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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사랑의 개 치료사, 에스키모
2017년 06월 17일 (토) 09:42:44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teresacho7378@hotmail.com

   
 
채널 9의 아침 방송 투데이에서 ‘Dog Therapy’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화면에는 개 경주에서 챔피언까지 지낸 그레이하운드가 은퇴 후에 환자나 어린이들에게 심리치료를 해주는 치료 견으로 변신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린이 병원을 방문한 개는 환자들이 자기 몸을 만지거나 껴안아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위로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기자가 침대에 기대어 있는 어린이 환자에게 개를 만지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남자아이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털을 만지니 부드럽고 너무 좋아요. 침대에 올라와도 괜찮아요”라면서 한 번 더 개를 꼭 끌어안았다.

그 치료견이 양로원을 방문했을 때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감싸 안듯이 꼬리를 흔들며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이 만질 수 있도록 서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마치 자신의 가족을 만난 것처럼 기뻐하며 얼굴을 비비면서 개를 얼싸안았다. 그들의 외로움이 그레이하운드 개의 따뜻한 체온으로 녹여지는 것 같았다. 나는 노인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 힐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코미디언은 “모든 소년은 두 가지, 즉 개와 개를 가지도록 허락하는 엄마가 있어야 합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었다. 소년, 소녀를 구태여 구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라 여겨진다. 나는 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말티즈 종인 아론이를 16년간 막내아기처럼 애지중지 키웠는데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보낸 경험이 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의욕을 잃을 만큼 너무 슬퍼서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도 그 후유증이 여전히 가슴 한 귀퉁이에 상처로 남아있다. 친분 있던 한 스님은 나의 슬픔이 몹시 큰 것을 알고는 절에서 49제까지 올려주어서 감동하게 만들었다.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 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사람과 사람사이가 멀어져만 간다. 자주 만나 이야기하면서도 그저 건성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일은 없는가.” 이 말은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사람들과의 소통이 닫힌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세상살이가 각박해진 탓이다.

그래서 사람보다 개와의 관계에서 정신적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개가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책임감과 사회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안정감과 성취감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를 통한 치료는 전문 의료인이 주도하는 엄연한 치료의 한 방법이라고 한다. 의료진이 질환에 따라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도록 훈련받은 개를 활용하는 치료방법인 ‘개 세러피(Dog Therapy)’를 말하는 것이다. 단지 개를 키우고 사랑하는 것 같은 일반적인 활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적으로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변화를 관찰 기록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목표를 설계하는 의료연구를 해나가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개 세러피는 개를 돌보고 함께 놀면서 개와의 스킨십을 통해서 접촉 횟수를 늘려 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개와 친밀감을 형성하면 체내의 엔도르핀 분비량이 늘어나 불안감이 사라지고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도 ‘에스키모’ 라는 멋진 세러피 개가 있다. 일 년 전쯤에 우연한 기회에 사모예드(Samoyed: 러시아 종의 개) 종인 에스키모를 입양했다. 사정은 딸의 친구가 직장 관계로 멀리 이주하게 되어서 안정될 때까지 몇 주 만 임시로 맡아주기로 했었다.

나는 그 개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이 하얀 털을 가진 예쁜 사진만 보고 덜컥 허락을 해버렸다. 딸이 개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덩치 큰 북극 곰 한 마리가 들어오는 줄 알고 기겁을 해서 비명을 질렀다. 딸은 다시 데려가라고 혼을 내는 나에게 친구가 사랑을 다해서 키운 개이며 순하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좋은 개라고 나를 설득시켰다.

몇 주 후, 친구가 다시 데려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RSPCA(정부 동물 보호소)나 다른 사람에게 보내겠다는 것을 우리가 입양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추운지방에서 사는 종인 에스키모는 여름을 지내면서 냉장고의 얼음을 참 많이도 소비했다. 아열대 도시에서 살기에는 힘든 종이지만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무더운 긴 여름을 기특하게 잘 견디어 내었다.

개를 키우면 그 눈에서 감정을 읽고 소통 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이 필요하지 않다. 몇 주간, 에스키모를 돌보다 보니 정이 들었고 큰 덩치에 걸맞은 재롱(?)도 부려서 아론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치유시켜 주었다. 에스키모를 데리고 강변이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최고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울던 아이들도 에스키모를 보면 울음을 멈추고 털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는다. 헐리웃의 유명배우인 크리스 햄스워스 (Chris Hemsworth)가 영화 ‘토르’를 촬영하러 브리즈번 시내에 왔을 때, 걸어가는 에스키모를 보고 자신의 카메라로 둘만의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마침내 딸은 에스키모의 훌륭한 점들을 발견하면서 개 세러피를 하도록 훈련을 시키며 시험을 치룰 준비를 했다. 이틀 동안 진행된 테스트에서 에스키모와 딸은 모든 과정을 통과해서 마침내 자격증을 받았고 세러피 개 협회에 등록까지 마쳤다.

세러피 개의 조건은 첫째, 주인에게 복종해야하며 건강한 몸 상태를 가져야 하고, 성품이 순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온순해야 한다. 에스키모가 테스트를 치룰 때 시험관이 실제크기의 어린이 인형을 앞에 놓고 개를 만지고, 쇼핑 트롤리 사이를 지나가게 하거나, 휠체어에 탄 사람이 만져도 부드럽게 반응하는 등 다양한 현실적인 시험을 거의 한나절 동안 치러야만 했다.

그런 모든 시험과정을 에스키모가 통과해서 합격을 한 것이다. 다음날에는 개의 주인이 온종일 연수를 받으며 세러피 개의 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과 이론을 공부해야 했었다. 이런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하지만 에스키모와 함께 걸어갈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소를 짓고 만지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북극곰 같이 생긴 에스키모가 어린이 병원, 특수학교, 양로원 등을 찾아다니며 이 사회에 행복을 나누어 줄 ‘행복 전도사’가 됐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인생을 함께한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즐거움을 선사할 때 본래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미소와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사랑의 전도사이며 개 치료사(Therapy dog)가 된 에스키모에게 “멋진 에스키모, 만세!”하고 큰 소리로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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