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규 케냐한인회장은 아프리카로 향하는 경유지를 제외하고 가본 나라가 없을 만큼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오랜 세월을 보냈다. 다섯 살 때 그를 따라온 딸은 결혼해 엄마가 됐고, 강 회장은 어느덧 7살 외손주를 가진 할아버지가 됐다.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케냐에서 한국 자동차부품 수입·판매업을 하고 있는 그가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게 된 시기는 30여 년 전 무역회사에 입사해 서부 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면서부터이며, 카메룬에서 회사생활을 마친 후 환갑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케냐에서 줄곧 생활하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하며 겪은 수입물품 통관의 어려움과 직원의 불행한 차량사고 등의 곤경은 그를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한 백전노장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찍이 친서방정책을 취해온 케냐는 6개국 국경을 접하는 동부 아프리카의 관문이며,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나라다. 쾌적한 기후, 타 지역에서 비해 잘 갖춰진 인프라 외에도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는 교육환경이 케냐의 매력 포인트라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3년간 케냐한글학교 이사장으로 활동했던 강 회장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교민 자녀들에게 한글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 50여명의 학생들과 8명의 교사가 있으며, 한글교육을 중심으로 현장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글학교의 가장 어려운 점은 임대에 따른 불편함”이라며, “향후 대사관 자체 건물 확보와 함께 한글학교도 입주해 안정적으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1,200여명의 교민들이 수도 나이로비에 거주하고 있으며, 60% 정도가 선교사와 NGO 종사자로서 교육, 의료, 빈민구제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 LG전자, POSCO 등의 대기업 외에도 여행사, 요식업, 가구·인테리어, 숙박, 사진업, 가발제조,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에서 소상공인들이 종사하고 있다.
현지 진출과 관련해선 “우리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 도전해 볼만하다”며, “30여년 전 서부 아프리카에서 ‘사진관’ 신화를 만들었듯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신중히 계획을 세워 진출하면, 소자본으로도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 부문에선 KOPIA(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를 통해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과일(과수업)분야도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케냐에서 생산되는 사과, 배, 포도 등은 재래종이어서 품종개량을 통한 생산성 증대를 노려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케냐한인회는 교민안전을 위해 주케냐대사관(대사 권영대) 지원 하에 교통, 치안 등의 안전정보를 모바일 단체대화방을 통해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강 회장은 “권영대 대사 부임 후 활발한 외교활동뿐만 아니라 문화행사 등을 마련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며, “한인회의 가장 큰 목표는 화합하는 한인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인회의 가장 큰 행사로 5월1일 교민 체육대회 ‘한마음 대운동회’와 추석을 맞아 고국의 향수를 달래고자 ‘한인 장기자랑 및 만찬’이 계획돼 있다. 아울러, 현지 병원을 방문해 케냐인 환자들에게 도움과 위안을 주는 행사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