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콜롬비아 포파얀 그리팅맨
[비바 코리안] 콜롬비아 포파얀 그리팅맨
  • 정길화 MBC PD
  • 승인 2017.10.17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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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사람’ 그리팅 맨, 콜롬비아에 설치
반군과의 평화협정 1주년 기념, 평화의 상징
유영호 작가가 중남미에 4번째 설치하게 돼
white city 포파얀<br>
white city 포파얀

남미 콜롬비아에 포파얀(Popayan)이라는 도시가 있다. 남서부 카우카(Cauca) 주의 주도인 이 곳의 별명은 White City 즉 ‘백색 도시’다. 박물관, 성당 등 어디를 가도 흰 벽면의 콜로니얼식 건물이 즐비하다. ‘포파얀’이라는 말이 ‘하얀 도시’라는 뜻인가 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얼핏 들어도 스페인어가 아닌 원주민 말이다. 1537년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도시가 생길 때 Pupayam이란 마을과 Payan이란 마을이 합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카우카 주의 위치를 보면 서북쪽으로는 태평양에 연해 있다. 주도 포파얀은 왕년에 스페인이 남미 일대에서 약탈한 각종 자원과 부를 본국으로 실어 나르던 카리브해의 적출항 카르타헤나(Cartagena)로 가는 길목에 있어 17-18세기에 매우 번창했다고 한다. 원주민(인디헤나), 스페인식, 아프리카식 음식이 혼재하고, 기후와 토양이 비옥해 각종 과일과 밀의 주산지다. 그래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white city 포파얀<br>
white city 포파얀

그 결과 포파얀은 유네스코 선정 ‘음식 창의도시(Creative City of Gastronomy)’ 1호다. ‘창의도시’는 문학, 영화, 음악, 디자인, 요리·음식 등 7개 영역에서 우수한 도시를 선정하는데 미식 쪽에는 콜롬비아 포파얀, 중국 청두, 스웨덴 외스테르순드, 한국 전주 등이 1차로 선정됐다. 이후 노르웨이 베르겐, 스페인 부르고스, 브라질 벨렝, 태국 푸켓, 일본 쓰루오카 등이 추가되어 지금은 세계 18대 도시가 음식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에 열린 제 10회 포파얀 음식축제에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대됐다. 산토스 대통령 영부인이 개막식에 참가한 가운데 한국에서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이 참석했다. 주빈국 행사에서는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의 특별공연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공식 오찬에는 전주 비빔밥과 김치가 특식으로 나왔다. 중남미 특파원 시절에 포파얀에 출장을 가서 이 행사를 답사해 보도했다. 이어서 내친김에 인근 칼리(Cali)로 향해 살사 댄스를 취재했다.

제10회 포파얀 세계음식축제 장면

그런데 포파얀은 경치 좋고 인심 좋고, 농산물 등 먹거리가 풍요로운 곳이건만 이곳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먼저 여기가 지진 취약지대라는 것이다. 1983년 3월에 강진이 발생해 도시가 파괴되고 수백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2012년에도 음식축제 취재를 다녀간 이후인 10월에 강도 7.4의 지진이 엄습했다는 뉴스를 듣고 뒤늦게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또 하나는 근처 일대가 콜롬비아 반군(FARC)과의 접전 지역이라는 점이다. 경제적 불평등 등 누적된 모순으로 콜롬비아는 1964년에 내전이 시작된 이래 반세기가 넘도록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가 이어졌다. 그로 인해 53년간 사망자 20만 명 이상, 이재민 800만 명, 실종자 4만5천 명이 발생했다. 카우카 주는 인근 푸투마요, 나리뇨 주 등과 함께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실제로 2012년 당시 포파얀 취재가 끝나고 칼리로 이동하려는데 지역 경찰에서 한국 취재진 일행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2명의 무장경찰이 탑승한 경호 차량을 붙여주었다. 다년간 세계 곳곳을 출장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현지 경찰의 조치는 공연한 것이 아니었다. 이동 중에 다리를 지나는데 바로 2-3일 전에 반군의 폭탄 테러로 교량 노면이 파괴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구멍 뚫린 다리 아래로 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반군의 폭탄 테러로 교량이 폭파된 장면

