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 '주상(主上)'에서 '의장(議長)'으로 바뀔 수 있을까?
[칼럼] 대통령, '주상(主上)'에서 '의장(議長)'으로 바뀔 수 있을까?
  • 이종환 월드코리안플러스대표
  • 승인 2017.05.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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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용어는 일본 번역어에서 출발··· “통령은 사무라이 우두머리”

▲ 이종환 월드코리안플러스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5월11일 청와대에서 신임 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모두들 재킷을 벗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대통령 맞은편에는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이정도 신임 총무비서관이 앉았다.

역대 정권에서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맡는 이른바 ‘문고리 권력’의 자리였지만, 이 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전혀 인연이 없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늘공’(늘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수석이 아닌 비서관이 대통령 맞은편에 앉아 겸상하는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대통령과 수석, 비서관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오찬 후에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 등은 재킷을 입지 않은 채로 한 손에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최근 이 같은 보도를 보면서 ‘대통령’의 이미지도  새정부 들어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대통령의 이미지와는 다른 행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쓰는 ‘대통령(大統領)’이라는 말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의 인터넷 백과사전인 바이두(baidubaike.com)는 “한국, 일본에서 공화국 국가원수를 부르는 말로 중국어의 총통(總統), 영어의 president에 상응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일본 위키피디아는 ‘대통령’이라는 용어가 “에도막부시대 미합중국의 ‘president’를 ‘위대한 통령(統領)’이라는 뜻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면서, 1854년 미국과 맺은 미일우호조약에서 ‘합중국주(合衆國主)’로 적었으나, 1858년 미일통상조약 때 ‘대통령’으로 쓰면서  ‘president’의 번역어로 이 용어를 써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이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어원이라 할 ‘president’에 대해 영문 위키피디아는 ‘국가의 지도자’ 특히 “공화정치나 민주정치, 독재정치 국가의 지도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라틴어로 회의를 주재한다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특히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국가 지도자의 권위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president’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대통령은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기자회견도 수시로 하는 친근한 ‘의장(議長)’ 같은 느낌을 준다.

한편 우리말 위키백과의 풀이를 보면 상당히 자세하고 재미있다. 우선 이렇게 소개한다.

“동양에서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통령(統領)’으로부터 비롯됐다. 청나라 ‘통령’은 여단장급의 무관이었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에 조운선 10척을 거느리는 벼슬을 ‘통령’이라 불렀다. 일본에서는 ‘통령’이라는 말이 ‘사무라이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라는 군사적 용어였고, 군사 수장이나 씨족의 족장을 의미하는 용어로 매우 흔하게 쓰였다. … 일본은 ‘president’를 번역하면서 자신들에게 익숙했던 ‘통령’이라는 용어에 ‘대(大)’ 자를 덧붙여서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한국의 기록에서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조사시찰단으로 일본에 다녀온 이헌영이 1881년 펴낸 ‘일사집략(日槎集略)’이라는 수신사 기록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 글에서 일본 신문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 뒤 1884년 ‘승정원일기’에서도 고종이 미국의 국가 원수를 ‘대통령’이라고 호칭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우리의 ‘대통령’이란 호칭은 그동안 구중궁궐의 ‘주상(主上)’ 같은 느낌 아니었을까? 과연 앞으로 이를  벗어나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처럼 친근한 뉘앙스를 갖는 날이 올까? 차라리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대통령’이라는 호칭도 '국무회의 의장'이나 탈권위적인 무언가로 바꿔버리면 어떨까? 삼성그룹이 호칭을 ‘님’으로 대체하는 대실험에 들어갔듯, 새정부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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