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멀티재능… 재일동포 3세 여배우 홍명화 씨
꽃 피는 멀티재능… 재일동포 3세 여배우 홍명화 씨
  • 민단신문
  • 승인 2017.01.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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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시마유우시(小田島雄志) 번역 희곡상 수상

2016년에 상연된 작품 중에서 뛰어난 번역 희곡을 제공한 역자에게 수여하는 ‘제9회 오다시마유우시 번역희곡상’을 박근형(朴根亨)의 작품 ‘대대손손 2016’(각본·연출: 시라이케이타)과 장진 감독의 작품 ‘웰컴 투 동막골’(연출: 히가시켄지)을 번역한 재일한국인 3세 여배우 홍명화(洪明花) 씨가 수상했다. 한국어(또는 아시아권)의 번역희곡 수상은 처음으로, 홍 씨는 두 작품에 배우로서 출연도 하고 있다. 지난 10일 도쿄 토시마구의 ‘아울 스팟’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홍 씨를 만났다.

▲ 오다시마유우시 번역희곡상을 수상한 홍명화 씨.

“언젠가 무용가 최승희를 연기하고 싶어”

시상식 인사에서 홍 씨는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본명(한국이름)으로 살아온 생각과 더불어 이번 수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부모님은 웃음과 눈물이 섞인 그의 수상소감 발표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때때로 눈시울을 붉히며 홍 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희곡 번역을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이며,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작품을 맡았다. 그는 웃음이나 방언이 지닌 매력을 앞세우는 일본어 표현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저자의 생각을 어디까지 전하고 의역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 작품에 임할 때마다 망설임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홍 씨는 오사카 이쿠노구 출신이다. “여자는 대학보다 단기대학, 또는 맞선을 통해 시집을 보내고 싶다”는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오사카 예술대학 연극과를 소망했지만, 아버지가 반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학교 졸업 후 홍 씨는 계책을 세웠다. 어릴 적 배운 피아노를 통한 입학이다. 스스로 선생님을 찾았고 부모님에게 그 진정성을 어필했다. 피아노라면 좋다는 아버지의 승낙을 얻어냈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 2학년부터는 당초 계획대로 행동에 나섰다.

당시 대학에 재학하며 활동 중이던 배우 후루타 아라타 씨와 와노아키 씨와 친교를 나누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후 타츠미 타쿠로 씨, 나마세 카츠히사 씨가 좌장을 맡은 극단 ‘소토바 코마치’ 오디션에 합격했다. 홍씨는 학업보단 배우의 일을 우선시했지만 이후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휴단하고 대학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홍 씨는 24살에 결혼하기 전 서울의 국제교육진흥원(현 국립국제교육원)에 2개월간 유학했다. “연극을 그만둔 후 뭔가 열중할 수 있는 꺼리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귀국 후에는 효고 한국상공회의소에 근무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계속했다. 전환기가 찾아온 계기는 이혼 후 뉴질랜드에서 프리스쿨을 운영하는 삼촌이 뮤지컬을 해보자며 그를 불렀을 때부터다. 영업에서 안무, 연출까지 도맡았다.

이 경험을 통해 홍 씨는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연기에 대한 생각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결국 근성이 없어서 그만 둔 연극을 다시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2002년에 상경한 후 소극장에서의 활동을 거쳐 2003년부터 13년간 극단 유니포인트에 있게 됐다. 2004년,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 출연이 인연이 돼 극작가 및 연출가 정의신 씨 등 재일동포 연극인도 다수 알게 됐다.

그 전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투쟁해 온 재일동포 커뮤니티와는 멀어지고 있었다. 재일동포 연극인과의 교류를 계기로 2005년에 소속 극단 최초의 한국 공연에 이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2014년 문화청 국비유학을 통해 1년간 체류한 한국에서 박근형 씨 등 연극인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의 번역과 관련해 “슬픔과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는 한국 연극을 소개하고 싶고, 공동 제작도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전설의 무희’ 최승희를 소재로 한 1인 연극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한국 무용을 계속해 왔고, 지난해 1월에 1인 연극을 펼쳐 보인바 있다. 올해부터 배우 이름도 ‘명화’로 고쳤다. 사회, 내레이션, 통역, 번역 등을 소화하며 전천후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빛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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