기실 마약과 반군은 콜롬비아의 오랜 적폐이자 모순이었다. 남미의 자원 부국인 콜롬비아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늘상 여기에 발목이 잡히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24일 산토스 대통령은 반군과 긴긴 줄다리기 끝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내전을 종식하는 것에 성공했다. 에메랄드와 커피 그리고 살사의 나라, 또한 샤키라와 보테로 그리고 마르케스의 나라, 콜롬비아에 이제 평화의 기운이 도래한 것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 공로로 201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올해 6월26일 유엔은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사이의 전쟁이 공식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9월4일에는 제2의 반군단체 민족해방군(ELN)과 협상을 벌여 휴전 체결에 합의했다. 이틀 뒤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콜롬비아를 찾았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첫 중남미 출신 교황인 그는 “콜롬비아가 평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방문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내전 과정에서 콜롬비아 국민이 보여준 ‘영웅적 행위’를 치하하고 “용기를 내서 가기 시작한 그 길을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연합뉴스).

그런데 평화를 그리던 사람들은 이제 평화의 정착을 기념하는 상징물을 필요로 하게 된 모양이다. 머나먼 포파얀으로부터 한국의 유영호 작가에게 마을에 그리팅맨(Greeting man)을 설치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지구촌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인사하는 사람’ 그리팅맨. 유영호 작가에 따르면 바로 이 그리팅맨의 설치를 카우카 주에서 직접 요청해 왔다고 한다.

2012년 그리팅맨 제1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지난해 평화협정 이후 남서부 지역에는 군경합동감시검증단(CCMOV Comando Conjunto de Monitoreo y Verificación)이 운용되고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오스카 캄포(Oscar Rodrigo Campo Hurtado) 주지사와, CCMOV의 리베라토 아세베도(Liberato Estupiñan Acevedo) 단장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우카 당국은 우연한 기회에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고개숙여 인사하는 제1호 그리팅맨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이들은 그리팅맨이 소통과 감사의 뜻을 담고 있고, 나아가 공존과 평화를 상징한다며 작품을 설치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에 작가는 콜롬비아의 평화 정착을 기리는 취지에 공감하여 신장 6미터 상당의 알루미늄 재질로 작품 값이 30만불 상당인 그리팅맨 작품을 기증한다. 파주에 위치한 유작가의 작업장에서 제작된 그리팅맨은 운송, 통관 등에 필요한 사전 절차가 끝나는 대로 태평양을 건너 포파얀 시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팅맨은 주도 포파얀으로 들어오는 북쪽 입구인 북57번가와 9번대로가 만나는 녹지대에 설치될 예정이다.

2016년 파나마시티 그리팅맨 준공식 장면

이제 포파얀에 그리팅맨이 세워지면 지구대척점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세워진 그리팅맨 이후, 태평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파나마시티, 남반구와 북반구가 만나는 적도선 에콰도르 카얌베에 이어 해외에서는 4번째가 된다. 지금까지는 작가가 의미있는 장소를 선정하여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이었다면 콜롬비아 포파얀의 경우는 그리팅맨의 존재 양식과 상징적 의미를 보고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는 점이 다르다. 평화와 소통을 기리는 그리팅맨의 개념이 더욱 확장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콜롬비아는 6·25 때 정규군 파병을 한 16개국 중의 하나로 한국과는 혈맹의 우방이다. 양국의 교류와 우호관계는 날로 증진되고 있고 콜롬비아에는 케이팝 등 한류도 활성적이다. 콜롬비아가 자랑하는 후안 발데스(Juan Valdez) 커피도 한국에 들어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이 내전의 상흔을 딛고 일어서는 포파얀의 한복판에 설치된다. 바라기로는 준공식 때에는 그리팅맨을 무대로, 콜롬비아가 자랑하는 샤키라와 한국의 케이팝 빅스타 빅뱅이 콜라보 공연을 하면 어떨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필자소개
정길화(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다큐멘터리 PD로서, 2005년 멕시코 한인 이민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에네켄> 3부작을 제작, 방영한 바 있다.

정길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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