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사카 뉴커머 1호 세무사 이효성씨
[인터뷰] 오사카 뉴커머 1호 세무사 이효성씨
  • 오사카=이종환 기자
  • 승인 2017.10.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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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와 행정사 자격 갖고 사무실 열어
"외국인이 세무조사 받은 일 대행할 수 있을까?"며 면접 통과시켜 주지 않아
민단 생활상담 봉사도 원해
이효성 세무사 사무실의 상담 공감
이효성 세무사 사무실

“뉴커머(신정주자) 유학생 1호로 일본에서 세무사 자격증을 따고, 세무사사무실을 열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올해 세계한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도 받았어요.”

오사카에서 나니와호텔을 경영하는 박총석 세계무역협회 전 오사카 지회장으로부터 이 같은 소개를 받고 찾아간 이효성 세무사의 사무실은 정말 뜻밖의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마치 아늑한 카페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VIP 고객을 위해 멋있게 꾸민 라운지 같다고 할까?

“저를 찾는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기분 좋도록 만들자고 인테리어에 정성을 들였습니다. 세무사 사무실 같지 않지요?”

고객들의 고민을 풀어주고, 상담하면서 휴식할 수 있도록 라운지형으로 만들었다는 게 이효성 세무사의 설명. 사무실을 특이하게 꾸밀 생각을 했을 정도로 그의 경력 또한 독특한 바 있다. 그냥 들으면 당돌하다고 할 정도로 야무지면서도 당찬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가 일본에 도착한 것은 1989년 2월로 그의 나이 막 20세가 됐을 때였다. 청바지와 티셔츠 한장, 일본어 사전 하나를 들고 오사카로 와서, 홈스테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이 유학한 대학교에 다니고 싶어 동지사(도시샤)대학을 선택했어요. 그때 리츠메이칸 대학도 합격을 했는데 그 대학을 갔으면, 세무사의 길을 걷지 않았겠지요.” 그는 2003년 도시샤대학 상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외국인으로서 결코 받아내기 쉽지 않은 성적이었다. “학교 다니면서, 법원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세무사 인턴도 학교를 다니면서 했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세무사의 길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개방사회 및 외국인학생 유치 등을 목표로 해서 외국국적의 유학생들로 세무사 등 전문직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막 열었을 때였다. “시험에는 붙었는데, 면접에서 통과를 시켜주지 않는 거예요. 세무사협회가 면접을 보고 통과시켜야 세무사로 일을 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외국인으로 세무조사 받는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면서 통과시켜 주지 않았어요.”

영주권도 없이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외국인한테 무슨 세무사 자격이냐는 게 당시 세무업계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첫 번째 면접에서 통과되지 않았고, 2회째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사위원이 저를 잡고 2시간이나 물으면서도 통과시켜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본인 응시자들은 10분이면 되는 면접이었지요.”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오랜 분노와 실망 끝에 결국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아리조나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류를 받고, 미국행 티켓도 샀다. 그리고 작별인사를 다닐 때 지인이 한 사람만 더 인사하고 떠나라고 해서 찾아간 것이 지금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전국 세무사협회 부회장을 지낸 사람이었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그가 ‘언제부터 우리 협회가 이렇게 폐쇄적이었냐’고 놀라면서 그를 돕고 나섰다. 그의 도움으로 그동안 아무리해도 건널 수 없었던 ‘면접’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오사카에서 뉴커머로 세무사를 하는 사람은 이효성 세무사가 유일하다. 하지만 세무사의 일은 돈과 법규를 다루는 만큼, 뉴커머가 하기에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다. “세무사 사무실을 열면 정말 잘 될 것같았어요.하지만 난관은 끊임없더군요. 그게 또다른 시작이었어요.” 그가 개인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한 것은 2004년 4월이었다. 그후 10여년이 지나면서 이제 겨우 한숨을 돌릴 정도가 됐다고 할까?

“한국인 세무사의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그룹기업이 저를 만나고는 ‘꼭 저 같은 사람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제가 세무사 자격증과 함께 행정사 자격증도 있는데, 이 둘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고요.”

이효성 세무사는 이제 교민사회에 대한 봉사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관서지역한국인회에 참여해 부회장도 맡고 있고,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으로도 2년전부터 활동해왔다. 주일부산무역사무소 통상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재일민단에서 개설한 생활상담센터에 참여해 재일동포 올드커머들을 위해 세무와 상속 등에 자신의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싶어한다. 무보수 봉사다. 그는 이를 위해 민단 오사카본부 김명홍 부단장을 찾아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의견도 피력해놓은 상태다.

“저는 선박항해 1급 면허도 따놓았고, 스쿠버다이버 시험도 봤습니다. 언젠가 그것도 제대로 쓰일 날이 있겠지요.” 억척스런 ‘또순이’ 같은 말이다. 이효성 세무사는 올해 48세. 전문직으로 바쁜 일에 시달리다 보니 아직 미혼이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위촉장과 주일부산무역사무소 통상자문위원 위촉장
민주평통 자문위원 위촉장과 주일부산무역사무소 통상자문위원 위촉장
이효성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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