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28] 현봉학
[아! 대한민국-128] 현봉학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03.25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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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6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남대문 세브란스 빌딩 광장에서는 고(故)현봉학(1922~2007) 박사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장녀 에스터 현씨에게 대한민국 보국훈장 통일장과 해병대 핵심가치상이 함께 수여, 전달되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정부와 해병대가 1950년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일으킨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현봉학 박사에 바치는 감사와 추모의 뜻이 담겨있었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1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국군과 유엔군이 포위되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중, 그 해 12월 22일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까지 흥남항을 통해 10만 5000여명의 군인을 후방으로 철수시키는 작전이었다.

미군과 한국군의 후퇴를 위해 200여척의 함정이 동원됐지만 그것은 오로지 군인의 철수를 위한 것이었을 뿐, 남한으로의 탈출을 위해 나와있던 1만 4000여명의 피난민들을 태울 공간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들을 남겨놓고 철수할 경우, 피난민들의 생사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해병대 문관으로 통역을 맡았던 현봉학 박사는 자신과 막역한 사이였던 미군 포니 대령과 함께 여러 차례 미10군 단장 에드워드 아몬드 소장을 찾아가 애원했다.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가려는 저기 있는 저 1만 4000여명의 피난민은 중공군의 공격에 몰살당하고 말 것”이라며 매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던지 병력 10만 5000여명을 철수시키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아몬드 소장은 두 사람의 간절한 소망에, 결단을 내려 배에 싣고 있던 군수품을 버리고 그 자리에 피난민의 승선을 허락했다. 그리하여 1만 4000여명의 피난민들은 가까스로 수송선에 오를 수 있었다.

피난민들이 탄 흥남부두 마지막 배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선장, 레너드 P. 라루)는 24일, 천신만고 끝에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부산은 이미 피난민으로 가득 찼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부되었다. 라루 선장은 80km를 더 항해해서 25일 장승포항에 피난민들을 하선시켰다.

당시 정원의 7배인 1만 4000여명이 탄 빅토리아호에서는 아이 다섯명이 태어났다. 미군은 신생아들을 태어난 순서대로 김치1~5라고 불렀다. 출생을 지켜 본 미군병사가 ‘한국하면 김치’라며 순서대로 붙인 애칭이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태어나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아이들을 미군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이때 태어난 김치1과 김치5가 60을 훌쩍 넘긴 나이로 이날 현봉학 박사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서 흥남철수의 감격을 되새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1200명의 생명을 구한 체코 출신 오스카 쉰들러에 빗대, 현봉학 박사를 한국의 쉰들러라고 부르는데, 그의 활약상은 2014년 개봉된 영화 ‘국제시장’에 소개되어 더욱 널리 알려졌다. 휴전 이후 현 박사는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임상병리학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기고 2007년 뉴저지주 뮬런버그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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