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41] 추석
[아! 대한민국-141] 추석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10.21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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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국인에게 있어 1년 중 최대의 명절은 뭐니뭐니해도 추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서(史書)인 김부식의 「삼국사기」 유리니사금조에 가위절을 지냈다는 기록이 처음 나온다. 여기에 따르면 가위절은 나라에서 해마다 왕녀 2명으로 하여금 각 부의 여자들을 두 편으로 나누어 통솔, 길쌈 시합을 하는데 이날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아 가무를 비롯한 각종 축하놀이를 했는데, 이를 가배(嘉俳]라 했다는 것이다. 가배는 가위의 이두식 표현이다.

추석 무렵은 곡식이 여물어가고 수확을 기다리는 시절이라 한때나마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날씨 또한 덥지도 춥지도 않다. 햇곡식이 나오고 온갖 과일이 쏟아져 나온다. 「동국세시기」에는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 추석이라고 했다.

세화연풍(歲和年豊)해서 이 날을 즐겨도 좋고, 거친 세파(世波)에 이 날만은 쉬어보자 해서 이 날을 즐겨도 좋다. 가을바람이 좋고, 하늘 높이 뜬 둥근 가을달이 좋다. 작가 박경리는 추석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돼지나 소나 말이나 새들에게도, 시궁창을 드나드는 쥐새끼들에게도 포식의 날이라고 했다.

추석 때의 계절 음식으로는 햅쌀 술,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들 수 있다. 송편의 모양은 지방마다 다르지만, 송편을 만들 때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는 속설이 있어서, 서로 예쁘게 빚으려고 경쟁을 한다.

추석이라는 말은 예기의 추모석월(秋暮夕月)이란 말에서 나왔는데 이는 저물어가는 가을달에 천신(새로 나는 물건을 먼저 신위께 올리는 일)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추석 때 가장 큰 일은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 앞에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바로 그 일 때문에 추석 무렵에는 일찍부터 귀성전쟁이 일어나곤 한다.

차례는 기(忌)제사와 달리 축문이 없으며, 초헌, 아헌, 종헌이 따로 없이 단잔으로 올리며, 메 대신 햅쌀로 지은 송편을 젯상에 올린다. 중국의 고례에 조상을 가장 간략하게 받드는 보름의 망참에 차 한 잔만을 올리는 것을 차례라고 했는데, 여기서 우리의 명절 차례도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기제사를 받드는 모든 조상 신위를 모시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음식으로는 올벼로 빚은 술, 구할 수 있는 과일, 그리고 지역이나 집안의 특색 있는 음식을 올리면 된다. 차례를 지내고 나면 차례에 참여한 인원들이 모두 함께 선산에 성묘를 간다.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 의하면, 추석에는 며느리가 말미를 얻어 개고기에 떡고리와 술병을 챙겨 오랜만에 친정집으로 휴가를 얻어 떠난다. “초록 장옷 반물(짙은 남색) 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원기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펴고 놀고 오소”

‘뒷동산 밤대추는 아이들 세상’이요, 신도주(햅쌀 술), 올벼송편, 박나물, 토란국 등 제물은 이웃과 나누어 먹고, 가사와 농사에 지친 여성과 머슴은 마음껏 쉬고 노는 것, 그 것이 추석 명절이다. 그것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 바로 그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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