는 조금 마음이 편안한 곳이다. 선거 날을 휴일로 만들어 놓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평상시와 같이 직장에 나가 열심히 일하며 많은 시민들이 투표한다. 미국에 살면서 나는 참으로 배우고 느끼는 게 많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국제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고국 한국을 잠시 생각해 본다. 이웃 나라로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공산주의 중국과 역사를 부정하며 경제부국을 되찾겠다는 아베가 이끄는 일본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존재는 현재 안전한지 깊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미자의 미주문학서재 http://mijumunhak.net/mi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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