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럽] 바르샤바서 읽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독서클럽] 바르샤바서 읽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남종석 전 월드옥타 바르샤바지회장
  • 승인 2017.01.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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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남자들에 대한 조언··· “사회적 관계 내려놓고 자신과 마주할 시간 가져야”

▲ 남종석 전 월드옥타 바르샤바지회장.
한국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연말에 바르샤바로 놀러왔다. 지난 가을학기에 대학을 졸업한 딸과 겨울 방학을 맞이한 아들이다. 유난히 춥고 긴 바르샤바 겨울이지만, 이곳에서 자란 애들이라 고향을 찾아온 셈이다.

나는 폴란드에 산 지 올해로 20년이다. 하지만 아직도 바르샤바의 겨울은 견디기가 쉽지 않다. 12월부터는 아침 9시쯤에야 밝아지고 오후 3시만 넘으면 어둠이 깔린다. 화창한 해를 볼 수 있는 날도 많지 않다.

폴란드에 쇼팽, 퀴리부인, 코페르니쿠스, 생케비치 등 예술가, 과학자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춥고 긴 겨울날씨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다.

폴란드의 보통 남자들은 긴 겨울을 보드카와 함께 지냈다. 보드카와 관련해서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폴란드에 관광온 어떤 미국인이 폴란드 남자들은 술을 잘 마신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바에 갔다. 그는 보드카 5병을 다 비운 폴란드 남자들에게 다가가서 제안했다. 보드카 1리터 한 병을 ‘원샷’하는 사람에게 1000달러를 준다고 했다.그러자 한 남자는 기권하고, 다른 남자는 망설이는 사이, 또 다른 남자가 슬쩍 나갔다가 들어오더니, 40도 보드카 한 병을 손쉽게 마셔버렸다는 것이다. 그 미국인이 약속대로 돈을 주면서 왜 나갔다 왔냐고 물어보자, 한 병을 원샷해 본적이 없어 옆 술집에서 가서 급히 한 병 마셔보고 왔다는 얘기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폴란드 남자들의 보드카사랑을 읽기에는 충분한 일화다.

폴란드에 우리책이 귀하다는 것을 알았든지 아이들이 바르샤뱌로 올 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김정운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한다>라는 책이었다. 만으로 50세에 접어들면서 “앞으로는 꼭 하고 싶은 일만하고 살겠다”는 결심아래 안정적인 정교수직을 때려치우고 일본으로 그림 공부하러 떠나서 쓴 책이었다.

남자들에게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은퇴하고 30년 이상 남은 인생과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도 큰 고민꺼리다. 김 교수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사회적 체면과 관계를 내려놓고 자신과 마주할 시간, 격하게 외로운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삶을 바꾸는 방법은 첫째 사람을 바꾸는 거다. 항상 같은 사람들을 만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장소를 바꿔야 한다. 장소가 바뀌면 생각과 태도도 바뀐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바꾸는 것이다. 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가 생기면 공부하게 된다. 새로운 사실을 깨치고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관심을 바꾸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관심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삶의 장소도 바뀌기 때문이다.”

▲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저자 김정운, 21세기북스, 344 페이지.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구절을 또 적어보자. ▲여자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지 않는다: 여자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오히려 다른 여자 때문에 화장을 한다. 남자들은 착각하지 말자. ▲불안하면 숲이 안 보인다: 불안할 때는 아주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좋다. 친구가 없으면 책을 벗 삼고 책을 열심히 읽자.▲왜 그래, 아빠같이: 중년사내들은 은퇴 후에 멋진 캠핑카로 온 세상을 마음껏 여행을 하는 꿈을 꾼다. 불을 피우기 위함이다. 원시시대부터 불속에서 인류역사가 발전하고, 소통이 이루어졌다. ▲비데와 휴지: 비데가 나왔지만 휴지는 여전히 필요하다. 품질을 높여야 한다. ▲행복은 아주 느린 거다: 느리게 걷고, 천천히 말하며,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박찬욱 영화감독의 가훈은 “아니면 말고” 란다. 박종진 앵커의 가훈은 “콜”이라고 한다. 우리 집 가훈을 무엇으로 정해야 하나? 올해의 화두이다.

저자는 “평균수명 50세 시대에 만들어진 가치로 100세 시대를 살려고 하니, 다들 그렇게 힘들고 불안한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게, 용기를 내서,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행동하라”고 질타했다. 중년의 우리들에게 온몸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책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이 첨가돼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문학, 미술, 음악, 심리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중년의 고독, 삶의 재충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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