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경 5.18 기념식... 대통령 기념사를 이옥순 준비위원장이 대독
[현장] 동경 5.18 기념식... 대통령 기념사를 이옥순 준비위원장이 대독
  • 동경=이종환 기자
  • 승인 2017.05.20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인회관 빌려서 개최...지난해 40여명 올해는 70명 참여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80년 오월의 광주시민들을 떠올립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습니다.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습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월 광주가 남긴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5월18일 저녁 7시 동경 신주쿠에 있는 재일본한국인연합회 사무실(이하 한인회관)에서 대통령 기념사가 낭독됐다. 그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여해 읽은 그 기념사였다.

이날 한인회관에서는 제37회 5.18민주항쟁추도식이 열렸다. 주최는 ‘5.18기념사업회(회장 양동준)’.  기념식장 정면에 내걸린 플래카드는 추도식답게 검은색에 흰글씨였고, 그 아래에는 테이블이 마련돼 분향할 수 있도록 향이 놓여져 있었다. 기념식은 저녁 7시에 시작됐다. 일을 마치거나 퇴근하고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했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하나둘 장내를 사람들이 메우기 시작하더니 곧 가득 찼다. 참석자 중에는 검은색 넥타이를 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가족이 참석한 모습도 보였다. ‘뉴커머’로 불리는 신정주자들이 많았지만, 재일동포들도 제법 보였다. 정면 스크린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반복적으로 울려나왔다. 5.18기업사업회 양동준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개회사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올해가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7주년입니다. 해외에 있던 우리는 신문을 보고, 또 TV를 보고 알았지만, 지금 40세 이하는 전혀 모릅니다.”

양동준 회장은 해외에서 열리는 기념식은 5.18민주화운동을 차세대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 해외의 많은 지역에서 기념식을 갖지만, 해외에서 기념식을 처음 한 곳이 동경입니다. 우에노에 있는 김달범 회장의 식당에서 작게 개최했습니다. 그후 이옥순 한인회장때 지금처럼 한인회관으로 옮겨서 개최했습니다.”

양회장이 그간의 경위를 소개하면서, 올해는 대통령이 광주에서 기념식에 참여하고,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씨가 손잡고 기념식에 참여한 뜻깊은 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기념사가 대독된 것은 개회사에 이어서였다. 대독자는 올해 기념식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옥순 재일한국인회 명예회장이었다.

이옥순 회장은 “준비위원장을 맡아 대통령 기념사 대독을 대사관에 부탁했으나 (문희상) 특사 방문 등으로 공관측이 바빠서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히고, “영광스럽게 기념사를 대독하겠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읽어내려갔다.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입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 비극의 역사를 딛고 섰습니다. 광주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월 광주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각별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축사를 대독하는 목소리가 또렷이 울려 퍼지면서 장내는 숙연하기도 하고, 비감에 잠기기도 하고, 다시 힘찬 열정에 북받치기도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입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합니다."

간략하면서도 응축된 내용의 기념사였다. 기념사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됐다. 따뜻함이 읽혔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입니다.“

이옥순 회장이 문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한 후, 김상렬 호남향우회장 등 참여인사들이 나와 간단한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40여명이었는데 올해는 70명이나 참여해 많이 늘었다”고 나승도 전 호남향우회장이 귀띔을 했다. 기념식을 마치고 이옥순 준비위원장을 만나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 경위 등 준비 과정에 대해 물었다.

-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양동준 회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한인회관에서 개최하니까 부탁을 한 것으로 여겼다.”

-한인회 주최가 아닌가?
“그렇다. 기념식은 한인회 주최가 아니다. 한인회관을 빌려서 한 것이다.”

-언제부터 한인회관에서 했나?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행사가 다섯 번째 열린 추도식이다. 맨 처음 두 번은 우에노에 있는 김달범 당시 호남향우회장의 식당에서 열렸다.”

-어떻게 해서 한인회관으로?
“내가 한인회장이 된 첫해에 기념식 축사를 부탁받았다. 기념식장을 찾아가니 김달범 회장이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그래서 제안을 했다. 내년부터는 한인회관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그다음해부터 한인회관에서 했다.”

-대통령 기념사를 준비위원장이 대독한 경위는?
“5.18은 국가기념 행사다. 대통령도 참석해 기념사를 낭독했다. 그래서 준비위원장으로서 대사관에 기념사 대독을 부탁했다. 그런데 마침 문희상 특사 방문일정과 겹쳐 공관이 바빴다. 할 수 없이 누군가 대독을 해야 해서, 논의 끝에 내가 맡았다.”

-호남향우회에 계신 분들이 많은 것같던데?
“나는 충남 논산이 고향이다. 그동안의 5.18 기념식에는 호남이 고향인 분들이 많이 참가했다. 하지만 달라져야 한다. 영남향우회도 오고, 충청향우회도 와야 한다. 오늘의 민주화된 대한민국을 만든 주춧돌 같은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내년에는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양동준 동경5.18기념사업회장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이옥순 재일본한국인회 명예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