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驛)⑭] 경의선 신촌역
[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驛)⑭] 경의선 신촌역
  • 구리하라 가게리(栗原景, 일본 포토라이터)
  • 승인 2017.10.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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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모습 변형돼 보존
신촌역 새역사 앞에 구역사가 보인다.
신촌역 새역사 앞에 구역사가 보인다.

연세대가 있는 신촌은 이웃한 이화여대 주변과 함께 한국 최대의 대학생거리다. 좁은 골목에 고깃집과 호프 집, 카페, 부티크 등이 즐비하다.

그같은 신촌과 이대의 딱 중간에 한국철도공사의 신촌역이 있다. 서울역과 민간인 통제구역내의 도라산역을 잇는 경의선역이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는 많이 떨어져 있어서 서로 구분하기 위해 '신촌 기차역'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번듯하게 역 건물이 세워진 신촌역이지만 정면 계단 옆에는 작은 목조 역사가 있다. 1920년에 준공된 개관 당시의 옛 역사다. 지금은 관광안내소로 이용되면서 내부도 공개돼 있다.

옛 역사가 현재의 모습으로 된 것은 지금부터 10년 전이다. 2000년대 초 신촌역에 민간자본에 의해 새 역사 건설이 결정되면서 옛 역사는 해체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역 빌딩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옛 신촌역사를 보존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사실 이 역사는 붉은 벽돌의 옛 서울역사(1925년 준공)보다 전에 지어진,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역사였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에 만든 건축이어서 논란이 됐지만, 2004년 등록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돼,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역 건물 공사가 진행중이고, 구 역사가 정면 계단과 겹친 것이다.

원래 역사를 몇미터 옮겨 보존해도 되지만 시간과 예산상 옛 역사를 그대로 옮기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결국 옛 역사는 대합실이 있는 안채는 그대로 보존되고, 계단 예정지로 된 구 역사 사무실 부분은 해체해 반대편에 복원됐다. 본체를 향해 왼쪽으로 뻗어있던 사무실을, 본체 오른쪽으로 옮겨 붙인 것이다. 이때문에 역사가 있는 옛 신촌 역사는 정면에서 봐서 좌우 반대의 형태로 변했다.

확실히 신촌역사는 남기는 했다. 그러나 변형된 지금의 모습을 과연 '보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학생 시절 이 역사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좀 복잡한 생각이다.

'보존'된 신촌역사는 밖에서 볼 수 없었다가 2012년부터 관광안내소로 활용된다. 붉은 제복을 입은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 가이드들의 기지이기도 하다. 과거의 홈 쪽은 역 빌딩으로 막혀 있지만, 개찰구의 모습은 남아있다. 처마 끝에는 캣푸드를 남긴 접시가 놓여졌다.

"매일 먹이를 받으러 오는 고양이가 있어요. 정기열차처럼."

접시를 수거하러온 안내소 스탭이 웃었다.

역 건물 계단을 올라가 현재의 '신촌 기차역'을 찾았을 때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 역을 발착하는 기차는 1시간에 1대밖에 없다. 개찰구 건너 편에는 '신촌 밀리오레'가 있지만 2012년에 경영난에 빠져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동대문에서 성공한 패션 빌딩이지만, 대학가에는 맞지 않았다.

새 역사에 자리를 물려주고 모습을 바꾼 구신촌역사가 어딘지 애처롭다. 아니, 개관 100년을 앞두고 관광안내소로 지금도 매일 일하니 오히려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역 시절의 신촌역. 2004년 촬영 사진이다.
현역 시절의 신촌역. 2004년 촬영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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