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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130] 장 담그는 날
2017년 04월 21일 (금) 13:19:56 김정남 본지 고문 wk@worldkorean.net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날로 먹는 것보다는 익혀먹는 것이, 익혀먹는 것 보다는 발효시켜 먹는 것이 음식문화의 발전된 형태라면 한민족의 음식문화는 그 어느 민족의 그것보다도 발달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민족 음식문화의 밑바닥에 있는 것이 간장·된장이고 그것이 전형적인 발효음식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발효음식은 매우 일찍부터 식생활의 근간이 되어 온 셈이다. 그 간장·된장을 만드는데도 때와 법도가 있다.

음력 동짓달 말날(12간지 가운데 午가 있는 날)로 날을 받아 햇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어 잘 띄운 뒤, 음력 정월 말날에 장을 담고, 음력 3월, 말날을 받아 간장과 된장을 가르면 음력 8월경에 장이 익어 햇장이 나온다. 이처럼 시기와 날을 반드시 지켜 장을 담그는 것이 한 집안의 여인네 일 중에서는 제일 큰 일이었다. 메주의 발효 정도와 소금의 양, 즉 메주와 소금물의 비율이 장맛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주 쑤기부터 햇장을 만들기까지 열 달간의 지극한 정성이고 기다림이다.

또 장을 담갔다고 그대로 묵히는 것이 아니라 늘 맛을 보고 색깔이 변하는지,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 색깔이 누르스름해지면 다시 달여야 한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장은 집안 사람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추고, 깊은 맛을 나게 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간장을 썼다. 간장 맛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채소와 맛있는 고기가 있어도 좋은 요리를 만들 수가 없었다. “간장이 없어서 소금으로 간해서 먹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장은 그 집안 음식맛을 대변했다. 법도가 없고 가난한 집안을 일컫는 말로 ‘간장이 없는 집안’이라는 말이 나왔다.

간장도 세 가지 정도를 두어 5년 이상 묵은 것은 진장, 그 해에 만든 간장은 청장, 그 사이의 것을 중간장이라 했다. 진장은 단맛이 나고 색깔도 진하며, 더 오래 두면 진한 보라색의 고체로 변한다. 청장은 깨끗한 색깔에 맛이 깔끔하다. 간장을 담글 때는 고추와 숯을 넣는데 여기에는 벽사와 함께 불순물을 제거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장 항아리에 계란을 띄워 너무 많이 뜨면 간장이 짜서 물 맞추기를 다시 해야 했다.

그러나 양조간장이 나오면서부터 조선간장은 국간장, 짠간장으로만 여기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조미료로 음식 맛을 내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상차림 중 밥상 한 가운데를 차지하던 장은 그 자리를 잊어버렸다. 일부 지방에서는 김치도 간장으로 맛을 내던 것이, 어느새 젓갈로 바뀌어, 한국음식의 담백하고 정갈한 맛을 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조선간장의 전통은 집안 별로 종부(宗婦)로 이어져 오는데, “종부는 하늘에서 점지해 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결코 쉽지 않는 것이 종부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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