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129] 최재형(崔在亨)
[아! 대한민국- 129] 최재형(崔在亨)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04.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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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909년 10월26일 오전 9시30분,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황해도에서 의병활동을 하던 안중근은 을사조약으로 나라가 사라지자 독립운동을 위해 두만강 건너 러시아의 연해주로 망명을 떠난다. 그가 무명지를 잘라 독립의 결의를 다진 곳도, 권총을 품고 기차를 탄 곳도 연해주였다.

민족주의 사학자로 언론인이기도 했던 신채호, 헤이그 밀사였던 이상설, ‘시일야 방성대곡’을 쓴 언론인 장지연,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 이동휘, 만주벌판을 누비며 일본군을 떨게 만든 무장 홍범도, 이들이 독립운동의 기초를 닦은 곳이 바로 연해주였다. 이들이 연해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초를 닦고 이들을 품어 안고 보살핀 사람이 있었으니, 최재형(1860~1920)이다.

1863년 많은 함경도 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널 때, 아홉살 최재형도 가족 13명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사람들이 연추(煙秋)라고 부르던 안치혜에서 최재형은 러시아 학교에 다니다 2년 만에 인근 항구도시 포시에트로로 가 상선노동자로 일하다가 선장 부부의 귀여움을 받았다.

표트르 세메노비츠라는 러시아 이름도 얻었고 세례도 받았으며 선장을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오가며 눈을 넓혔다. 선장 주선으로 블라디보스토크 무역회사에 취직을 하고 러시아 군부대 통역관으로 일하다가 고기를 납품하며 큰돈을 벌었다.

이 무렵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독립투사들이 동의회라는 항일투쟁 조직을 만들었다. 헤이그 밀사로 갔던 이위종, 최재형, 의병장 안중근 등이 구성원이었고, 조직 한 장소는 최재형의 집이었다. 최재형은 동의회의 책임자로 선출되었다. 이때로부터 최재형과 그의 집은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본부가 되었다.

최재형의 딸 올가의 회고록에는 “안응칠(안중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듣기로 누군가를 사살할 준비를 한다고 했다. 우리 집 마당 벽에 사람 셋을 그려놓고서 권총사격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은 안중근 개인이 아니라 최재형과 동의회가 치밀하게 계획한 거사였던 것이다.

최재형은 재산을 팔고 군자금을 모아서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군수품을 구입했으며, 러시아 법원에서 안중근 사건을 다루리라 예상해 러시아 변호사까지 선임해 뒀다. 그러나 일본이 관할하는 바람에 계획은 무산됐다. 결국 안중근은 일제의 판결에 따라 순국했다.

1911년 콜레라의 창궐로 인해, 새로운 한인촌을 건설했다 그것이 신한촌(新韓村)이다. 최재형은 여기서 권업회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1919년 3.1운동이 터지자 한국에는 한성정부가, 중국에는 상해 임시정부가, 러시아에서는 대한국민의회가 설립됐다. 최재형은 국민의회 외교부장이 되었다가 세 정부가 통합되자 통합정부 재무총장에 임명됐으나 사양했다.

1917년 러시아에서 볼세비키 혁명이 성공했다. 1920년 4월 4일, 영국과 미국군대가 연해주에서 철군했다. 그날 일본군이 러시아 부대와 한인마을을 습격했다. 이날 최재형은 일본군에 끌려가 왕비실재라는 산기슭에서 사살되었다.

최재형이 있어 연해주가 독립운동의 거점이 될 수 있었고, 그의 죽음은 연해주 독립운동의 쇠잔을 의미했다. 1962년 대한민국 정부는 최재형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했고, 2014년 재외동포재단은 최재형 고택을 매입했다. 그리고 그 손자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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