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필리핀 현직 경찰관들에 의해 발생한 한국인 사업가 지모 씨 납치·살해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1월23일 성명을 통해 생명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필리핀 신임 대통령(로드리고 두테르테) 취임 이후, 필리핀 정부가 마약단속 시 경찰관에게 즉결처분을 허용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2월까지 6,000여 명이 경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필리핀 공권력에 의한 살인 및 강력 범죄 등으로 매년 우리 국민 10여명의 생명권이 침해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고한 우리 국민에 대한 납치, 살해, 몸값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2월, 현지 여행가이드와 공모한 필리핀 경찰이 한국인 관광객 4명을 마약소지혐의로 납치·억류하고, 몸값을 받은 뒤 풀어주는 사례가 있었고, 필리핀 현지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2016년 6월 이후 유사 사건이 최소 11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는 “이러한 사건들은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보편적 인권기준을 무시하고 생명권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유엔이 인권과 함께 강조하고 있는 법치주의의 원칙까지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며, 헌법 제2조 제2항은 국가의 ‘재외국민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또, 세계인권선언 제3조와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제6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며,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박탈당하지 아니함을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우리 정부에게 자국민 보호를 강화하고, 필리핀 정부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국가 차원의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촉구한다”며, “필리핀 내 광범위한 생명권 침해 문제에 대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과 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포럼(APF) 등을 통한 국제사회 공론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