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립국악원 60주년 신춘다회를 보고
<칼럼>국립국악원 60주년 신춘다회를 보고
  • 탁계석 <본지 논설주간>
  • 승인 2011.02.1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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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본지 논설주간>

 
개원 6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이 새해를 맞아 펼친 ‘신춘다회(新春茶會)’(11일, 오후 4시)는 우리 국악의 정수를 보여준 멋진 행사였다. 왕실과 사대부집에서의 관혼상제는 물론 선비들도 예(禮)를 갖추어 차의 풍미를 즐기는 다회(茶會)를 가진 전통을 재현한 것.

예전에는 일반인들도 평소 존경하는 스승, 명사, 은인 분들을 모셔 예절과 격식을 갖추어 접빈다례(接賓茶禮)를 한 것에서 우리가 얼마나 품격이 있고 아름다운 정신적인 생활을 하였는지를 일깨워 준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런 소중한 가치 유산이 격동의 세월을 살며, 먹고 살기 바빠 근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유실된 것이다. 현란하고 자극이 난무하는 이벤트 세상에 탐미(眈美)의 눈을 다시 복원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부활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때마침 새로 부임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멋지게 한복을 입고 다회에 참여해 국악계에 힘을 실어 줌으로써 국악원 새 역사 60년을 향한 발걸음이 경쾌해 보였다.

정장관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격조높은 문화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안타깝고 이를 지켜오신 분들이 얼마나 애를 썼을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며, 앞으로 외국 국빈들이 오셨을 때도 우리의 것을 소개해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전재희 국회문화관광위원장도 “어렵게 지켜온 우리 전통이 전세계에 화평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회 등에서 열심히 밀겠다”며 개원 60주년을 축하했다.

덕담을 부탁받은 한명희 예술원회원은 “우리 선조들의 혜안으로 전쟁 피난시절에 국립국악원과 박물관을 쌍두마차로 해 만든 것은 대단한 안목이라며, 이제라도 눈에 보이는 것만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찾아 국악처럼 긴 호흡으로 인류 문명을 새롭게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게 풍성해 보이고 넘쳐나 보이지만 우리들의 마음이 공허하고 팍팍한 것은
깊이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오늘로 전환점을 만들어서 새로운 국악원 60년 역사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악계 명인, 원로, 극장관계자, 애호가들이 대거 참석한 이번 신춘다회는 클래식의 비엔나 짝퉁 신년음악회에 회심의 반격을 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악계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예술의전당을 지을 때 국악인들을 달래려 대충 눈가림으로 허술하게 만들어진 극장이어서 음향이 형편없고 국악을 하기에 너무 적합지 않다는 것. 또 국악과 양악이 서로 소통해 새로운 것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서로
남북 보다 왕래가 없다는 것도 국악의 미래를 위해선 고쳐야 할 부분. 국악방송은 있다지만 이렇다 할 신문, 잡지 매체하나 없다. 유독 원로분들이 많은 국악계의 기록 문화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評者 역시 학창시절 국악을 교과에서 배우지 못한 탓에 문화계 현장 30년 넘게 지키면서도 외눈박이로 클래식만 보아온 후회가 깊지만 만시지탄, 지금부터라도 우리 것을 위해 깜깜하게 잃어버린 시각을 교정할 셈이다.

전통의 보전과 더불어 전통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어느 한쪽의 짝사랑만으로 될 일이 아니라 부지런히 만나고 소통면서 된다는 것을 계몽하는데 징검다리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례 재현과 멋진 그림 영상, 팔음극해(八音克諧) 천인화락(天人和樂) 휘호처럼 바쁜 일상의 현대인들에게 잠시 잠깐이나마 옛 멋을 즐기며 사는 삶. 품격의 생활화가 아니까 싶다.
국가브랜드는 바로 국민 각자의 품격이 세포처럼 분열해 쌓일 때 이뤄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객석에 까지 배달된 국화차향이 옷깃에 스며든 참 기분 좋은 신춘다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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