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백암산성에서 바라본 요동벌판은 끝없이 넓고 넓었다
[탐방기] 백암산성에서 바라본 요동벌판은 끝없이 넓고 넓었다
  • 홍찬수 영구한인회 부회장
  • 승인 2017.10.17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구한국인회, 청소년 역사문화탐방 실시
황하문명보다 1600년 앞선 홍산문화 유물 전시한 요양박물관 방문
중고등학교 교과서로 발해국 설명할 수 없어 씁쓸
남과 북 손 맞잡고 통일이 되기를 기원하며 백암산성에서 작은 음악회

‘2017년 영구 청소년 역사문화 탐방’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한중관계가 매우 좋지 않아 7월에 계획했던 답사가 10월로 미루어지면서 고민은 깊어졌다. 영구한국인(상)회는 2014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역사 문화탐방을 떠났다. 시작할 때에는 한국인 유학생과 한인회 회원들이 참가자의 대부분이었는데 해가 거듭 할수록 한국유학생은 줄어들고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주말한글학교에 입학하면서 다문화 청소년들이 역사탐방에 참여하고 있다.

쌀쌀한 가을 아침이다. 4일간 가을비가 계속 내려 역사탐방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됐다. 다행히 출발하는 날의 날씨가 청명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바람한 점 없이 포근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주말한글학교 학생 14명이 주제발표를 했다. 한인회가 고구려 인물을 중심으로 미리 사전에 공부할 수 있도록 주제를 주었고, 학생들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발표를 했다.

영구주말한글학교가 설립된 지 2년에 접어들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초등부 어린학생들은 중국 인터넷에서 인물을 검색해 중국어로, 중고등부 학생들은 한국어로 발표했다.

고구려 시조 고주몽, 소서노, 을지문덕, 당태종이세민, 연개소문, 양만춘, 대조영 등에 대해 14명의 학생이 주제발표를 하는 동안 버스는 요양에 접어들고 있었다. 요녕성 요양은 북방의 고대도시로 백탑을 중심으로 아직도 옛 정복국가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첫 번째 답사지 요양 박물관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어린 학생들을 위해 박물관에서 해설하는 분을 초대해 유물에 관한 설명을 듣게 했다.

요양 박물관에는 요하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석기 청동기 유물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 특히 세계인류 4대문영인 황하 강 문명보다 1600여년 앞선 홍산 문화의 유물들과 고분벽화가 전시돼 있어 우리의 역사 단군조선 이전의 배달국 환국의 역사를 포함한 약 1만년 역사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요양 박물관을 견학하고 러일전쟁 당시까지 실제 남아있던 요동성 터(현재 흔적이 없다)와 정복국가 시절 요나라가 세운 높이 71m의 커다란 백탑을 보며 거란과 발해국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버스 안에서 주제를 발표한 이신지 학생의 어머니가 발해국의 멸망에 대해 언급했는데, 과연 백두산 화산 폭발과 목단강에 있는 경박호(화산폭발에 의해 생긴 호수) 주변에 있는 발해국 8대 왕릉의 멸망과 관련이 있는 지 생각해 보았다. 백탑을 보면서 우리가 중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몇 줄 안 되는 내용으로 다루는 발해의 역사를 생각하며 함께 한 분들에게 설명을 할 수 없어 답답하고 씁쓸했다. 요양 박물관과 백탑을 답사하고 다음 답사지 고구려 백암산성(연주성)으로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645년 1차 고당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설명을 했고, 고속도로 표지판에 수산(首山)이란 이정표를 보면서 이세민이 요동성을 함락하고 수산에 올라 드넓은 요동벌판을 바라보며 다음 공격을 어느 곳으로 정할 것인지 당나라 장군들과 작전회의를 했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버스는 요양을 출발해 동쪽을 30km 가량 이동을 해 백암산성에 도착했다. 주선양총영사관 최은정 박종상 영사가 미리 도착해 우리와 함께 역사탐방에 동참했다.

