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34] 백제의 미소
[아! 대한민국-134] 백제의 미소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06.24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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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밝은 가운데 평화롭고, 저녁에는 은은한 가운데 자비로워"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960년 5월호, 「세대」지에 삼불(三佛) 김원룡의 글이 실렸다. ‘한국 고미술의 미학’이라는 제목의 글로, 바로 그 전해에 발견된 서산의 마애불에 대해 쓰면서 이렇게 제안했다.

“백제 불상의 얼굴은 현실적이며 실재하는 사람을 모델로 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 미소 또한 현세적이다. 군수리 출토 여래좌상은 인자한 아버지가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라도 듣고 있는 것 같은 인간미가 흐르는 얼굴과 자세를 하고 있어서 백제 불상의 안락하고 현세적인 특징을 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런 중에 가장 백제적인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은 작년(1959년)에 발견된 서산 마애불이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삼존불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본존불의 둥글고 넓은 얼굴의 만족스런 미소는 마음 좋은 친구가 옛 친구를 보고 기뻐하는 것 같고, 그 오른쪽 보살상의 미소도 형용할 수 없이 인간적이다. 나는 이러한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고 부르기를 제창한다.”

삼불 김원룡의 ‘백제의 미소’라는 표현에 대하여 제대로 된 찬론이나 반론은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서산의 마애삼존불상을 일컬어 ‘백제의 미소’라고 사람들은 부르기 시작했다. 서산 마애불은 서산의 고풍저수지를 지나 용현계곡, 속칭 강댕이골 깊숙한 인바위(印巖)에 새겨진 세 개의 불상을 일컫는다.

인바위에 마애불이 있다는 사실을 인근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문화재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9년 4월이었다. 부여박물관장을 지낸, 이 시대의 마지막 백제인이라 할 홍사준(1905~80)이 처음으로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서산 마애삼존불의 새로운 발견은 실로 위대한 발견이었다. 서산 마애불의 등장으로 비로소 백제 불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산 마애불은 미술사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데, 하나는 삼존불 형식이면서도 협시보살이 독특하게 배치된 점이며, 다른 하나는 저 신비한 ‘백제의 미소’이다. 백제불상의 외형적 특색은 그 둥글고 복스러운 얼굴에 있으며, 그 얼굴에는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인 소녀 같은 웃음이 흐르고 있다.

서산 마애불이 향하고 있는 방위는 동동남 30도. 동짓날 해 뜨는 방향으로 그것은 일년의 시작을 의미하며, 일조량을 가장 폭 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이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 본존불이 향하고 있는 방향과 같다. 서산 마애불은 야외 조각의 특성에 맞춰 얼굴은 높은 돋을새김으로 하고 몸체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낮은 돋을새김으로 처리했다.

이 마애불에 보호각이 준공된 것은 1965년 8월10일인데, 그때부터 마애불의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정장옥씨(법명은 성원)에 따르면, 마애불의 미소는 조석으로 다르고,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백제의 미소’에 대한 그의 설명이 절창이다.

“아침에 보이는 미소는 밝은 가운데 평화로운 미소이고, 저녁에 보이는 미소는 은은한 가운데 자비로운 미소입니다. 계절 중으로는 가을날의 미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어느 시인은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라고 읊었지만 강냉이술이 불어질 때 마애불의 미소는 더욱 신비하게 보입니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미소는 가을 해가 서산을 넘어간 어둔 녘에 보이는 잔잔한 미소입니다.”

▲ 서산 마애삼존불[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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