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파선은 세계 최초 여성 세라믹아티스트"
[기고] "백파선은 세계 최초 여성 세라믹아티스트"
  • 민단신문
  • 승인 2017.07.0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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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타도자기 창시자 '백파선' 갤러리 연 구보타(久保田均) 관장

 

지난해에는 아리타야키 창업 400년의 고비였다. 이삼평옹이 1016년 아리타의 이즈미에서 도자기용 돌을 발견한 이후 400년의 발전을 축하하는 해였다. 17세기 중반 유럽을 석권한 아리타야키의 영광 재현의 소원을 담아 앞으로 아리타 야키의 발전을 기한 1년이기도 했다.

그런 밝고 멋진 활동 가운데 잊고 지나갈지도 모를 백파선(百婆仙)의 업적을 잇고 기리기 위해 지난해 2월 갤러리 '백파선'을 개설했다. 그녀의 사후 360주년 기일 1개월 전이었다.

백파선은 1656년 96살에 타계했으나 그녀의 삶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녀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은 아리타 보은사의 묘비에 새겨진 백파선에 대한 기록이다. 온화한 일족의 리더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1593년 임진왜란이 끝나면서 33세였던 백파선는 남편(深海宗伝) 및 일족과 함께 와도에서 철수하는 고토 이에노부(後藤家宣)에 잡혀서 일본에 왔다. 영주 고토오 이에노부의 비호 아래 타케오광복사(武雄廣福) 근처에 체류하면서 그릇을 굽기 시작했다.

남편이 죽자 백파선은 큰아들 헤이타로(平太郎)와 일족을 지키며 70세 때까지 가마를 땠다. 이윽고 도자기용 돌이 발견된 아리타에 일족을 이끌고 이동했다., 아리타도자기의 초창기를 만들어갔다.

헤이타로한테 9명의 아이들이 태어나 이후 이름 높은 도공도 배출하면서 현재의 후카우미(深海) 가계가 이어지고 있다. 늙은 백파선은 많은 손자나 증손자들에 둘러쌓였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국땅에 살았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생각하면 감사를 드리고 싶을 따름이다.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에의 끊기 어려운 향수와 자손 만대의 안녕을 비는 늙은 그녀의 마음은 두번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평화의 기도 아니었을까.

백파선의 출신이 경상남도 김해시로 알려진 것은 극히 최근이다. 이를 아는 순간, 나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아리타에서 태어났다. 벼 농사를 생업으로 하고 있으면서 지자체의원이 된 지 올해로 7년째다. 사실 나는 김해시에 있는 인제대학교 학생과 20몇년 전부터 교류가 있다. 매년 설날에 일주일 정도의 홈스테이로 일본 시골의 설을 즐기로 오는 것이다.

나에게 김해시는 어느사이 아이들의 살고 있는 마을이 되었다. 그 김해에서 일본에 오기 전 백파선이 살았다는 점을 몰라 아이들에게 전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아리타도자기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백파선의 존재를 더욱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아리타야키 창업 400년을 맞은 지난해 부산 출신으로 사가현 우레시노 시에 거주하는 도예가 노진주 씨의 협력을 받아 갤러리를 열었다. 그 갤러리 이름이 '백파선'이다. 세계 최초의 여성 세라믹 아티스트로 칭송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이름을 붙였다.

오픈 기념전으로 한국여성 도예가 2인전을 개최했고, 5월의 도자기페스티벌 기간에는 한일도예가 10명의 교류전도 열었다. 10월2일에는 허성곤 김해시장 일행 10명이 갤러리를 방문했고, 같은 10월에 김해시 주최의 김해 분청도자기 축제에도 참가했다.

올해 도자기페스티벌 기간에는 김해도예협회 회원전을 개최한 28명의 회원이 우리 갤러리를 찾기도 했다.

잔혹하고 공허한 전쟁에 살아남은 백파선의 존재를 세계 최초의 여성 세라믹 아티스트로 칭송받도로 하고, 그 심벌로 소생시키고 싶다.

올해 10월 김해 분청도자기 축제에는 아리타의 향토무용 '접시춤'이 선보일 예정이다. 귀향하지 못한 백파선과 많은 조선인 도공들의 영혼이 김해로 건너가 함께 춤추기를 바라고 있다.이를 위해 함께할 춤꾼들을 모집 중이다.

▲ 구보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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