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인이 많이 찾는 나가사키
[칼럼] 한국인이 많이 찾는 나가사키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 총영사)
  • 승인 2017.09.14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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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 총영사)

최근 몇 년간 한일 관계가 안 좋다고 하지만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나가사키(長崎)를 다녀 온 어느 지인은 비싸지 않으면서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가 풍부한 나가사키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도시의 하나라고 한다. 특히 푸치니의 오페라에 나오는 ‘나비부인(蝶蝶夫人 Madama Butterfly)’이 살았다는 글로바 정원을 빼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오래 전 일본에 근무할 때 나가사키의 글로바 정원을 다녀 온 기억이 난다. 글로바 정원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무역상 토마스 글로바(Thomas Glover 1838-1911)의 저택이다. 글로바는 1859년 나가사키가 조약항(treaty port)으로 개항되면서 이곳에 자리 잡아 일본의 비단 수입부터 총기류 판매까지 무엇이든지 거래했다.

일본의 젊은 지사들이 250 여 년간 일본을 지배해 온 막강한 에도막부(江戶幕府)를 무너뜨리고 왕정을 복고시켰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인 젊은 지사들에게는 글로바 무역상으로부터 비밀리 구입한 서양의 신무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근대화에 도움을 준 토마스 글로바는 죽고 그의 일본 부인과 사이의 혼혈 자녀인 글로바 도미사부로(倉場富三郞)가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았다.

근대화를 이룬 일본이 군국주의로 변신 한반도와 중국대륙을 침략하자 영미(英美)와 전쟁이 불가피 했다. 군국 일본에게는 적국이 된 영국계의 글로바 회사가 눈의 가시였다. 특히 나가사키 항을 굽어보는 글로바 저택이 문제였다. 당시 일본은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비밀리에 전함 무사시노(武藏)를 건조하고 있었다.

일본정부는 전함 건조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도미사부로를 스파이 명목을 걸어 그의 저택을 압류하여 미쓰비시의 소유로 만들었다. 그 후 도미사부로는 일본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친일로 돌아섰다. 전쟁이 끝난 어느 날 도미사부로가 죽은 시체로 발견됐다. 아버지의 조국을 배신한 전범으로 체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목메어 자살을 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도미사부로는 나가사키 외국인 묘지의 아버지 토마스 옆에 묻혔다.

글로바 저택이 무대인 ‘나비부인’의 원작자인 미국인 존 롱( JohnLuther Long 1861-1927)은 나가사키에 간 적이 없고 나가사키에 사는 누나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이라고 한다. 1904년 이 소설을 오페라로 무대에 올린 푸치니 역시 나가사키에 간적은 없다고 한다.

나가사키는 1945년 8월 9일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폭탄이 떨어져 7만 명 이상의 생명이 희생된 곳이나 높은 언덕위의 글로바 저택은 원폭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당시 나가사키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나가사키가 원폭 피해를 입은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가사키는 원폭 투하의 대상 지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팻맨(Fat Man)’이라는 원폭을 싣고 괌을 출발한 미국의 B29 폭격기는 야하타(八幡) 제철소를 중심으로 하는 고쿠라(小倉) 등 북(北)규슈의 공업지대에 원폭을 투하하기로 했으나 일기관계로 나가사키에 투하했다고 한다.

나가사키에는 과거 포르투갈 선교사, 네덜란드의 상관(商館)이 있어 카스텔라, 덴뿌라가 여기서 유래되는 등 서양과 깊은 관계가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과도 인연이 깊다.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동(饂飩) 요깡(羊羹) 만주(饅頭) 등 중국의 고유 음식이 불교 전래와 함께 중국(宋)의 스님을 통해 들어 왔다. 1570년 경 나가사키항의 전체 인구가 3만 정도였을 때 중국인이 1만 명이었다고 하니 나가사키는 일본 속의 중국 도시였다.

일본의 도시 중에 나가사키가 개방적이고 일본화 됐지만 중국을 위시하여 외래문화가 많이 녹아 있는 도시로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나가사키를 찾는 한국인이 계속 늘고 있는지 모른다.

 

필자소개
한중투자교역협회(KOITAC) 자문대사,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전 한국외교협회(KCFR) 이사, 전 한국무역협회(KITA) 자문위원, 전 주나고야총영사, 전주베이징총영사
 

▲ 일본 나가사키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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