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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131] 전곡리 선사유적지
2017년 05월 13일 (토) 10:07:19 김정남 본지 고문 wk@worldkorean.net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강가의 모래사장은 흔하지 않다. 한탄강은 하류로 내려오면서 구불거리는 물길 허리춤에 고운 모래 반짝이는 백사장을 펼쳐 놓았다. 이 한탄강 관광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곡 선사유적지가 있다.

이 지역은 낙동강이 감싸고 도는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을 연상시키는데, 한탄강 상류는 급류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하류는 백사장에서 휴식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주변의 풍광이 수려해 일찍부터 유원지로 개발됐다. 지금도 강변은 캠핑장으로 인기가 높다.

바로 이 전곡리 일대가 구석기 문화의 유적지이다. 유적 발견 과정부터가 흥미롭다. 전곡에서 멀지 않은 동두천에 주둔한 미군 2사단의 그레그 보웬 하사는 1978년 1월, 여자친구와 한탄강변을 산책하다가 숯이 되어 뒹구는 목재 조각을 발견했다. 미국의 인디애나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다 입대한 보웬은 주변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일종의 지표 조사를 벌인 것이다.

그는 마침내 주먹도끼 3점, 가로날도끼 2점, 긁개 1점을 찾아냈다. 그는 프랑스 보르도 대학의 구석기 고고학 권위자 프랑스아 보르드 교수에게 보고서를 보내는 한편으로 이들 유물을 서울대학교 박물관장이었던 김원룡 교수에게 전했다.

이로부터 서울대 박물관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소, 각 대학 박물관이 참여한 대규모 조사단은 1979년부터 1992년까지 모두 10여 차례 발굴조사를 벌여 5,000점 남짓한 구석기 유물을 찾아냈다. 이들 전곡리 구석기 유물은 1981년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 선사·원사 고고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주먹도끼가 전곡리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일찍부터 이미 동아시아에도 구석기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르드 교수는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다면 의심할 수 없는 아슐리안 문화의 석기”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연천 전곡리 유적이 사적으로 지정된 것은 1979년으로 면적은 77만 8296㎡나 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문화보호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신속한 사적 지정 결정이었다. 발굴조사를 주도하면서 박물관 건립을 꿈꿨던 김원룡 교수는 1993년 세상을 떠나면서 “시신을 화장해 전곡리 유적에 뿌려달라”고 했다. 그의 유언은 2011년 전곡선사박물관의 개관으로 현실화되었다.

   
▲ 전곡리 선사유적지 발굴 현장.[사진제공=문화재청]
흥미로운 컨텐츠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번쯤은 찾아와야 하는, 교육적 효과가 큰 박물관으로 자리잡으면서, 전곡선사박물관은 경기 북부지역 주민을 위한 휴식과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넓은 잔디밭과 나무, 숲속 오솔길은 산책하기 딱 좋으며 잔디밭 곳곳에 움집과 고인류의 생활풍습을 볼 수 있는 모형물이 있다. 입구에 있는 박물관에서는 이곳에서 출토된 유적들을 볼 수 있다.

전곡리 선사유적지와 그 박물관은 대한민국 고고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그러나 구석기 유물이 발굴되고, 선사박물관을 열기까지의 그 열정에 비하면, 지금은 정부와 경기도의 관심과 지원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전곡선사박물관을 세계적인 선사박물관으로 만들고 키우려고 했던 사람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전곡선사유적지와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반도 문화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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