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등록을 위한 우정의 길... 서울-동경 21세기 조선통신사(2)
세계유산등록을 위한 우정의 길... 서울-동경 21세기 조선통신사(2)
  • 가나이 미키오<우정워크모임>
  • 승인 2017.05.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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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21세기 조선통신사 서울-도쿄 우정의 워크(주최=일본워킹협회·한국체육진흥회, 조선통신사연고지역연락협의회, 민단중앙본부 등 후원)가 4월1일 서울 경복궁에서 도쿄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3월 일본과 한국이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 올해 9월에는 등록될 것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행 거리는 한국에서 525km, 일본에서 633㎞로 총 1158km. 5월22일 동경에 도착하기까지의 기행기를  우정의 워크 모임 카나이 미키오(金井三喜雄) 씨가 사진과 함께 민단신문에 게재했다. 그중 2회분을 소개한다.<편집자>

4월 11~24일

[11일] 예천 ‐ 안동 34㎞. 비오는 길을 걸었다. 비에 대한 가장 좋은 대책은 구두 커버였다. 이번에는 다양한 커버들이 선보였고., 특히 개성 풍부한 수제 커버도 눈에 띄었다. 오늘도 벚꽃길 걷기였으나 떨어지는 꽃잎이 바닥에 쌓이는 것을 보았다.완만하고 길게 이어진 고갯길을 올랐다. 이 '백고개'는 조선시대 예천에서 소 판 안동 농민들이 도적에 습격당하지 않도록 집단으로 고개를 오른 것에 유래한다. 안동의 옛 동헌에 골인하자 권영세 시장이 영접해 환대했다.

[12일]이 날은 안동 역사 탐방 날이었다.

[13일]안동 ‐ 의성 33km. 각지에서 경찰관의 도움을 받았지만 안동에서는 이동식 씨가 이틀간에 걸쳐 스스로 선두를 걷는 가이드 역할도 맡아 참석자들을 감격시켰다.

점심 때, 한국전쟁때의 '전우'였던 김승남씨(83)와 김중규씨(92)가 재회해 "그립다"며 다시 옛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라며 악수했다. 상큼한 이 상봉에 다른 워커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14일]의성 ‐ 의흥 26㎞. 상당히 남쪽으로 왔다는 점을 실감시키는 것은 과수원의 흰색 배꽃과 분홍색 복숭아꽃이다. 밭에 퍼져가는 마늘과 양파 잎의 아름다운 녹색과 대비돼 걷는 기분을 풍요롭게 한다. 한국의 봄농촌은 걷는 즐거움이 있다.

'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으로부터의 선물이다. 목표지점에 도착한 뒤 조선통신사 후손들의 모임에 참석한 여운준씨(1차 정사의 11대째 후손)와 재회를 즐겼다.

[15일]의흥 ‐ 영천 40km. 조선통신사에 힘을 쏟고 있는 영천시의 환영 퍼레이드는 맨 먼저 말 3마리가 앞섰다. 이어 옛날 의상을 입은 한국 참가자 3명이 소년들이 든 '가마'에 앉아 그 뒤를 따랐다. 템포빠른 사물놀이 뒤를 워크대가 따랐다.

이번에는 시민이나 대학생, 고교생도 가세해 젊음 가득찬 퍼레이드가 됐다. 도중, 고등학생들은 세운 깃대를 들고 웃고 얘기하며 걸었다. 영천시의 한일문화교류회 회원도 T셔츠 등에 "어서 오세요"라고 쓴 채 참가했다.

이날 워커는 합계 202명으로 한국 코스에서 최다수였다. 고수부지 특별 마장에서는 전통적 '마장술'이 선보여 평소 볼 수 없는 묘기에 환성이 터졌다. 옛 조선통신사의 송별 연회가 열린 '조양각 ' 앞의 환영회에서는 한국전통무용 태권도가 선보인 후 전원이 손을 잡고 둘러서서,'아리랑'과 '고향'을 합창하고 옛 조선통신사를 떠올렸다.

[16일]영천 ‐ 경주 37km. 길 양쪽에 난 벚꽃 가로수 길은 이미 어린 잎으로 뒤덮혔다. 길고 긴 직선 도로에서의 보행은 지루하고 졸리게 만든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기다리던 현지 워커들이 '얼음물'을 나누어줬다. 목덜미에 대자 차가운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화장실 휴식때의 간식은 미니토마토와 오이. 신선한 야채의 물기가 입맛을 돋구는 가운데 오후 3시의 기온은 32℃까지 오른다. 제1차부터 10년이 지나, 우리 워커들의 평균 연령은 다섯살이 올라갔다. 이제 다들 70세의 '노인 워커'집단이라 현지인들의 마음이 담긴 간식과 지원이 고맙다. 무엇보다도 오랜 '교류' 덕분이다. 경주가 가까워지면서 신라시대의 원형 고분이 많아졌다.

[17일]이 날은 경주 역사 탐방 날이었다.

[18일]경주 ‐ 구어(경주시)21㎞. 7번국도를 따라 남하했다. 지금까지는 국도만 걸었지만, 이제부터는 우회해서 녹색이 많은 공원 길로 걸었다. 조금 돌아가지만 신록의 나무잎 사이를 걷다 보니 시원한 기분이었다.

