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韓中을 비추는 한가위 보름달
[칼럼] 韓中을 비추는 한가위 보름달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베이징총영사)
  • 승인 2017.09.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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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

한반도 위기설로 무더위가 더욱 덥게 느껴진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로 계절이 바뀌었다. 가을이 되니 우리의 큰 명절 한가위 추석이 찾아온다. ‘가을의 한가운데 큰 날’의 의미라는 ‘한가위’는 설날과 함께 우리의 큰 명절 중 하나이지만 설날과 달리 좋은 날씨에 햇과일이 넘쳐나는 풍성한 명절이다.

그러나 지난 9월3일 북한이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배 이상 위력을 가진 수소폭탄 실험성공으로 한가위 분위기를 망쳐 놓았다. 작년에도 추석 한가위 무렵에 제 5차 핵실험 성공으로 한가위 분위기를 망쳐 놓더니 이번에는 수소폭탄에다 괌에 이르는 사정거리를 가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쏘아, 모처럼 단란하게 모인 가족들의 화제가 김정은의 핵미사일 광기 규탄 대회로 변할 것 같다.

해외 근무를 주로 하는 외교관 생활에서 한가위 등 국내 명절은 어릴 때 추억 밖에는 없지만 그래도 가까운 중국에 근무하다보니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중국 추석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중국은 추석을 중추제(中秋節)라고 부른다. 춘하추동 4계절을 초(初) 중(仲) 만(晩)으로 구분하여 가을의 경우에도 초추(初秋) 중추(仲秋) 만추(晩秋)로 나누어 부른다. 중추제는 음력 8월15일 가을의 한 가운데를 기린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때가 농업사회에서는 수확의 시기와도 겹친다. 중국에서 중추제는 춘제(春節 1.1설날) 위안샤오제(元宵節 1.15 정월대보름)과 함께 3대 명절의 하나다.

중국에서는 민족 대이동을 하는 춘제와 달리 중추제는 비교적 간소하게 위에빙(月餠)을 주고받으면서 명절 기분을 낸다. 그 무렵 위에빙을 구해 먹어 보았는데 단팥소가 너무 달았던 기억이 난다.

위에빙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가끔 뇌물로도 사용되어 최근에는 부패 근절 방침으로 고급 위에빙은 못 만든다고 한다. 위에빙의 기본은 밀가루 빵에 단팥소, 대추 등 말린 과일을 넣어 둥글게 만든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의 송편처럼 위에빙을 먹어야 중추제를 느낀다고 한다. 우리의 송편과 위에빙은 달(月)의 모습을 했는데 위에빙은 둥근 달이고 우리의 송편은 그믐달이나 반달모양이다.

중국 사람들은 가득 찬 것을 좋아하여 달도 보름달(滿月, full moon)을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술잔의 술이 줄어들면 반드시 첨잔을 해서라도 가득 채워 놓는다.

중국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원만(圓滿)’라는 말은 둥글고 가득 찬 모습을 말한다. 가족의 화목이나 회사의 발전도 ‘원만’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중에서도 벤츠나 아우디가 특히 인기 있는 것은 브랜드 로고가 원(圓)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에빙에는 한족(漢族)의 저항정신이 담겨있다. 몽골의 원(元)나라가 중국을 지배하고 있을 때 끊임없는 한족의 저항을 받아 결국 100년을 넘기지 못하였다. 당시 몽골의 압제에 신음하던 한족들은 몽골인은 먹지 않는 위에빙 속에 반원거병(反元擧兵)의 비밀 메시지를 넣어 몽골 관헌의 눈을 피해 봉기를 하였다고 한다.

금년의 추석은 예년에 비해 3 주 가까이 늦어져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우에도 국경절과 겹쳐 장기 연휴에 들어간다. 사드 문제가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이 무렵 한국에는 중국에서 밀려오는 단체 관광객(遊客)으로 주요 백화점의 면세점에는 발 들일 틈이 없었으나 지금은 인적이 끊어져 문 닫는 면세점이 늘고 있다.

10월에는 중국 공산당의 제 19차 당 대회가 개최된다. 5년 마다 개최되는 중국의 큰 행사가 잘 마무리되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집권 2기에는 구동존이(求同尊異 같은 것을 찾고 다른 것을 서로 존중한다)의 정신으로 한중 관계가 개선되기를 한가위 보름달에게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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