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驛)⑥] 전라선 여수엑스포역
[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驛)⑥] 전라선 여수엑스포역
  • 구리하라 가게리(栗原景, 재일 포토라이터)
  • 승인 2017.07.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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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마다 모습 달라져....한국의 변화 느끼게 하는 역

▲ 여수엑스포박람회장으로 재개발하기 전인 2003년 여수역 주변 모습
▲ 같은 지점에서 본 2012년 여수엑스포박람회장. 지금은 관광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전라선의 종착역인 여수역을 처음 찾은 것은 2003년 여름이었다. 서울에서 특급 '새마을호'로 약 5시간. 서울에서 가장 먼 종착역이었다.

철근으로 든든하게 만든 역사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느낌이었다. 임진왜란때의 옛 싸움터로 이순신 장군이 근거지로 삼았던 여수는, 근대에는 연안 어업, 해운기지로 번창했다. 그러나 1998년에 여천시와 합병 이후 도시 중심이 내륙에 있는 미평·여천지구로 옮겨지면서, 구 시가지가 활기를 잃었다. 항만 시설과 직결되어 있던 철도도 화물 수송은 트럭에, 여객 수송은 고속 버스에 빼앗겨 왕년의 활기는 없었다.

텅빈 역과 항구의 기억

항구 앞쪽에 있는 전망대를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자 텅빈 여수 역과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후 두번째로 찾은 것은 2009년 12월. 서울에서의 소요 시간은 4시간 반으로 줄어들었다. 역앞은 여전히 사람의 왕래가 적었지만, 주변에선 고가 도로 건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역앞의 김밥점에 들어가가 새끼고양이가 다가왔다. 검은 얼룩을 가진, 애교는 있지만 예쁘다고 하기는 어려운 잡종 고양이였다. 과거 한국에서는 고양이를 불길한 동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잡종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게 조금 뜻밖으로 느껴졌다.

"귀엽죠?이름은 나비라고 해요. 게살 어묵을 좋아해 잘 먹어요."

한산한 여수역에 안내문이 내걸렸다.

"저희 여수역은 이번에 새 역사로 이전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여러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전 예정일... 12월 23일 오전 0시"

그해 말 여수역은 약 900m 북쪽의 신역으로 이전했다. 역과 부두 주변을 전면 재개발하면서 '여수세계박람회'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2년 반 만인 2012년 8월. 여수역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후 역이름은 여수 EXPO역으로 바뀌고, 박람회 끝무렵을 맞아 여수 EXPO을 찾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서울 용산역에서 고속철도 KTX로 연결되면서 소요 시간도 3시간 20분으로 짧아졌다. 전혀 이전의 역같지 않은 변모된 모습이었다.

과거 옛 여수역이 있던 자리는, EXPO박람회장의 메인 게이트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있었다. 9년 전에 역과 항구를 조망한 전망대에 오르자 눈앞에는 현대적인 박람회장과 새로 들어선 고층 아파트군이 시야를 채웠다.

KTX 로 소요시간 절반으로

2016년 10월. 4번째 방문한 여수 EXPO역은 평상시의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서울 용산역에서의 소요 시간은 최단 2시간 40분. 13년 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EXPO박람회장은 영구 공원시설로 됐고, 특히 수족관인 한화아쿠아플라넷과 시멘트 사일로를 재이용한 스카이타워는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었다.

한국의 지인의 안내로 옛 여수역 앞의 오래된 불고기 가게로 갔다. 연못이 있는 안뜰에는 고양이들이 돌아다니면서 고객들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식후에 과거 땀을 흘리고 오른 전망대로 갔더니 훌륭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남쪽 후미를 건너는 곤돌라까지 개통한 모습이었다. 대단란 변화였다.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바뀐 여수 EXPO역과 그 주변. 약간은 쓸쓸한 기분도 들었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한국을 상징하는 역이라 하겠다.

취재&사진=쿠리하라 가게리(栗原景, 재일 포토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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