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화의 소녀상', 갈등은 숙명인가?
[칼럼] '평화의 소녀상', 갈등은 숙명인가?
  • 이종환 대표
  • 승인 2017.07.0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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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에서 소녀상 제막 싸고, 갈등 시의회로 비화

▲ 이종환 대표

해외에 ‘평화의 소녀상’을 꼭 세워야할까? 최근 평화의 소녀상 설립을 둘러싸고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일 커뮤티니간 갈등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은 브룩헤이븐에 있는 ‘블랙번 2’ 공원에 들어선다. 브룩헤이븐 시의회는 지난 5월, 평화의 소녀상이 이 공원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의결했다.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서는 것은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위원장 김백규)의 노력 덕분이다. 소녀상은 이미 지난 5월 애틀랜타에 도착해 제막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지 교민신문인 뉴스앤포스트에 따르면, 브룩헤이븐시가 당초 소녀상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한 데는 한인 1.5세인 존 박(한국명 박현종) 시의원이 큰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인신매매와 노예화의 희생자들인 이들의 역사를 기억함으로써, 다시는 그같은 잔악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며 소녀상을 브룩헤이븐에 설치하자고 발의했다. 그리고 브룩헤이븐 시장과 시의원들이 이에 동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측이 보고만 있지 않았다. 평화의 소녀상 설립을 지지한 시의회는 일본측의 항의로 번거로운 상황에 부딪쳤다.  주애틀랜타 일본 총영사가 브룩헤이븐 시장과 시위원들에게 전화해 소녀상 건립에 대해 항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 의회에서도 일본측 입장을 확연히 대변하는 의원들이 나타났다.

일본 총영사는 브룩헤이븐에 소녀상 건립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한인들이 거주하는 도시의 시장들을 일일이 만나 소녀상에 대한 일본측의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급기야 일본 총영사는 “위안부는 매춘부였다”고 발언해 한인사회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는 그같은 반대에 의기소침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뉴스앤포스트에 의하면, 김백규 건립위원장은 “이제는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소녀상 건립 관철을 위해 힘 규합에 나선 것이다.

소녀상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일본측이 반대하는 것은 불을 보듯한 일이다. LA 인근의 글렌데일에 소녀상이 들어섰을 때 일본 정부는 물론 현지 일본인사회도 크게 반발했다. 당시 일본계 주민들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차세대 컨퍼런스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함께 글렌데일의 소녀상을 찾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글렌데일의 소녀상은 반일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일본 내에서의 반감도 엄청나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기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박 전의장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고, 광복 70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과거의 아픔도 묻을 때가 됐다"면서, 미주지역에서 소녀상 건립운동이 퍼져가고 있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서는 곳마다 '평화'보다는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과연 이같은 갈등을 무릅쓰고 소녀상을 곳곳에 세우는 것이 의미있은 일일까? 해외에서 한일 교민사회가 갈등하고, 그때문에 주류사회도 나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애틀랜타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빚는 갈등을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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