백암산성은 개인적으로 4번째 답사다. 645년 고당전쟁 당시 백암산성 성주 손대음은 활시위 한번 당겨보지 않고 당나라에 투항한 성으로 기록돼 있다. 이 산성을 답사할 때마다 백암성주 손대음을 마음속으로 비겁하고 겁이 많은 졸장부라고 투덜거리곤 했다. 영구한인회와 주말한글학교 학생 46명이 답사에 참가했는데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까 마음속으로 나름 정리를 하면서 산성 정상에 올랐다.

산성정상에 오르니 며칠 비가 내린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 답사팀을 위해 미리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셔서 역사탐방을 하는 우리에게 깨끗한 산성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붉게 물든 단풍과 이렇게 깨끗하고 잘 보전돼 있는 고구려 산성을 볼 수 있게 도와준 고구려 신께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렸다.

백암산성은 둘레가 약 2.3km로 중형급 산성으로 분류된다. 낮은 곳은 2~3m, 높은 곳은 대략 7~8m에 넓이 3~4m 가량 돌과 돌을 끼워 넣어 쌓은 산성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치(雉)를 쌓아 적의 침입을 방어하도록 축성을 했다. 서쪽 낮은 부분에는 배수가 잘 되도록 수문을 만들어 놓았고 굽도리 들여쌓기 등 동남쪽으로 태자 강을 해자로 축성한 산성이다. 산성 정상에 축성한 산성을 보면 마치 태백산, 강화도 마니산에 있는 천제단을 연상하게 하는 넓게 쌓아 놓은 돌 축대를 보면서 이곳에서 봉화를 올렸을까? 점장대로 사용했을까? 이곳에서 제천행사를 올렸던 곳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산성 정상에서 바라보는 요동 벌판은 끝이 없이 넓었다.

<br>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찍은 요동성.

정상에 올라 간단히 준비한 김밥과 간식을 먹으며 자유 시간을 가졌다. 화강암을 ‘절석’해 축성한 이 튼튼한 산성으로 보면서 또 다시 백암성주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우리 일행들에게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 백암성주가 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400년 전으로 돌아가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내가 만일 백암성 성주라면 어떠했을까?

장수로서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죽는 것은 영예로 일이다. 하지만 성주로서 성안에 있는 무고한 백성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을까? 군사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지만 무고한 일 만 명의 백성들은 누가 보살펴야 하나? 백암성주의 깊은 고뇌를 생각해본다.

백암산성 동남쪽은 수직 절벽으로 배수의 진(背水陳)을 친 산성이다. 산성아래 요동벌판에서 들려오는 50만의 당나라 군사의 함성소리와 사면당가(四面唐歌)에 불안에 떨고 있는 백성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면 산성 안에 피신한 수많은 백성들은 태자 강에 몸을 던져 그 넋이 꽃잎처럼 흩어졌을 것이다.

백암성주가 당나라 군대를 이곳에 며칠 동안 발을 묶어 두었으면 안시성 전투의 상황은 후세에 역사속의 기록은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보면 답사에 참가한 분들 또한 생각이 복잡할 것이다. 백암성주는 결코 비겁한 졸장부가 아니고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쟁을 피하고 훗날을 기약한(捲土重來) 현명하고 어진 성주였다고 생각을 해본다.

 답사의 마지막 순서로 백암산성 정상에서 영구주말한글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고구려산성 정상에서 소박하고 작은 음악회를 한다는 것은 영구 주말한글학교 청소년 역사 탐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큰 행복이다.

고당전쟁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고구려 유민들과 군사들을 위로하고 역사탐방을 통해 후손으로서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분단된 현실을 보면서 하루빨리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통일이 되기를 기원하며 산성에서 작은 음악회를 끝으로 청소년 역사 문화탐방을 마무리 했다.

청소년 역사 문화탐방을 준비하면서 인문학에 정답은 없지만 함께 참가한 모든 분들이 유적지 답사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답사를 위해 애써주신 영구한인회와 영구주말한글학교 선생님, 주선양한국총영사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작은 음악회.
현재의 백암산성 모습.
현재의 백암산성 모습.
백암산성에서 바라본 요동벌판.
백암산성에서 바라본 요동벌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