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객산동(好客山東·Friendly Shandong)의 열정과 인정이 있는 곳”
닭이 울면 인천에서 들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 산동성(山東省)은 지리적 근접성만큼이나 교류의 역사도 깊다. ‘한상(韓商)’의 원조로 불리는 해상왕 장보고(張保皐)의 신라방(新羅坊)도 이 지역에 있었다. 장보고가 산동성 웨이하이(威海) 적산(赤山) 기슭에 처음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진 법화원(法華院)에는 장보고 기념관과 동상이 건립돼 있다.
장보고의 기상이 숨 쉬는 산동성은 한국과 가까워서인지 몰라도 자연환경은 물론 사람들도 낯설지 않은 듯하다. 2015년 4월 주칭다오총영사로 부임한 이수존 총영사는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부임 후 1년 동안 지난(濟南) 열일곱 번을 포함해 각 도시를 수차례 방문한 것을 합하면 총 4만여Km, 지구를 한 바퀴 돈 셈”이라며, “방문하는 곳마다 풍성한 대접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술 ‘바이주(白酒)’를 너무 많이 권해 힘든 때도 있었지만, ‘好客山東(Friendly Shandong)’의 열정과 인정미를 몸소 체험한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지속적인 협력과 신뢰를 통해 정치외교, 경제·무역, 역사·문화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교류를 해왔으나, 최근 사드 배치 등의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수존 총영사는 “작금의 어려움은 양국이 그간 다져온 우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교류를 확대·강화하고, 긴밀한 협조관계를 튼튼히 다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한중관계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산동성은 지리적 근접성과 경제적 보완성, 문화적 친밀성 등으로 제조업 등 기존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문화·IT·금융·전자상거래·물류·실버·관광 등 서비스분야에서도 다른 어떤 지역보다 협력 공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관계에서 산동성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산동성 간 교류협력을 위해 총영사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족여성협회 통역봉사 서비스, 재외국민들에게 큰 호응”
이수존 총영사에 따르면, 수교 이전인 1989년 한국 스피커 제조업체인 ‘토프톤전자’가 중국진출 1호 한국기업으로 칭다오(青島)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약 1만개에 달하는 한국 기업들이 본격 진출했고, 재외국민도 13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외국민 수는 8만명으로 감소했고, 상당수의 중소기업들도 철수함에 따라 현재는 약 4,100개의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대(對)산동성 투자는 견실히 유지되는 추세이며,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한미약품 등 의료약품업계도 진출했다.
산동성에는 칭다오(青島),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煙臺), 지난(濟南), 르자오(日照), 웨이팡(濰坊) 등 총 9개의 한인회가 결성돼 활동하고 있으며, 한중친선협회 중국지회, 재중국한국공예품협회, 한중의료단, 산동성한인축구연합회, 박약회 중국지회 등 다양한 직능단체들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약 20만명의 조선족 동포들이 산동성에 거주하고 있으며, 2천여개의 다양한 업종의 조선족 기업들도 활약하고 있다.
한·중 양국을 수시로 오가는 무역인들 외에도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재외국민들이 많기에 산동성 지역에서 발생한 재외국민 사건사고 건수는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수존 총영사는 “2014년 533건, 2015년 572건, 2016년 594건이며, 전 세계 여타 재외공관과 비교해도 사건사고 발생건수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라고 밝혔다. 더구나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인터넷파밍 등 범죄목적으로 유입되는 젊은층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과 관련된 마약, 공범 상호간의 폭행·감금·납치, 국내가족들과 연락두절로 인한 실종신고 등 총영사관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사고 관련업무는 끝이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사건사고 접수 초기부터 현장 출동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365·24(365일·24시간) 시스템’은 주칭다오총영사관이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재외국민보호 업무수칙이자 노하우다. 현장 출동 외에 현지 관계기관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유지, 영사협력원 정기교육 등으로 사건사고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총영사는 “재외국민 사건사고 발생시 언어문제에 기인한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칭다오조선족(기업인)여성협회와 지난해 9월 MOU를 체결해 협회 회원 25명을 통역봉사원으로 위촉했는데, 재외국민에게 양질의 통역 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자주 발생하는 범죄피해 및 사건사고 패턴을 분석해 총영사관 홈페이지 및 한인관련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안전공지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매년 상·하반기 각 지역 한인회를 방문해 임원 및 재외국민안전분과 위원을 대상으로 안전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산동성 진출 희망기업, 하급도시별 핵심정책 고려할 필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문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수존 총영사는 “특히 중국기업과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현지 기업과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현지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우리기업들의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라고 전했다. 현지진출 우리기업들 중에서 제조업체들은 R&D, 마케팅 자금지원 등의 수요가 많고, 금융기업은 우리기업과 협력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금융환경 조성에 대한 요구가 많다고 한다.
이 총영사는 “중국시장 수요는 크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만한 시장이 결코 아니다”며,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영사관, KOTRA, 기존 진출기업, 실패기업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자문과 스터디 등을 통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산동성은 하급 도시별로 핵심 추진정책이 상이하다. 이 총영사는 “예를 들어 칭다오시 서해안신구는 전자상거래 시범지역, 웨이하이시는 인천과 FTA 자유무역구 시범지역, 옌타이시는 한중산업단지로 지정돼 있다”며, “이들 도시들은 유관분야 투자유치에 적극적이기에 이를 적극 활용해 진출전략을 수립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총영사관은 중국인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하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한 해 30여개의 공공외교 활동을 펼쳤다. 올해도 친한(親韓)외국인 기반구축, 한류콘텐츠 교류, 스포츠 및 정책‧통일 공공외교 활동 강화, 한국 유학박람회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서포터스 프로그램 ‘알럽, 알럽! 코리아!(爱乐爱乐 韩国, I LOVE KOREA)’이다. 이 총영사는 “산동성은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고, 각종 교류도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산동성 한국 서포터즈 발대식’을 개최해 400여명의 서포터즈를 선발했다”고 소개했다.
이수존 총영사는 “한중관계의 발전은 산동성이라는 개척지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준 재외국민 여러분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경제 침체, 한중관계 현안 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중국에서의 경험과 열정, 한인사회의 단합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는 “총영사관도 산동성에서 활동하는 재외국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