올해는 기온이 올라가 부는 바람이 시원해서 걷는 기분이 좋았다. 길은 좋아졌지만, '조선 통신사의 사적'은 아주 적은 상태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의 무시무시한 싸움에서 불타버린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옛 조선식 건조물을 만나니 기뻤다.

이 워크의 참가자는 워크단체에서 들어온 사람, 조선통신사 및 옛 조선을 알고 싶어서 참가한 사람의 두 종류가 있다. 각각의 생각이 겹쳐지고 융합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걸으며 한국의 '역사'를 보고, 또 "현재를 보며" 걷는데서 배우는 '한일교류와 우정'을 체험하면, 상승효과 속에 피로가 쌓이면서 온 몸으로 느낀다.

[19일]구어 ‐ 울산 24km. 울산은 아시카가시대 조선통신사인 이예(李芸)의 지역이다. 오늘은 이예의 후손들이 가세했다. 2년 전에 우연히 만난 후손 이준락씨와 대학 교수 이명훈씨가 함께 걸으며, 오늘과 내일 이틀간 촬영에 응하기로 했다.

30분후 KBS TV의 카메라맨이 취재를 시작했다.'이예와 조선통신사 워크(가칭)'의 다큐멘터리 제작 같았다. '조선통신사'는 한국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존재 만큼,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지역의 지방도로는 전에는 차들이 적었지만, 이번에는 대형 덤프들이 달리는 매우 위험한 길이었다. 산지를 개발해 대규모 산업 단지 조성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2년만에 걸으면서 그 강인하고 탐욕스런 '개발실태'를 곳곳에서 접했다.

[20일]울산 ‐ 웅상(양산시). 한국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선거운동원들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지지를 호소한다. 울산에 재건된 태백루에서 학춤을 보고, 이예를 기리는시낭송회에 참가한 후 태백천 하천 부지를 따라 7번국도로 남하한다. 오늘도 어렵고 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처음 참가한 Y씨는 계속 뒤떨어져서 한일 워커들의 도움을 받았다.베테랑 워커인 A씨는 오후가 되면 허리가 무거워지면서 슬로 워크로 집단에서 뒤처진다. 다른 사람도 제각기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하루 평균 30km 가까운 대장정을 왜 고생하며 걷는지 자문하면서 답을 찾아내려고 스스로 "힘내자"를 속으로 연발한다. 몹시 힘들 때는 손을 내밀고 싶어도 나도 힘들어요 하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이런 워크의 연속인데, 그래도 손을 내미는 사람은 있다. 한일간 노인끼리의 돕기는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이지만 나아지기는 하는 듯하다.

[21일]웅상 ‐ 부산 25km. 드디어 한국 코스의 마지막 날이다. 부산지역의 워커가 참가해 모두 76명으로 출발했다. 이 지역에 정통한 워커가 앞장을 섰다.

중간부터는 도로건설로 차가 나니지 않는 우회로를 찾아 걸었다. 지난해까지 걷던 옛 길은 대규모 도로건설로 사라져서, 지방도를 걷기로 했다.

고개를 넘어 부산 시가지에 들어서자 바로 대도시 길이 됐다. 오후 4시 전에 옛날의 동래동헌에 도착했다. 여성 워커들은 모두 끌어 안고, 목표에 닿은 기쁨을 음미했다.

동래구청장의 인사에 이어, 선상규 한국대장, 엔도 야스오(遠藤靖夫) 일본대장이 꽃다발을 받았다.

내빈으로 온 모리모토 야스노리(森本康敬) 부산총영사는 "이 워크는 한일 교류로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한일간의 슬픈 일로 지난해 12월 일본에 귀국했다가 돌아왔지만, 여러분들이 일본에 돌아가시면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하지 않다고 일본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라고 인사했다.

[22일]휴식을 취한 날이었다.

[23일]부산 ‐ 대마도. 부산항을 벗어나 30분쯤 지나자 조용한 바다 저편으로 벌써 대마도가 보였다. 이렇게 가깝다니.한일 양국의 가까움을 실감한다. 배를 탄 한국인들 배부분이 젊은이들로 거의 가벼운 차림이었다.

우리의 무거운 가방과의 차이는 뭘까? 듣자니 대부분 대마도에서 쇼핑을 하는데,데 가방도 현지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에는 한국 여행자 대부분이 등산이나 낚시를 목적으로 찾았다고 한다.항구에서 환영 세레모니를 마친 후 통신사와 관련이 있는 소(宗)씨 집안의 보다이지(菩提寺)를 견학했다. 만찬은 통신사관련지역연합의 마츠바라 카즈유키(松原一征) 회장 등과 어울려 한국 코스에 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24일]쓰시마 ‐ 이키. 이키의 아시베항에서는 현수막을 내건 섬 주민들이 박수로 맞이했다. 녹색으로 가득찬 기복이 큰 길을 12km쯤 걸어 이키시청에 도착했다. 이키 부시장으로부터는 섬의 명물인 이키소주 7개 세트가 제공됐다. 버스로 통신사가 묵던 숙소 유적으로 갔을 때 우연히 일본에의 조선통신사 족적을 연구하기 위해 닛코까지 깐다는 한국인 서인범 교수를 만나 '도쿄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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