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랑스인들의 한국문화 사랑
[기고] 프랑스인들의 한국문화 사랑
  • 조남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승인 2017.02.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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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내가 파리 남동쪽에 위치한 깨끗하고 예쁜 도시, 서양식 겨자 제품의 산지로 널리 알려진 디종(Dijon)의 한글학교 설날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은 완전히 우연이었다. 내가 이곳에 들른 이유는 부르고뉴대학교의 초청으로 몇 번의 특강과 연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브루고뉴의 주도인 디종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였다. 관광경영을 가르치고 있는 안네마리레브런 교수와 시내를 돌아보고 잠시 들른 이 곳 유일의 조그만 한국 식당에서 우연히 한글학교 교사로 있는 젊은 여성을 만났다. 그 여자 분으로부터 며칠 남지 않은 한글학교 설날 행사에 들러 보시면 좋겠다는 제안을 듣게 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음력을 사용하지 않는 프랑스에서는 설날이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글학교의 설날 행사는 일요일에 진행됐다. 비교적 작은 도시이고,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대를 가지지 않고 내가 머물던 대학교 게스트하우스와 시내 중심가 사이에 위치한 행사 장소를 찾아갔다. 화려하지 않은 지역 회의 공간을 발려 준비된 행사장에 들어선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수가 예상보다 매우 많은 것이 첫 번째 놀라움이었다. 두 번째는 약 120여명 되는 참석자 중에 전형적인 한국인의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이 두 번째 놀라움이었다. 한글학교의 교장인 노선주 선생의 설명에 의하면, 이들은 주로 한국에 관심이 있는 프랑스 현지 사람들, 프랑스에 이주하여 현지인과 결혼한 한국인 및 그 식구들, 오래 전에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과 그 자손들, 그리고 한글학교 교사들처럼 디종에 살고 있는 몇 되지 않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한국어에 매우 서툴거나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 만큼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특히, 한국인과 프랑스인을 부모로 둔 젊은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케이팝 음악과 댄스는 물론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주로 한국인 부모를 두고 있는 미국의 한글학교 분위기는 미국에 수년을 살았던 내게 익숙한 풍경이었으나, 이국적인 외모에 한국어도 서툰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보여준 열기와 케이팝 공연은 내겐 색다른 놀라움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많은 한국의 화려한 음식과 문화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떡국과 잡채, 김밥과 부침, 그리고 제기차기 정도의 수준을 넘지 않는 행사 내용이었다. 물론 현지에서의 후원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한글학교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조성된 한국에 대한 현지 젊은이들의 커뮤니티, 관심, 그리고 열기를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 디종한글학교 설날 행사.
내가 만난 한 여자 분은 프랑스 대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현지인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을 데리고 디종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와인 산지 본(Beaune)에서 이 날의 설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조금만 더 이루어진다면 이런 사람들의 조직화된 참여로 더욱 수준 있는 한국 문화의 소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유럽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에 널리 그 명성과 제품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수의 대기업들을 제외한 한국의 대부분 중소, 중견 기업들은 아직도 세계화와 현지화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작금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벗어나 수많은 견실한 중소, 중견 기업들이 뒷받침하는 탄탄한 선진형 경제구조로 이행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도유망하고 세계화된 중소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와 기술, 제품에 높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양성을 갖춘 한글학교의 젊은이들과 같은 인재들이 우리의 문화와 제품을 널리 이해시키고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디종 한글한교의 활발한 활동에 경의를 보내며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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