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무서운 아이들
[Essay Garden] 무서운 아이들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7.09.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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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지난 9월4일은 미국의 공휴일인 월요일, 노동절(Labor Day)입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번영시켜준 공로를 격려하는 날입니다. 성급한 사람들은 금요일부터 여행을 가기도 하고 야단법석을 떱니다. 그런데 그 토요일 저녁에 어마어마한 산불이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의 경계를 가르는 아름다운 컬럼비아 강 협곡(Columbia River Gorge)의 폭포근처 숲 속에서 일어났습니다.

주말 산행을 올랐던 153명의 등산객들은 학교버스로 구조되었고 일천 여 명의 케스케이드 록(Cascade Locks)에 사는 주민들은 대피했습니다. 제가 얼마 전 다녀온 조용한 시골 후드 리버(Hood River) 마을은 연기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한 등산객의 신고로 15살 소년이 폭죽놀이로 산불을 일으킨 사건이어서 경찰은 그들의 휴대폰과 범인을 곧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법의 나라 미국은 피해를 입은 세 곳 카운티 법정에서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판결할 것이고, 그 결과에 의하여 산불을 일으킨 비디오 장면도 일반에게 유포될 것이라고 합니다.

국유림(National Forest)이기도 한 이 아름다운 협곡을 망쳐버린 철도 없고 무서운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인지요. 저는 궁금해지며 분노가 치밉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의 부산에서 여중생을 꿇려놓고 발길로 차고 때리는 잔혹한 여학생들의 장면도 떠오릅니다. 또 언젠가 살인까지 저지르던 고등학생들. 담뱃불로 지지고 똥물을 먹이기도하고. 도대체 누가 이런 아이들을 키웠고 이토록 잔악한 환경으로 부추기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저는 어른으로서 할 말을 잃습니다.

미래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생각하니 매우 슬퍼집니다. 아니요, 그 반대로 정의롭고 책임 있는 젊은이들이 있기에 그래도 세상은 지금처럼 존재 하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사실 지난 7월 저는 포틀랜드의 큰 오빠 댁으로 병문안을 갔습니다. 몸이 약한 저는 관광을 목적으로는 여행을 못가지만 그런 이유로는 집을 떠납니다. 제 자신도 자주 병원을 들락거리는 나이라 살아 있을 때 해야 할 일은 미루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팔순의 나이를 앞두고 은퇴한 오빠는 미국에서 의학자로 오랜 세월 기여하고 이곳으로 이사 왔습니다. 저와 인생철학은 좀 다르지만 동생들을 은근히 챙기는 장남 또 우리 가족을 미국으로 이민 오도록 초청해 준 오빠 입니다.

위험한 심장수술에서 오빠가 무사히 회복되어가는 모습을 뵙고, 저녁이면 집 앞 윌라멧(Willamette River) 강가를 사흘 동안 딸과 산책했습니다. 하루는 올케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컬럼비아 강으로 가자하여 나들이를 갔습니다. 여자 셋이서 얼마나 신나는 하루였는지 모릅니다. 당시 컬럼비아 강을 따라 아름다운 숲길 터널 사이사이로 등산객들의 차량들이 서있고 여기저기 폭포가 있다는 안내판을 보았던 그 숲이 지난 노동절 휴일 주말에 철없는 청소년의 불장난으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 비스타하우스 전망대

그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였습니다. 그 전망대에서 오리건(Oregon)과 워싱턴(Washington) 사이의 주 경계를 가르는 컬럼비아 강의 모습은 정말 우람했습니다. 주변에 피어있던 들꽃들. 우리는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원시적인 자연림의 터널을 지나 점심을 먹기 위해 ‘후드리버(Hood River)’ 라는 시골로 식당을 찾아 갔습니다.

푸짐하게 금방 튀겨낸 프렌치프라이와 닭고기가 먹음직했지요. 사방 벽에 때꼽이 묻은 음침한 주방에서 히피처럼 보이는 남자 요리사의 긴 머리가 치렁치렁 왔다갔다 보였지만, 눈 찔끔 감고서 배를 채운 후 웃으면서 팁을 놓고 나왔습니다.

중심가를 조금 걸어보니 왜 그리 아름다운 여자 옷가게는 많은지요. 유명한 후버 산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있어서인지 작은 시가지에는 보석상이랑 여러 상가가 있었습니다. 저는 서점에서 호기심 많은 귀여운 원숭이 조지그림이 있는 천으로 된 쇼핑 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이제는 그 마을 주변 뒷산에 있던 웅장한 숲이 불타버렸으니 관광객이 찾아올지 모르겠습니다.

후드리버 철교를 건너 반대편으로 돌아오는 14번 길은 워싱턴 주에 속하는 땅입니다. 강의 반대편 길에서 컬럼비아 강 협곡의 숲 병풍을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멋졌습니다. 캐스캐이드 산맥을 통과하는 동과 서쪽에서 부는 기압차이의 강한 바람으로 카이트 서핑을 하는 모습을 차안에서 보았습니다. 또, 오리건 주에서 여름에도 하얀 눈으로 전설을 담고 있다는 후드 산(Mt. Hood)은 여전히 우뚝 약 3400m의 신비로운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명칭이 붙은 ‘신들의 다리(Bridge of the Gods)’라는 하얀 빛깔의 우아한 다리를 지나친 것이 기억납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이번 산불에 얼마나 놀랐을까요. 참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숲길이었지만, 해마다 지구의 심각한 가뭄 때문에 여기저기 벌거숭인 민둥산으로 변해가는 곳도 많았습니다. 
 

▲ 컬럼비아 강 협곡

저는 거대한 컬럼비아 강물과 숲 병풍의 모습을 자주 사진에 담으려고 시도했지만, 중앙 분리대가 없는 좁은 이차선의 차도가 위험하여 자동차를 세우지 못하여 포기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몇 아이들의 장난으로 최근 33,328 에이커가 불타버린 아름다운 그 협곡을 다시 볼 수 없으니 마음이 퍽이나 안타깝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아름다운 포틀랜드 공항 건물 안에서 마림바의 건반을 두드리던 선량한 눈빛의 백인 작곡가의 연주를 들으며 시디를 두 개 샀습니다. 또, 포틀랜드에서 마셨던 그 신선한 물맛은 그리움 입니다. 시 당국이 강력한 법으로 철저하게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는 그곳에 사는 한 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준 높은 시민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빠네 집도 자연의 물맛을 즐기느라 부엌에 정수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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