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36] 서울로 7017
[아! 대한민국-136] 서울로 7017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07.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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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천여 꽃과 나무 심어 공중정원 조성··· 가디언지 "서울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신호"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7년 5월20일, 서울의 공중보행로 ‘서울 7017’이 열렸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공중보행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7017의 ‘70’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개통된 1970년의 그 70이고, ‘17’은 2017년에 17개의 보행로로 연결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총 길이는 지상 214m, 고가 810m를 합쳐서 1024m, 폭은 10.3m로 건축가 비니마스가 설계 지명공모에 ‘공중수목원’이라는 개념으로 응모하여 당선되었다. 보행로에 둥그런 화분 645개에 228종 2만 4085주의 꽃과 나무를 심어 공중정원으로 꾸몄다.

미국 뉴욕에는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가 있는데 이는 2.4km의 고가철로에 세워진 힐링공원이다. 1934년 화물운송용으로 개통되었던 철로는 1980년 운행이 중단되자 잡초와 쓰레기로 뒤덮여 흉물이 되었다. 땅주인들이 “부동산 값이 떨어진다”며 철거를 주장하자, 시민들은 역사의 숨결로 보존을 요구했다. 뉴욕시는 지상 9m 높이의 폐(廢)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정원과 쉼터를 조성해 2009년 개방했다. 이 정원에는 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느릿느릿’ 걷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하이라인 파크를 둘러 본 것은 2014년 9월23일이었고, 45년간 자동차 길이었던 서울역 고가는 2015년 12월13일, 보행로로 거듭나기 위해 폐쇄되었다. 그리고 1년 6개월만인 2017년 5월20일, 국내 첫 공중보행로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하이라인 파크를 보고 영감을 얻기는 했지만 ‘서울로 7017’은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환영 받고 사랑 받는 진일보한 공중보행로가 되고 있다. 개통 첫날 수 만 명의 시민이 몰렸고, 2주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 공중보행로 12곳 중 차로를 보행로로 만든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개통 전날인 5월19일,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 ‘스카이 가든’의 탄생을 크게 소개하면서 ‘서울로 7017’이야말로 수 십 년간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잃은 서울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신호가 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속도와 효율에 매몰되었던 지난날의 개발연대를 극복하고 인간중심의 공동체 회복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로 7017’은 파편화된 서울의 도시 구조를 봉합하고 연결하는데 있다. 철길과 10차선의 간선도로로 단절된 서울역 주변의 도시공간들이 이 고가를 통해 쉽게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역에서 이 길에 오르면 남대문 시장에 10분, 남산에 20분이면 걸어서 도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 거리를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어 나가는 장엄한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공중수목원 개념으로 설계된 ‘서울로 7017’은 회현동의 가짓과에서 만리동 쪽 화양목과까지 식물들을 과(科)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일일이 이름표를 달았다. 그렇게 비슷한 나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그들의 차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참나무 무리들, 상수리·굴참·졸참·갈참·신갈·떡갈 등의 잎 모양이나 차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해안이나 깊은 산속에 있는 나무들도 모두 모아놓다 보니 살아있는 식물도감 역할도 하고 있다. 걷기 좋은 도시란 결국, 마음 편안히 걸으면서도 배우고 볼 것이 많은 도시가 아닐까.

▲ 서울로 7017[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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