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동경 황실정원의 석실(石室)...얼음창고는 아니었을까?
[탐방기] 동경 황실정원의 석실(石室)...얼음창고는 아니었을까?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7.05.18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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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쇼군이 거처하던 곳을 정원으로 조성... 석실용도 둘러싸고 이론 분분

 
“혹시 여름에 얼음을 보관한 곳은 아니었을까?” 5월17일 동경의 황실정원에 갔다가 ‘석실(石室)’이라고 적힌 곳의 설명을 보면서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황실정원은 ‘히가시교엔(東御苑)’을 말한다. 동경 황궁의 일부다. 이곳은 과거 도쿠가와막부 시절 일본의 실질적 지배자인 쇼군이 집무를 보며 거처하던 곳이다. 당시의 건물은 모두 없어지고, 지금은 잔디가 깔린 황실정원으로 바뀌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문제의 석실 안내판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었다.

“내부 넓이는 20㎡ 정도이다. 이즈반도에서 가져온 돌로 벽이 틈없이 만들어져 있다. 성 밖으로 가는 비상탈출구거나 귀중한 것을 보관한 금고로 사용됐다는 설도 있지만, 장소의 특징으로 볼 때 화재 때 귀중품을 대피시킨 곳간으로 생각된다.”

석실이 있는 곳은 쇼군(將軍)이 거처하던 곳에서도 맨 안쪽으로, 여성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당시 쇼군의 거소는 세부분으로 이뤄져 있었다. 성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오모테(表)’라고 해서, 장군의 알현이나 행사, 막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공간이었다. 그 안쪽이 ‘나카오쿠(中奧)’로, 쇼군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업무를 보는 곳이었고, 맨 안쪽이 ‘오오쿠(大奧)’이라고 해서, 쇼군의 부인과 여성들이 거주하는 공간이었다.

석실은 여성이 거주하는 오오쿠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때문에 쇼군보다는 쇼군 부인 혹은 여성들이 사용하던 곳으로 추측되나,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석빙고를 떠올렸던 것이다. 한국 같았으면 석실은 분명 얼음보관소 역할을 했을 법했다. 여름에 쓸 수 있도록 얼음을 보관한 돌창고가 쇼군의 음식을 책임지는 오오쿠 옆에 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석빙고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일본 야후같은데서 석빙고를 검색하면, 경주에 있는 석빙고나 서울의 서빙고 같은 소개만 나올 뿐, 일본에 대한 것은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본에 얼음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동해안에 연한 니가타는 겨울 내내 눈으로 뒤덮이는 설국(雪國)이고, 홋카이도의 눈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동경만 놓고 보면 얼음이 드물다. 동경에는 겨울에 얼음이 어는 일도 거의 없다. 겨울이 와도 얼음이 얼 정도로 춥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여름은 무척 후덥지근하다. 그래서 얼음이 어는 지역에서 얼음을 가져다가 그 석실에 보관해놓고, 여름에 시원한 ‘냉국수’라도 만들어 먹지를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는 그 석실 용도에 여전히 정설이 없지만 말이다.

기자가 황실정원을 찾은 것은 순전히 숙소 덕분이었다. 숙소가 니혼바시(日本橋) 부근이어서 걸어서 동경역 오테마치(大手町)를 거쳐 황실정원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오테마치는 동경에서 일본경제의 1번지로 불리는 요지다.

오테(大手)라는 말은 큰손을 의미한다. 일본사람들이 왜 성(城)의 정문을 ‘큰손문’이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오테몬은 성의 정문을 말한다. 동경의 오테마치도 동경성 정문인 오테몬(大手門) 앞에 있는 마을이어서 그런 지명이 붙었다. 마찬가지로 일본 각지에 있는 성(城)의 정문 앞 거리는 오테마치로 불리며, 일본에는 오테마치가 수십개가 넘는다.

에도성(황궁) 정문인 오테몬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반쇼(番所)라 불리는 경비초소가 차례로 나타난다.
일본의 성은 방어를 위해 몇겹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벽 밖에는 대부분 해자를 파놓고 있다. 영주나 쇼군이 거주하던 맨 안쪽 성을 혼마루(本丸), 그 밖의 또 하나의 성을 니노마루(二丸),  그 밖에 세운 또 하나의 성을 산노마루(三丸)라고 한다. 

혼마루로 들어가려면 성문을 몇개나 통과해야 하는데 그것을 지키는 검문소가 반쇼다. 에도성도 과거 쇼군이 살았던 곳을 가려면 몇차례의 반쇼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과거 쇼군이 거처하던 지역은 1960년 황궁 부속정원으로 만들어져 지금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잔디밭으로 바뀌었다. 

에도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천수각(天守閣)도 한때는 세워졌지만, 일찌감치 불타 없어져서 과거 천수각이 세워진 곳에 축대인 천수대만 남아 있었다. 안내문에는 천수각이 세워져서 겨우 50년만 서 있었고, 그 후 천수각 없이 200년을 지냈다고 설명돼 있었다.

이날 기자는 오테몬에서 산노마루 쇼조칸, 동심반쇼, 니노마루 잡목림, 니노마루 정원, 스와찻집,  매화나무언덕, 천수대,  석실,  혼마루 대잔디밭, 후지미초소,  대반쇼로 해서 움직였다.  과거 일본의 지배자였던 쇼군의 성을 둘러보면 '기온정사의 종소리에 제행무상의 울림이 있다'는 철리를 느낄 수 있다.  동경에 가면 한번 둘러볼만한 곳이다.
 

▲ 하늘에서 본 동경 황궁
▲ 천수대로 관광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 니노마루공원
 
▲ 과거 쇼군의 거처. 지금은 잔디밭으로 바뀌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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