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환상속의 드라마 세상
[해외기고] 환상속의 드라마 세상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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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구름 한 점 떠있지 않는 겨울하늘이 너무 맑고 파래서 쳐다보면 가슴이 설렌다. ‘태양의 도시’ 라는 이름에 걸맞은 날씨 덕분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한껏 여유로움이 드러난다. 이럴 때는 작은 등가방 하나 둘러메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대체로 생각으로 머물 뿐이다. 그래서 갱년기의 감정을 추스르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올빼미 과인 나의 잠버릇 때문에 환상 속의 드라마 세상으로 쉽게 빨려 들어가게 된다. 재미있는 한편의 드라마는 쌓여있는 피로를 한방에 날려주며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박카스 같은 존재이다. 해를 넘긴 지난 드라마 일지라도 공감하면서 웃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비평가가 되고 OST 음악이 주는 감동에 빠져든다. 거기에 배경으로 좋은 음악이 깔리면 드라마에 대한 감동의 깊이가 달라지고 배우들에게는 후광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드라마들이 비현실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성향을 띠는 작품들을 많이 방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울한 사회문제를 탈피하고 싶은 심리현상과 이상향을 꿈꾸는 사람들의 반응을 작가들이 잘 짚어낸 탓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웹툰 에서 소재를 따와서 비현실적인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고,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들은 만화 속의 캐릭터와 닮은꼴을 하고 있다. 웹툰이란 영어표현의 ‘web(웹)’과 ‘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를 뜻한다. 웹툰의 인기 작가는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지난해 2016년 후반부터 유난히 많은 퓨전 사극드라마나 웹툰드라마가 방영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서 우연히 ‘W’ 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W는 이미 작년에 방영되어서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현실과 만화 속의 두 세계를 들락거리는 남녀 주인공들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현실정치의 풍자가 담겨있고, 젊은 청춘들의 사랑에 대한 로맨스와 코미디가 적절하게 잘 섞여 있었다. 나는 드라마에 푹 빠져서 며칠 만에 두 달분의 방영회수를 모두 다 보았다. 대본을 쓴 작가는 ‘W’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풀이해주고 있다.

W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Who와 why를 의미한다. 누가(Who), 왜(Why) 남자주인공의 가족들을 죽였는지를 찾아야만 하는, 주인공인 강철에게 부여된 설정 값을 뜻한다. 둘째는 Wonder World를 뜻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갑작스레 이상한 세계에 빨려 들어간 여자 주인공인 연주의 시선에서 본 달콤 살벌한 만화 속 세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주 엉뚱한 만화적인 발상의 드라마가 지난 2016년 한해를 빛낸 드라마로 뽑혔으니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황당하게 전개되는 내용은, W 세계는 주인공에게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만화세계의 시간이 한 달이고 1년이고 빠르게 건너뛰어진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현실 세계에서 건너오게 된 사람들은 누적된 피로감에 며칠 동안 기절하게 된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나는 현실과 만화속의 두 세상을 넘나드는 비현실적인 주인공들을 참 열심히도 따라다녔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대형 방송사들이 경쟁을 하듯이 현실과 과거 사이에서 시공을 넘나드는 퓨전사극을 많이 방영했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종영했지만 사람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한국의 전래동화에 나오는 친근한 도깨비를 고려시대로부터 현대사회에 이르는 시공 속에서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엮어낸 드라마다. 그 시차는 무려 900여년에 이르고 있다. 스토리는 늘 그렇듯 황당함과 로맨스 코미디를 전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져주는 화두는 있기 마련이다.
드라마는 바로 우리 자신들이 겪는 하루하루의 삶을 담아내기 때문에 대중들과 소통 할 수 있는 하나의 세상을 공유할 수 있다.

죽어서도 끊지 못하는 전생의 인연과 현세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늘 흥미를 더해주며 정말 그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결국은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가 손등과 손바닥의 관계처럼 가깝게 맞닿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전생이라든가 인연, 만남, 윤회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며 현세에서 살아 움직이며 숨 쉬는 것에 대해서 신에게 감사를 드리게 된다.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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