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좀더 신중해야 할 재외국민 참정권
[데스크칼럼]좀더 신중해야 할 재외국민 참정권
  • 박완규
  • 승인 2010.07.16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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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철학자이자 도가(道家)의 창시자인 노자(老子)는 “무릇 나라는 정의로 다스리고 전쟁에는 기계를 쓴다. 그러나 정의나 기계는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초월하여 천하를 무위로 다스려야 한다” 했다.

천하에 금지령이 많으면 많을수록 백성의 생활은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들이 문명의 이기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국가는 도리어 더욱 혼란해진다. 사람들의 기술이 발달되면 될수록 기괴한 도구가 더욱 많아진다. 법령이 정비되면 될수록 도적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내가 하는 것이 없으면 백성들이 저절로 감화된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백성들이 저절로 정직해진다. 내가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백성들이 저절로 부유해진다. 내가 욕심이 없으면 저절로 질박한 생활을 하게 된다"고 설파했다.

장자(莊子)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무위이민자화(無爲而民自和)’는 무위자연 그대로 사는 것을 뜻하지만 위정자가 덕을 지니고 있으면 '힘이 없어도 백성들은 그 덕에 저절로 감화된다는 말이다.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후 폭풍으로 곤욕을 치렀던 한나라당은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심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여러모로 정치적 수세에 처한 현 상황에서 지지율 확보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까닭에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갈 타개책의 일환으로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참정권 부여의 한계성과 부작용 등 아직도 많은 논의와 검토를 필요로 하기에, 우려되는 몇몇 사안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재외국민 참정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지 여부다.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있는 해외 거주자 모두에게 참정권이 부여된다면 미국의 경우 현지에 살면서 시민권을 기다리고 있는 영주권자도 포함된다.

재외동포들과 관련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의무조항은 바로 병역과 납세의 의무다. 하지만 미국 영주권자들은 설령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해도 미국에 세금을 내지, 한국에 세금을 내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니 납세의 의무를 이행치 않은 사람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또,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교포들에게 적어도 3~4개 비례대표 의석이 배정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문제는 누가 이 비례대표를 뽑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미국에 사는 교포들의 권익 보호가 목적이라면 교포들 손으로 뽑아야 마땅한데, 실상은 여의도 중앙당에서 공천을 준다. 그렇다면 교포 후보자들은 각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여의도를 오가며 눈도장을 찍고 줄을 잘 서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교포에게 공천은 언감생심이다.

한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면서 자주 왕래하는 교포들이라면 공천 받기에 유리하겠지만 교포 권익보다는 자기 사업을 위한 정치를 할 공산이 크다. 또 각 정당이 교포들 여론을 공천에 반영하려 할 경우 정확한 여론조사를 할만한 기관이나 회사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당선된 뒤 의정활동 수행을 위한 비용도 문제다. 한국을 드나들려면 비즈니스석 항공료가 한 차례 왕복에 7천달러이니, 1년에 4차례만 다녀도 매년 항공료만 2만8천달러가 소요된다. 게다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체재비 등이 만만치 않다. 이 비용을 미국에 사는 교포들에게 부담하라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한국의 납세자가 부담하는 건 더더욱 말이 안된다.

결국 의원에 당선된 당사자가 부담해야지만 국회의원 급여로는 감당키 어려울 테니, 경제적으로 부유한 극소수의 교포만이 후보로 나설 것이 자명하다.

한편, 교포들 권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이들이 막상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가서는 별로 할 일이 없을 것이란 점이다. 미국 교포들에게는 미국 법이 더 중요하지 한국 내 현안은 생활과 무관한 게 대부분이다. 가령 요즘 뜨거운 정치현안인 4대강, 야간 집회, 영일 포항 인맥 문제 등은 교포사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미국 내 이민법 개정문제는 불법이민자들의 값싼 인건비에 의존하는 한인타운의 소규모 상인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교포를 대변해야 할 비례대표 의원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교포들의 환심을 사려는 각 정당의 정치꾼들이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면서 휘젓고 다니면 교포사회는 점점 분열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워싱턴에서는 한국 특정 정당소속의 한 단체가 지부를 조직하면서 회비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고, LA와 인랜드, 시애틀, 달라스 등 미국내 몇몇 도시에서 기득권을 노린 새로운 한인회가 생겨나 기존 한인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참정권 부여에 따른 부작용이 표면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한 두 군데에 불과하지만 선거가 임박해지면 온갖 유령 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해 미국 교포사회를 혼란의 나락으로 빠트리게 할 공산이 크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과연 해외동포를 끌어안고 돕는 일인지, 대의명분과 정치논리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무위이민자화’의 의미를 되새겨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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