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주장이 간과한 점
[시론]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주장이 간과한 점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2.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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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앙일보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사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이 신문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 이배용)’를 발족시킨 내용도 이 캠페인의 타이틀 아래 소개했다.

중앙일보가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것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추진위 발족과는 서로 배경이 다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와 정통성을 교과서에 담기 위해 이 조직을 발족시켰다. 기존의 교과서가 ‘전교조 시비’ ‘좌파 시비’에 말려들어 논란꺼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한국사를 필수로 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다.

중앙일보가 한국사를 필수로 하자는 것은 나름의 배경이 있다.중앙일보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중앙일보는 국사편찬위원회와 함께 미주에서 이 시험을 공동사업으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중앙일보가 펴낸 <한권으로 끝내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이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교재이기도 하다.

한국사 시험으로 중앙일보가 얼마나 이익을 보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중앙일보의 캠페인은 중앙일보사의 ‘경제적 이해’와도 어쨌든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본지가 주장하고자 하는 요점은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월드코리안의 입장에서 한국사 교육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전 세계 한인들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국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좋다.

하지만 한국사 필수과목화의 주장은 이들 해외 한인들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국내 중고교에서 필수과목으로 가르치자는 얘기다.단적으로 말하면, 국내 대학시험에 필수과목으로 넣자는 얘기다.과연 그게 필요한가. 이에 대해 본지는 의문을 갖고 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 한국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필수과목으로 알아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들어있다.  지구촌 곳곳에 한국인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기업인, 유학생, 태권도인, 종교인 등 많은 한국인들이 세계에 퍼져있다.

이들이 현지에 가서 필요한 것으로 중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한국사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나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아프리카에 갔다면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식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고구려가 외침을 받아 중국과 많이 싸웠다,  어디서 얼마나 싸웠다 하는 류의 얘기를 일반 학생들까지 시시콜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때때로 만주는 우리땅이라고 말하면서 현지인들을 자극하는 일이 바람직할까?

국사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 국력이 신장되고, 민족의 긍지가 올라간 때에는 남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본지의 시각이다. 이웃을 이해하고, 이웃 나라를 존중하는 문화를 배양해야 한다.

우리 나라도 다민족 국가로 바뀌고 있다.  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국사보다 세계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 국사에 대한 관심이 높던 때는 우리가 외침을 받아 민족정기가 저상된 때였다. 그때 민족의 자긍심을 살리기 위해 국사를 돌이켜보는 저술들이 나온 것이다.

승려 일련의 ‘삼국유사’나 이암 선생의 ‘환단고기’는 물론, 신채호선생의 ‘고조선상고사’ 같은 저술들이 이때 나왔다. 그리고 이 저술들은 민족의 자긍심을 살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 지금은 어떤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은 유래없이 높아져 있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런 적이 지금보다 더한때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사교육을 강화하고,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것은 자칫 ‘국수주의’ 문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국사의 필수과목화는 재고해야 한다는 게 본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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