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24] 신라의 미소
[아! 대한민국-124] 신라의 미소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01.1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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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옛 우리네 기와집을 보면 기왓골이 끝나는 막을 목을 조각된 기와로 장식하고 있는데 이를 막새라고 한다. 막새에는 귀면(鬼面) 막새와 화사하게 웃는 인면(人面) 막새가 있다. 귀면 막새는 병과 불행을 몰아오는 악령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눈을 부라리고, 이빨을 드러내어 공갈하기 위함이요, 인면 미소 막새는 그 악령을 미소로써 환대하여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1932년 경주 사정동 영묘사 터에서 독특한 와당 한 점이 발견되었다. 당시 일본인 골동상들의 관심이 이 와당에 쏠렸다. 이 와당은 얼마 뒤 경주 시내의 일본인 골동상 구리하라에게 넘어갔다. 그때 경주의 야마구치 의원에서 공중의로 일하던 다나카 도시노부가 이 소식을 들었다. 신라의 와당은 연꽃무늬로 장식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와당에는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27세의 청년 다나카는 곧바로 골동가게로 달려가 주저 없이 당시 돈 100원을 주고 그 와당을 구입했다.

2년 뒤, 학술지와 조선총독부 기관지 등에 이 와당이 소개되었다. “여자의 웃는 얼굴을 조각한 회백색 기와, … 신라 와당 중에서도 아직까지 볼 수 없었던 희귀하고 섬세한 문양이 특히 이색적”이라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얼굴 무늬 수막새(7세기경)였다. 지금 우리가 ‘신라의 미소’라고 부르는 와당이 바로 그것이다.

언론인이었던 이규태는 석굴암의 석가여래상은 눈매며 입술이며, 부분 부분을 따로 떼어 보면 조금도 웃고 있지 않는데, 얼굴의 모든 부분을 통관(統觀)하면 웃음이 배어있는 조용한 미소인데 반하여 이 와당의 미소는 부분부분 어디를 떼어보아도 웃음이 감지되는 그런 미소라고 했다.

이 와당을 구입한 다나카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얼굴무늬 수막새도 함께 가져갔다. 하나 밖에 없는, 멋진 수막새가 한국 땅을 떠난 것이다.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다. 1964년, 이 와당을 기억해 낸 사람이 있었다. 박일훈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장이었다. 그는 조선총독부 기관지에 이 와당을 소개했던 오사카 긴타로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 와당의 소재를 찾았다. 오랜 수소문 끝에 다나카가 일본 기타큐슈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얼굴 무늬 수막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일훈은 다나카에게 편지를 보내 얼굴무늬 수막새의 반환을 간절하게 부탁했다. 오사카도 옆에서 적극 거들었다. 드디어 다나카의 마음이 움직였다. 1972년 10월, 다나카는 직접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아와 와당을 기증했다.

이 얼굴무늬 수막새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살구씨처럼 생긴 시원한 눈매, 약간 큼지막한 콧대, 수줍은 듯 해맑게 웃음짓는 입… . 그 미소는 쑥스러운 듯 하면서도 살짝 관능적이다. 건물의 지붕 처마를 죽 돌아가며 이런 미소 짓는 여인의 얼굴로 장식한다는 것을 한번 상상해 보라. 그 낭만과 그 파격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30년대 천년고도 경주에서 우리는 그렇게 ‘신라의 미소’를 만났다. 일본인 의사 다나카가 당시 근무했던 경주의 야마구치의원 건물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경주경찰서 맞은 편에 위치한 화랑수련원이 그 건물이라는 것이다. 문화유산학 박사 이광표가 들려주는 얼굴무늬 수막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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