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23] 신안 해저보물선
[아! 대한민국-123] 신안 해저보물선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6.12.3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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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323년 중국 저장성 경원(현 닝보)을 출발한 무역선은 최대 길이 34m, 폭 11m, 중량 200t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으로, 배 안에는 고급 중국도자기와 칠기, 금속공예품이 실려 있었다. 일본의 하카타(博多)항으로 향하던 배는 태풍 같은 기상재해를 만나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1975년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어로 작업을 하던 어부의 그물에 청자, 꽃병 등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오면서, 서해안 갯벌 깊숙이 파묻혀 있던 선박이 650년 만에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수중발굴이 시작되어 11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유물 2만 4천여 점과 28톤에 달하는 동전 약 800만개가 확인되었다. 대한민국 수중 고고학을 일깨운 신안 해저보물선이 바로 그것이다. 발굴에는 해군함정과 잠수부가 투입되었고, 선체를 끌어올리는 데만 7년이 걸렸다.

발굴된 도자기 2만여 점 가운데는 중국의 저장성 용천요 생산품이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려청자 7점도 함께 발견되었는데, 이는 고려청자가 14세기 한·중·일 3국에서 중요한 교역품의 하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발굴 당시 배 바닥에는 자단목(紫檀木) 1,000여 본이 깔려있었고 동전 800만개가 촘촘히 채워져 있었다.

자단목은 목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고급가구 또는 불상을 만들 때 사용되는데, 인도 등지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수출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동전은 서기 1세기 중국 신(新)나라 때 발행된 화천부터 1310년 원나라 때 발행된 지대통보까지 66건 299종이 확인되었다. 동전과 자단목은 배의 무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이 밖에 금속기, 칠기, 유리제품, 약재 등이 다양하게 출토되었다. 이들 유물은 그 동안 수심 20m 안팎의 깜깜한 뻘 바닥에 묻혀 있었는데 산소공급이 적은 탓에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는 동아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대량으로 수출될 만큼 최상품이었던 중국도자기가 청자, 백자, 청백자, 녹유자기 등의 종류별로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어, 당시의 도자문화의 수준과 교류, 그리고 교역상황을 헤아리게 해준다.

신안해저선의 발굴 소식을 듣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유물들을 보관 전시할 전용 박물관을 세울 것을 지시하여 탄생된 것이 1978년에 건립된 광주박물관이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동아시아의 국제관계, 경제와 교역, 문화교류 등에 관한 학문연구 역량이 부족하여, 광주박물관으로의 유물 인계가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그 사이 80년대에 전남권에서 백제와 마한시대의 유물이 속속 발굴되자 광주박물관은 백제·마한 박물관으로 그 실제적인 정체성이 바뀌었다.

거기다 1994년 최종적으로 인양된 신안해저선의 인양 전시를 위해 문화재청이 목포에 전시관을 새로 만들면서, 신안 해저유물들은 광주박물관, 목포전시관, 그리고 서울과 지역에 산재한 국립박물관 수장고 등 성격이 다른 세 기관에 분산되어 있었다.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은 2016년 7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해저유물 2만 3천여 점을 모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을 열었다. 이 특별전은 당시의 해상 실크로드로 불리는 도자기 교역로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엄청난 물동량이었는지, 그리고 동아시아 문명교류와 문화 수준의 깊이를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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