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기러기 아빠의 꿈(Wild Goose Dreams)
[Essay Garden] 기러기 아빠의 꿈(Wild Goose Dreams)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7.10.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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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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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발보아 공원에 가면 중앙 박물관의 서북쪽에 연극을 공연하는 극장이 있습니다. 오래전 고등학생이던 딸은 호기심으로 연극을 보고 싶어 했지만, 영어가 부족한 우리부부는 건물 주위를 돌다 사진만 찍고 왔었지요. 최근 미국에서 공연하게 되는 ‘기러기 아빠의 꿈’이라는 영어 광고를 보고 많이 알려진 배우 김윤진 씨가 주연인데 딸이 가보자며 표를 구입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라호야 연극의 집(La Jolla Playhouse)이 어디 있는지 알아봅니다. La Jolla Village Drive와 Torrey Pines Road 길 코너에 있습니다. Playhouse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University of San Diego)의 캠퍼스 안에 있고 비영리단체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말엔 주차가 무료이고 티켓의 가격은 좌석에 따라 45불과 55불입니다.

공연장으로 세 건물이 있습니다. 현대식으로 멋지게 지어진 중앙에 위치한 조앤 과 어윈 제이콥즈 극장(Joan and Irwin Jacobs center)은 지금 무대를 중앙으로 옮기는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합니다. 토리파인 길가 쪽에 있는 역사가 오래된 나무 집, 극장은 Theodore and Adele Shank Theater 라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Wild Goose Dreams’를 보러 온 Mandell Weiss Forum 극장은 360명이 앉을 수 있는 공연장입니다. 입구 잔디밭에는 초라하게 느껴지는 Gregory Peck 공원이라고 쓰인 작은 표지판이 있습니다. 1947년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로 알려진 배우 그레고리 팩(Gregory Peck), 다섯 번 결혼한 배우 멜 페러(Mel Ferrer- 네 번째 부인은 오드리 햅번), 그리고 여배우 도로시 맥과이어(Dorothy McGuire), 이렇게 세분이 이곳 공연장의 최초 창시자입니다.

저는 이 공연장의 오랜 역사를 이어가는 헌신적인 수많은 사람들에 놀랍니다. 벌써 세상을 떠난 분들도 많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을 더욱 아름답게 문화공간으로 지켜주는 이런 분들이 있기에 저는 샌디에이고 시민으로서 고맙고 또한 행복합니다.

사실, 저는 출연자들의 영어대화를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하며 극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자그마한 무대 주변은 놀랍게도 대한반도를 묘사하듯이 삼면이 찰랑찰랑 물로 차여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연극을 가보기는 처음이라 모두 신기했지요. 연극배우들은 무대 위에 있는 몇 개의 작은 의자를 왔다 갔다 하면서 SNS 기계역할을 했습니다. 자주 나오는 번호들 0011, 1100과 전화벨 소리를 아주 코믹하게 빨리 묘사했기에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했습니다. 컴퓨터와 전화 그리고 인터넷에서 한 남녀가 만나는 모습을 관객인 내가 멋진 상상을 하도록 유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또, 무대 위에는 작은 침대가 나오고 유난희(Yunjin Kim)와 국민성(James Kyson)이 노골적인 짧은 사랑 장면과 대화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냅니다. 또 자유가 없는 공산주의 체제의 북쪽 한국을 의상과 흥겨운 뮤지컬로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자유 대한민국 남쪽에서는 자식을 일류로 키우려는 부모가 자식을 유학 보내며 부서지는 현대가정의 가장은 외로운 기러기 아빠가 됩니다.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사랑으로 키운 틴에이저 딸은 아버지와 대화를 거부합니다. 딸의 유학을 돌보는 핑계로 따라간 엄마도 미국에서 만난 남자와 재혼을 하겠다며 남편에게 전화를 합니다. 이처럼 세상 사람들은 서로 외롭다고 외치면서 또 새로운 상대를 찾고 사랑을 구합니다.

반면에, 유난희의 꿈에는 종종 북한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나타나기에 마음이 괴로워 견디다못해 북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인의 인권이 말살된 무서운 공산주의에 견디지 못하고 숨어 살다가 결국 자유로운 남한 땅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남자친구 기러기 아빠(국민성)는 기타 치며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르다 총으로 자살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살던 남한에는 경찰과 군인들만 총을 지닐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 장면은 어둠 속의 성냥불꽃과 함께 나의 눈에는 의문으로 아리송하게 남아 있습니다.

관객 Dr. Melvin Schapiro 씨와 필자.

또 연극이 끝나갈 무렵에야 겨우 이해했지만, 유난희 아버지는 강가에 서서 우리나라의 오래 된 전설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로 남한으로 보내야 하는 딸을 묘사하는 것으로 연극이 시작되고 또 끝났습니다.

와우, 이제 저는 이 연극을 쓴 대단한 한인 극작가, ‘정한 솔’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산소호스를 코에 낀 미국인 할아버지가 서비스 셔틀 차에 앉아 화장실에 간 아내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소감을 물었더니 “매우 놀랍다(Marvelous!). 나는 컴퓨터를 할 줄 알기에 재미있게 보았지만, 내 아내는 컴퓨터를 몰라 조금 이해를 못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솔직히 남편과 저는 배우들의 영어대화를 빨리 이해하지 못했지만, 관객들은 자주 많이 크게 웃었습니다.

나를 먼저 소개하면서 누구시냐고 다시 여쭈어보니 그는 로스앤젤러스에서 위장내과 의사로 은퇴했고, 23살이던 1953년에 한국전쟁에 육군으로 참여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전 당시 동경을 오가며 군인들에게 수혈할 피를 나르는 업무를 담당 했다 합니다. 그 인연으로 제대 후에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 87살이랍니다. 그날 연극을 보려고 로스앤젤러스에서 운전하여 왔고 어둡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기에 우리는 대화를 멈추어야만 했습니다. 나는 Dr. Melvin Schapiro와 사진 한 장 빨리 찍고 이메일 주소를 받은 후, 안전운행 하시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Leean, Erin and Lara.

저는 이 연극을 더 이해하고 싶고 우리나라 이야기이니 한번 더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마지막 공연날도 갔습니다. 뜻밖에 연극이 끝나고 남아 있는 관객들과 지역 방송국에서 짧은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남북한의 심각한 정치 상황보다는 엉뚱하게도 너희나라는 아내가 없으면 남자들이 바람을 잘 피우느냐, 왜 영어를 배우러 아이들을 미국에 보내야하느냐는 질문이 나와 저는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관객 중에 너무 슬퍼서 내내 울었다는 단골 관객인 라라(Lara)와 심리학 교수인 그녀의 친구 에린(Erin)을 만나 오늘 연극에 대한 소감들을 밖의 의자에 앉아 우린 한참동안 나누었습니다.

오늘 멋지게 공연해준 열 명의 배역들과 작은 무대를 상상의 종합예술로 감동시켜준 연출 감독 Leigh Silverman에게 고맙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연극배우들의 영어 대화의 발음이 명확했고 감정까지 완벽하게 열연해주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도 없었지만, 미국인 관객들은 흥미진진하게 몰입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나는 영어의 두려움을 좀 덜어내고 종종 미국의 연극을 보러 올 수도 있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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