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25] 제주해녀
[아! 대한민국-125] 제주해녀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02.1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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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6년 11월30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되었다. 일본의 아베 총리 부부가 총력을 기울여 등재시키려 했던 일본의 잠녀 ‘아마’를 제치고 제주해녀가 “감사받을만한 물질 기술로 생계에 기여해 여성의 권리를 신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등재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로써 제주해녀는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 유일의 ‘여성 다이버’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획득한 것이다. 이번에 등재된 제주해녀 문화의 공식 명칭은 Culture of Jeju Haeneo(women diver)다.

산소통도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집단은 전세계에 한국의 제주해녀와 부부가 2인1조로 물질하는 일본의 ‘아마’뿐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제주해녀를 무형유산으로 선정한 것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해녀의 가치와 자원을 보호하면서 생업활동을 한다는 점과 불턱(돌담을 쌓아 바람 막은 곳)과 할망바당(할머니 바다)으로 상징되는 공동체와 배려 문화가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불턱은 해녀들이 잠수복을 갈아입는 탈의장이면서 동시에 바다에서 나온 해녀들이 불을 지펴 몸을 녹이면서 물질 기술을 전수하거나 회의를 하는 공동체의 장소이며, 할망바당은 나이 많고 체력이 약한 고령의 해녀들을 배려하여 조성한 곳을 일컫는다.

제주의 해녀와 관련된 기록은 삼국사기에 최초로 보인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문자왕 13년(503년)조에 “전복에서 나온 진주가 섭라(涉羅)에서 생산된다”는 구절이 있다. 당시에도 해녀와 같은 이들이 제주에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해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나라에 공물로 바칠 전복을 따야 했기 때문이었다.

「광해군일기」 1608년 기사에 의하면 “전복을 잡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로 종일토록 바닷 속에 들어가도 겨우 한 두 개를 건질 뿐”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전복을 캐는 것은 주로 포작인(浦作人, 제주방언으로는 보재기)으로 불리는 남자들의 일이었고, 여성들은 주로 미역을 땄다.

1601년 제주도에 어사로 파견됐던 김상헌(1570~1652)의 「남사록」에는 “포작하는 자들은 홀아비로 죽는 자가 많다. 본주(本州)에 바쳐야 할 전복의 양이 많은데다 관리들의 횡포가 심하여 그 고역을 견디지 못하여 제주도에서 전라도, 경상도 해안으로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1694년 제주도에 부임한 목사 이익태는 전복을 딸 수 있는 남자가 급감하자 미역을 따던 해녀들에게도 전복을 캐어 바치도록 했다. 이때부터 전복을 따는 사람을 뜻하는 ‘비바리’가 해녀를 가르키는 말로 굳어졌다.

10m 이상의 깊은 바다를 주무대로 하는, 물질 실력이 가장 뛰어난 해녀를 상군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바다에 들어가면 한번에 3~5시간 동안 물질을 하며, 하루에 300~400번의 잠수를 한다. 제주에 등록된 해녀는 1965년 2만 3,081명, 1970년 1만 4,143명, 1980년 7,804명에서 현재 4,377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그 가운데 50대 이상이 4,314명이나 된다.

최근 들어 해녀학교가 설립되어, 직업 해녀 양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무형유산을 옛 것 그대로 보존,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당당히 현실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국가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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